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AI 시대에 인간에게 '예술은 왜 필요한가'

등록 2026.05.30 08: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AI 시대에 인간에게 '예술은 왜 필요한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AI가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든다.

알고리즘은 취향을 추천하고, 생성형 인공지능은 소설과 영상을 쏟아낸다. 창작의 영역마저 기계가 넘보는 시대. 그렇다면 인간에게 예술은 여전히 필요한가.

앰비언트 뮤직의 창시자이자 전설적인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는 신간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알에이치코리아(RHK))에서 이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낸다. 그리고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예술은 작품이 아니라 경험이다."

데이비드 보위, U2, 토킹 헤즈, 콜드플레이 등과 작업해온 이노는 예술을 미술관과 콘서트홀에 갇힌 특별한 활동으로 보지 않는다. 옷을 고르는 일, 농담을 만들고 밈을 공유하는 일,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일까지도 예술의 범주 안에 놓는다.

그에게 예술은 인간이 감정을 연습하는 가장 오래된 기술이다.

이노는 예술을 '감정의 시뮬레이터'라고 설명한다. 소설을 통해 사랑과 상실을 경험하고, 영화 속 인물과 함께 두려움을 겪으며, 음악 한 곡으로 오래된 기억을 불러낸다. 현실의 위험 없이 수많은 감정을 살아보게 만드는 장치가 예술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AI 시대일수록 예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말한다. 과학이 세상을 발견한다면, 예술은 그 발견을 인간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과학은 발견을 하고, 예술은 그것을 소화한다."

책은 예술을 인간 공동체를 유지하는 상상력의 저장소로도 바라본다. 이노는 "문명은 공동체가 공유하는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예술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게 만드는 사회적 언어라는 것이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예술은 왜 필요한가'



무엇보다 이노는 알고리즘이 취향을 설계하는 시대에 '마음의 독립'을 강조한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능력, 그리고 그것을 지켜내는 힘이야말로 예술이 인간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선물이라고 말한다.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는 예술 작품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왜 인간이 수천 년 동안 노래하고 춤추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그 본질을 묻는 책에 가깝다.

AI가 점점 더 많은 것을 대신하는 시대. 브라이언 이노는 되묻는다.

"인간은 왜 여전히 쓸모없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는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