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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선택 시도자 28%는 20대…"받아들여야" 국민인식↑

등록 2019.09.22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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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2018 자살실태조사' 결과 발표

5년전보다 1인가구·직장문제·음주상태↑

국민 중 18.5%는 "생각해 본 경험 있다"

경제>가정생활>성적·시험·진로문제 순

"어쩔 수 없고 막을 수 없는 일" 인식↑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보건복지부가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확정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 자살을 예방하는 'SOS생명의 전화'가 설치되어 있다.2018.01.23.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보건복지부가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확정한 가운데 23일 오후 서울 마포대교에 자살을 예방하는 'SOS생명의 전화'가 설치되어 있다.2018.01.23.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응급실을 찾은 사람 10명 중 3명 가까이는 20대였으며 전체 시도자 중 36%는 과거에도 같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 가운데서도 18.5%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국민들 사이에선 최근 5년 사이 '극단적인 선택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도 있다'는 식의 허용적 태도가 늘었는데, 예방을 위해서라면 개인정보가 예방기관에 제공돼야 한다 데 상당수가 동의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이런 내용의 '2018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따른 이번 조사는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의료기관 방문 자살 시도자 실태조사는 전국 38개 응급실을 방문한 만 18세 이상 시도자 1550명을 대면조사로, 자살에 대한 국민태도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75세 이하 성인 1500명을 대면조사해 진행됐다.

◇시도자 중 20대 '최다'…36%는 '과거에도 경험有'

응급실을 찾은 시도자 1550명 중엔 여성이 893명(57.6%)으로 6577명(42.4%)이었던 남성보다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435명(28.1%)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50대 280명(18.1%), 40대 279명(18.0%), 30대 246명(15.9%), 60대 146명(9.4%), 70대 100명(6.5%), 80대 이상 64명(4.1%) 순이었다.

도시는 20대가 31.1%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40대(18.7%)였으나 농촌은 50대가 22.9%로 제일 높았고 그 다음은 40대(16.3%) 순이었다.

시도자 중 가족과 거주하는 비율을 보면 2013년과 비교했을 때 혼자 사는 사람이 15.3%에서 25.8%로 10%p 이상 증가했다. 가족과 거주하는 비율은 77.4%에서 68%로 감소했다.

응급실을 찾은 시도자 중 과거 경험을 물었더니 1549명 중 36.5%가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원인을 2013년과 비교했을 때 직장관련 문제(2.9%→5.4%), 급격한 금전손실(5.2%→8.4%)은 늘어났고 정신과적 증상(37.9%→35.1%), 대인관계 문제(31.2%→30.3%) 등은 감소했다. 10명 중 3명이 꼽은 대인관계 문제 가운데선 가족 및 배우자, 연인 간 문제가 89.5%로 대부분이었다.

투신 등 치명도가 높은 수단을 선택하는 비율은 70세 이상 고령 및 남성, 자해 및 자살시도력이 없거나 1회, 기존에 정신과적 병력이 없는 사람이 높았다.

시도자 중 52.6%가 음주 상태로 시도했다고 답해 5년 전(44%)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남성 중 58.0%, 여성 중 48.7%가 술을 마신 상태였다.
     
시도자들은 '살아야 한다'는 감정과 '죽고 싶다'는 생각을 동시에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삶과 죽음에 대한 감정에서 죽고 싶었다고 대답한 사람은 47.7%, 죽고 싶지 않았던 사람은 13.3%, 죽거나 살거나 상관없었던 경우는 39.0%였다.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행한 경우가 54.5%로 가장 많았고 3시간 이상 생각한 사람이 25.2%, 시도 전 3시간 이내로 생각했다는 응답률은 20.3%였다.

시도자 중 74.5%는 이전에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49.6%)과 비교해 24.9%p나 증가한 수치다.
  
시도자 중 남성의 52%(2013년 32.7%), 여성의 37.9%(2013년 23.9%)가 신체 질환을 갖고 있어 5년 전보다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30대 이후부터 세대가 증가하면서 15∼20%p 가량 신체질환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70대 이후부터는 약 90%가 신체질환을 갖고 있었다.
【세종=뉴시스】극단적 선택 시도자의 도시, 농촌간 연령 분포. (그래픽=보건복지부 제공)

【세종=뉴시스】극단적 선택 시도자의 도시, 농촌간 연령 분포. (그래픽=보건복지부 제공)

◇국민들, 경제적 문제에 극단적 선택 고민

일반 국민들 가운데서도 18.5%(최근 1년간 3%)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경험 있었다. 2013년 22.8%(최근 1년간 5.2%)보다 4.3%p 감소한 수치다.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34.9%), 가정생활 문제(26.5%), 성적·시험·진로문제(11.2%) 순이었다.

그러나 생각이 있었던 사람 중 전문가 상담경험이 있는 경우는 4.8%에 그쳤다. 상담을 받지 않은 이유로 40.3%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30.3%는 '상담으로 해결 안 될 것 같아서', 15.3%는 '주변 시선 때문에'라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계획한 사람은 23.2%였으며 실제 시도한 사람은 36.1%였다. 이런 응답률은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각각 0.2%p, 8.5%p씩 감소한 결과다.

국민들을 상대로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태도를 5점 척도(5점 '매우 동의함'-1점 '매우 동의하지 않음')물은 결과 5년 전보다 허용적 태도가 증가했다. 향후 예방 프로그램이 이런 태도를 충분히 다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 선택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은 2013년엔 2.43점이었으나 지난해엔 2.61점으로 높아졌다. 고통받는 상황에서 자신이나 타인의 극단적 선택을 용인하거나 수용하는 인식도 2.95점에서 3.02점으로 증가했다. 반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부적 태도는 3.94점에서 3.84점으로 낮아졌다.

이런 선택은 예방할 수 없고 막기 어려울 거란 태도도 증가했다.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 및 태도를 가진 사람 비율은 3.46점으로 5년 전(3.61점)보다 0.15점,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는 인식은 3.64점에서 3.53점으로 0.11점 감소했다.

극단적 선택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낫고 다른 사람의 자살 결정에는 간섭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인식을 가진 사람은 2.85점으로 5년 전(2.76점)보다 증가했다. 이런 선택을 보편적이라고 인식한 사람은 3.04점에서 2.99점으로 감소했다.
 
대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살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살에 대한 생각이 시간을 두고 발생한다"는 등 일반 국민의 관련 지식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자 보호를 위해 개인 동의 없이도 자살예방기관의 개입이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에 국민  79.1%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54.9%는 1회만 자살시도를 한 경우에도 바로 개입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미디어의 극단적 선택 시도 조장' 정도를 물었더니 기사(65.1%)보다 영상물(72.2%)이 더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물에서 직접적으로 극단적 선택 장면이나 이를 암시하는 장면이 표현되는 것에 대해 86.1%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번 자살실태조사결과에 장영진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우리사회에서 자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은 상승했으나 허용적 태도와 예방에 대한 인식은 악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향후 '자살은 예방 가능하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라'는 등 인식개선을 위한 핵심 메시지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재 경찰·소방이 자살시도자에 대한 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동의 없이도 제공하는 방안 등을 담은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신적 고통 등 주변에 말하기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자살예방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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