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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행 개념 불명확' 헌법소원…헌재 "상식 있다면 안다"

등록 2021.04.01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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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범죄 처벌 등 관한 특례법 관련

"성적 자기결정권 보장은 중대한 공익"

'추행 개념 불명확' 헌법소원…헌재 "상식 있다면 안다"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협박이나 폭행 등이 없었어도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 다른 이를 추행한 사람에게는 징역형 또는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헌재)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에 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A씨는 지난 2017년 9월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당산역 방향으로 진행하는 전동차 안에서 20대 여성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A씨는 피해여성의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는데, 1심과 2심 모두 A씨에게 벌금 150만원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이후 A씨는 상고하면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신청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되자 지난 2019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의 심판 대상 조항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이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A씨는 '추행'은 추상적 개념으로서 다른 구성 요건을 함께 고려해야만 비로소 그 의미를 구체화 할 수 있는데, 심판 대상 조항은 행위자가 폭행·협박 등의 수단을 사용했는지 여부와 피해자가 심신상실·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 등에 관해 추가적인 구성 요건을 두고 있지 않아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A씨는 또 추행의 의미가 불명확해 가벌성이 무한히 확장되고, 범죄 의사가 없는 우연한 신체 접촉만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될 우려가 있는 만큼 심판 대상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추행의 개념 및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폭행·협박에 의하지 않은 추행 행위로서 형법상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는 경우라고 해도 대중교통 등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의 일반적 특성을 이용해 이루어진 때에는 심판 대상 조항이 적용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떤 행위가 심판 대상 조항의 '추행'에 해당하는지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헌재는 "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성별·연령·객관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는 만큼 추행의 고의가 없는 우연한 신체 접촉만으로는 처벌 되지 않는다"며 "공공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강한 불쾌감과 수치심을 주는 행위로, 이 같은 행위를 형사처벌하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은 중대한 공익"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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