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흉기난동·역삼동 방화 다 전력 있었다…범죄 조기 포착, 방법 없나
등록 2026.10.23 05:00:00수정 2026.10.23 05:08:24
흉기난동·연쇄방화 사전 대응 한계 드러나
위험평가 보완·정보 공유·조기 개입 제언
범행 전 행동 분석하는 '위협평가'도 주목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2곳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10.22. 20hwa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10/22/NISI20261022_0021500186_web.jpg?rnd=20261022142707)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2곳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A씨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10.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최근 흉기난동과 연쇄방화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범행 전 위험 신호를 포착해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사전 예방 체계의 실효성이 과제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도 경찰에 범죄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것을 주문한 가운데, 기존 위험성 평가체계를 보완하고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와 조기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범죄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을 충분히 지킬 수 없다"며 "특히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나 불특정 다수 국민에 대한 무차별 범죄에 대해서는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범죄의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해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잇따른 관계성 범죄와 이상동기범죄로 경찰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국민 불안이 커진 현실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강력범죄에서는 범행 전 위험 징후가 포착됐는데도 추가적인 위험성 평가로 이어지지 않거나, 고위험 대상으로 관리했음에도 피해를 막지 못한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난동을 벌인 최충락(59)은 살인미수 전력이 두 차례 있었고, 범행 이전에도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입건된 상태였다. 과거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는 '높음' 판정을 받기도 했다.
최씨는 위험성 평가 대상에 해당했지만 실제 범죄분석·평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당시 최씨가 흉기로 시위용 팻말을 훼손했지만 주변 사람을 위협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발생한 연쇄방화 사건에서도 과거 같은 피해 장소를 대상으로 한 위협 전력이 확인됐다.
70대 남성 A씨는 2022년 12월에도 같은 특허법인과 특허법률사무소 직원들에게 휘발유를 뿌리고 가스라이터와 가위로 위협한 혐의로 이듬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신체와 건물에 불이 옮겨붙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당시에도 휘발유 약 2ℓ와 긴 가스라이터를 미리 구입했고, 법정에서 다시는 피해자들을 찾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인화물질과 라이터 등을 준비해 같은 특허법인들이 입주한 건물 두 곳을 찾아 실제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관계성 범죄에서는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관리했지만 강력범죄를 막지 못한 사례가 이어졌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는 경찰이 가정폭력 재발 위험이 높은 A등급으로 분류해 관리하던 20대 남성이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했다. 전북 전주에서도 지난 13일 별거 중인 남편에게 살해된 여성이 앞서 8차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의 고위험군 모니터링과 법원의 스토킹 잠정조치가 이뤄진 상태였다.
이처럼 위험 신호가 추가 평가로 연결되지 않은 경우뿐 아니라 위험성을 인지하고 보호조치를 시행했음에도 범행으로 이어진 사례가 반복되면서, 위험 판단부터 실제 예방 조치까지 이어지는 대응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따른 강력범죄에 경찰도 예방 활동과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3일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에서 다중밀집장소 순찰과 공공장소 흉기 소지 행위, 온라인 범죄 예고글 등에 대한 단속 강화를 지시했다. 또 강력범죄 예방과 관계성 범죄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법적·제도적 미비점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월 '이상동기범죄 전조 증후 분석 및 대응 강화 전국 확대 계획'을 마련해 '대상 선별→범죄분석·평가→분석결과 활용'의 3단계로 대응하고 있다.
범죄분석·평가에는 폭력 위험성 평가도구(HCR-20),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재범 위험성 평가도구(KORAS-G) 등이 활용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구속·입원 등 조치를 검토하고, 즉각적인 격리가 어려운 경우 약물중독 치료나 재활시설 연계 등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스토킹·가정폭력 등 관계성 범죄에 대해서도 반복 신고 이력과 재발 위험 등을 토대로 고위험 사건을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경찰과 시민들이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50대 남성을 의자 등으로 제압하고 있다. (사진=인천경찰청 제공) 2026.10.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10/14/NISI20261014_0021489048_web.jpg?rnd=20261014163856)
[서울=뉴시스] 경찰과 시민들이 지난 13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 상업시설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50대 남성을 의자 등으로 제압하고 있다. (사진=인천경찰청 제공) 2026.10.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학계에서는 위험성이 높은 대상을 선별하는 것만으로는 실제 범행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의 범죄 전력과 위험 요인뿐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위험 수준이 어떻게 변화하고, 실제 폭력으로 이어지는지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관계성 범죄의 위험성 평가 모델 및 차별적 대응 체계 마련을 위한 기초 연구'에서도 기존 평가체계의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폭력의 반복성과 심화, 관계 단절, 공적 개입에 대한 가해자의 반응 등을 위험성 평가에 보다 정교하게 반영하고, 평가 결과를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관리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찰과 교정·보호관찰기관 등이 수사와 재판, 형 집행 과정에서 확보한 위험 정보를 공유해 반복적인 위협이나 위험 수준의 변화를 파악하는 방안도 예방책으로 거론된다.
범행 전 나타나는 구체적인 행동을 분석하는 '위협평가(threat assessment)' 역시 기존 예방체계를 보완할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위협평가는 범죄자의 과거 전력이나 개인적 특성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대상을 향한 폭력이 실제 실행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방식이다. 위협 표현이나 범행 도구 확보, 표적 접근 등 행동 변화를 경고 신호로 분석해 위험 수준에 따라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이문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학술지 '한국범죄학'에 발표한 '표적 폭력 예방을 위한 위협 평가 도입: 미국·독일 사례 비교와 범죄학적 제언' 논문에서 특정 대상을 겨냥한 폭력이 범행 의도 형성과 계획, 준비, 접근, 실행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은 미국의 행동 기반 위협평가·관리체계와 독일의 고착 위협 평가체계를 소개하며 국내에도 범죄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평가 방식과 관계기관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홍동규·조은경·성현준 연구진도 지난해 8월 학술지 '안전문화연구'에 발표한 논문에서 흉기난동 등 중대 폭력범죄의 경고행동을 분석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예방적으로 개입하는 위협평가·관리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위협평가는 특정 대상이 명확하거나 반복적인 위협이 나타나는 범죄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역삼동 연쇄방화 사건처럼 과거 동일 피해처에 대한 위협이 구체적인 범행 준비와 실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 유형에 따라 위험 신호와 범행에 이르는 과정이 다른 만큼 각각의 특성에 맞는 위협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며 "특히 표적이 명확하거나 반복적인 범행이 우려되는 경우 교정기관과 수사기관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