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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블랙박스]전기차, 새 역할 맡는다…움직이는 에너지 저장장치로

등록 2021.03.16 0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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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아이오닉5

[서울=뉴시스]아이오닉5

[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전기자동차가 자동차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고용량 구동 배터리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또는 에너지 운반체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에 불어닥친 기습적인 한파로 인한 전력 공급 차질로 전기차의 이같은 사용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텍사스 휴스턴 등에서 정전으로 400만여가구가 난방설비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자 자동차 공조장치 및 소형 발전기 등을 이용해 응급 상황에 대응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고용량 배터리는 응급상황 전력 공급 및 전력수급 안정화 등의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 현대차 아이오닉5 배터리 용량(72.6kWh)과 서울시 가구당 일일 평균 전력 사용량 (7.3kWh) 기준으로 약 10일 간 가정에서 사용되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다.

이에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해 야외 등에서 전기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V2L(Vehicle-to-Load), 정전 등의 상황에서 건물에 전력을 공급하는 V2H(Vehicle-to-Home)·V2B(Vehicle-to-Building),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V2G(Vehicle-to-Grid)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2열 시트 하단에 실내 V2L 포트를 설치해 운행 중에도 이용할 수 있고, 외부 충전구에 V2L 커넥터를 연결하는 경우 주차 중 최대 3.6kW의 전력을 이용 가능한 V2L을 선보였다.

상품본부장 김흥수 전무는 지난 2월 아이오닉5 공개 행사에서 "차량에서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일반적으로 일상에서 쓰는 전자기기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소개하며 아이오닉5에 커피머신을 연결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캐나다 스타트업 오시아코는 V2H와 V2B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가정용 태양광 시스템과 연동해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고, 정전 시 전기차 배터리를 응급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기 dcbel을 출시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아이오닉5

[서울=뉴시스]아이오닉5

일본 닛산은 지난 2018년 전기차를 전력망에 연결하고 전력수요에 따라 저장된 전력을 유동적으로 활용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닛산 에너지 계획을 발표해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재난상황 등에서의 전력 공급에 방점을 두고 외부 전력 공급이 가능한 친환경차에 2만엔에 구매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등 지원책을 폈다.

이들 3개 방식의 문제점은 짧은 주행거리 및 긴 충전시간으로 인해 상시 사용가능성이 적고 주행거리 불안이 강화된다는 점과 배터리 충·방전 반복으로 성능·수명이 저하된다는 점이다. 다만 이를 상쇄할 장점으로 전기기기 사용의 공간제약 완화, 정전 등 응급상황에서의 전력사용, 전력망 수급 안정화를 통한 정전사태 예방과 재생에너지 활용도 증가 등이 꼽힌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사용자의 비용과 편익 관점에서 V2L/V2H는 단기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적고 편익이 사용자에게 온전히 귀속돼 오히려 편익이 크지만, V2G는 배터리가 항시 활용돼 비용이 크고 편익이 전력망 이용자 전체에 분산되는 만큼 V2G 방식의 확산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향후 전기차 배터리 성능 등이 향상되고 배터리 구독경제 등 새로운 모델이 확산된다면 ESS 및 에너지 운반체로서 전기차의 활용도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호 책임연구원은 "배터리 밀도 및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 등을 통해 주행거리 불안을 완화할 수 있고, 충전시간 단축으로 ESS·에너지 운반체에서 이동 수단으로 빠른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배터리 리스 등 모델이 확산되는 경우 충·방전 반복에 따른 배터리 성능 및 수명저하 등의 비용을 배터리 리스업체와 공동으로 부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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