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전셋값 1억 올려달라는데"…세입자들 '렌트 푸어' 내몰리나

등록 2026.10.23 06:00:00수정 2026.10.23 06:12:27

서울 아파트 전셋값 1년 새 10.7% 상승…평균 6억4100만원

25개 자치구 중 13곳 역대 최고…전·월세 매물 15.3% 감소

보증금 인상에 대출·월세 부담 가중…세입자 주거비 부담↑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평구와 동대문구, 성북구 등에서 전용면적 59㎡ 아파트 전세가 잇따라 8억 원대를 넘어섰으며, 마포구에서는 10억 원에 육박하는 거래도 나왔다. 2026.09.28.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난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평구와 동대문구, 성북구 등에서 전용면적 59㎡ 아파트 전세가 잇따라 8억 원대를 넘어섰으며, 마포구에서는 10억 원에 육박하는 거래도 나왔다. 2026.09.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직장인 김모(44)씨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전용면적 58㎡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2년 전 2억4000만원에 계약한 집의 집주인이 재계약을 앞두고 보증금을 3억4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김씨는 이미 한 차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추가로 계약을 갱신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증금 인상분만 1억원에 달해 자금 마련 방안을 찾고 있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다.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올릴지, 월세를 감수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김씨는 인근 단지의 전세 매물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예산에 맞는 집을 찾기도 쉽지 않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는 데다 임대 매물까지 줄면서 보증금 인상분을 대출로 충당하거나 월세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세입자가 늘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외곽으로 눈을 돌려도 보증금 부담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증금 인상분을 마련하지 못해 월세를 선택하면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주거비가 늘어난다. 부족한 보증금을 대출로 충당할 경우에는 이자 부담까지 더해진다. 전셋값 상승이 단순히 이사 비용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소득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이른바 '렌트 푸어(Rent Poor)' 문제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8%를 넘어 매매가격 상승률을 웃돌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셋째 주(1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동안 0.16% 올랐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8.71%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상승세가 엇갈렸다. 대단지 입주 물량의 영향으로 서초구(-0.10%)는 10주 연속 하락했다. 반면 강남구(0.12%)는 8주 만에 상승 전환했다. 성북구(0.36%), 노원구(0.31%), 도봉구(0.28%), 중랑구(0.27%), 금천구(0.27%), 서대문구(0.24%), 관악구(0.21%) 등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41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월 기록한 종전 최고치인 6억3424만원을 올해 8월(6억3663만원) 넘어선 데 이어 지난달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5억7926만원)과 비교하면 1년 새 6174만원(10.7%) 올랐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3곳에서도 평균 전셋값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성동구는 지난 7월 처음으로 평균 전셋값이 8억원을 넘어섰다. 강동구도 8월 6억원을 돌파한 뒤 지난달 6억1006만원까지 올랐다. 최근 1년간 상승률은 성북구가 16.3%로 가장 높았다. 성북구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9월 4억6441만원에서 지난달 5억3994만원으로 7553만원 상승했다.

전셋값 상승의 배경으로는 실거주 요건 강화와 입주 물량 감소에 따른 임대 매물 부족이 꼽힌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월세 매물은 지난해 10월 22일 4만4190건에서 올해 10월 22일 3만7443건으로 15.3% 줄었다. 임차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매물이 감소하면서 전세 수급 불균형도 심화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7월 127.5를 기록해 2021년 1월(131.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이 세입자의 대출·월세 부담을 키우는 만큼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비 부담 완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전셋값 상승과 매물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며 "보증금 인상분을 대출로 충당하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월세로 전환하면 매달 고정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소득이 낮은 세입자일수록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실거주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규 입주 물량과 임대 매물까지 줄면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단기적인 가격 안정뿐만 아니라 임대차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을 늘리고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대책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