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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뒷주머니에 흉기 꽂고 배회…치매환자 '무죄'

등록 2025.11.2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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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공포감 조성 등 행위에 고의성 없어"

바지 뒷주머니에 흉기 꽂고 배회…치매환자 '무죄'

[남양주=뉴시스]이호진 기자 = 바지 뒷주머니에 흉기를 꽂고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던 60대 남성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치매로 인지기능이 정상적이지 못했다는 판단인데 흉기를 소지하고 거리를 배회한 이유는 결국 밝혀지지 않아 고위험군 치매환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 최치봉 판사는 공공장소흉기소지 혐의로 기소된 A(6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7월 12일 오후 3시께 남양주시 화도읍의 길거리에서 길이 23㎝길이의 흉기를 자신의 바지 뒷주머니에 손잡이가 아래로 향하게 꽂은 뒤 돌아다니며 건물 앞을 배회하거나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는 등 불안감을 유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공공장소흉기소지죄는 정당한 이유 없이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거나 통행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사람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고 이를 드러내 불안감과 공포감을 일으킨 경우 적용된다.

A씨의 경우 이 같은 경우에 해당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치매 진단을 받아 범죄 성립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고의’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A씨는 2024년 8월 대학병원에서 인지기능 저하 판정을 받고 이후 이상행동을 자주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건 이후인 지난 8월에는 치매 진단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의 무죄 판단 배경은 A씨가 사건 당일 상가 주변을 거의 1시간 30분 동안 배회하면서 영업을 하지 않는 음식점 내부를 유심히 살피며 들어가려는 등 비정상적 모습을 보인 점과 당시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보이거나 만지지는 않았고 상의를 걸쳤을 때는 흉기가 외부로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주변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위와 같은 이상 행동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접근하거나 대화를 시도하지도 않았던 점, 신고를 받고 경찰에게 현장에 가게 된 동기, 흉기를 소지하고 배회하게 된 동기나 경위에 대해 정상적인 답변을 하지 못한 점, 사건 전후 편의점에서도 이상한 행동을 보여 편의점 직원이 가족에게 연락해 도움을 구한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사건 전후 피고인의 행동과 지난 8월 병원에서 인지기능 저하와 이상행동 등에 따른 치매 진단을 받았던 점에 비춰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 만으로는 피고인에게 흉기를 드러내 다른 사람들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어렵고 이를 달리 인정할 증거도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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