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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노조법 '우선 적용' 논란 불씨…노사는 재개정 촉구

등록 2021.04.20 20: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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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ILO 핵심 협약 3개 비준안 기탁 완료

위상 제고 평가에도 노사 노조법 재개정 촉구

협약, 법적 효력 시 노조법에 앞서나 놓고 이견

전문가 "포괄적 협약과 노조법 상충 자체 불가"

"국내 실정 반영한 노조법 우선 적용"에 무게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에서 가이 라이더(Ryder, Guy) ILO 사무총장과 화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2021.04.2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에서 가이 라이더(Ryder, Guy) ILO 사무총장과 화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2021.04.2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가입 30년 만에 3개 핵심협약에 대한 비준 절차를 완료하면서 노동권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를 반영한 개정 노조법의 시행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일단 법 적용 당사자인 노사 모두 개정 노조법에 반발하며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이 법적 효력을 발휘할 경우 노조법과 우선 적용을 두고 논란의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20일 고용노동부는 화상으로 ILO 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을 개최하고 결사의 자유 관련 제87호, 98호, 강제노동 관련 29호에 대한 비준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기탁과 함께 협약 비준 절차가 완료되며 3개 협약은 기탁일로부터 1년 후인 4월20일부터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번 비준으로 우리 정부는 ILO 핵심협약 8개 중 7개를 비준하게 되면서 국제적으로 노동권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그러나 정부가 협약 비준 과정에서 강행한 개정 노조법을 두고 노사 모두 반발하고 있어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협약 비준에 앞서 국내법과 상충을 막기 위해 노조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개정 노조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7월6일 시행된다.

노동계는 개정법이 결사의 자유 관련 협약 87호와 98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이 근로자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어 플랫폼노동자 등을 아우르지 못하고, 노조 결성에 대해서도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비정형 노동자의 노동권을 제한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지점에서 노조법이 ILO 핵심협약과 위배되고 이에 따른 법안 재개정은 불가피하단 게 노동계 입장이다.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정부는 ILO 핵심협약에 위배되는 노조법 추가 개정에 즉각 돌입하라"고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역시 노조법 전면 개정을 올 하반기 총파업 핵심 의제 중 하나로 정하고 투쟁을 전개하겠단 입장이다.

노조법이 노동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만큼 경영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재계는 사용자의 대항권 확보를 위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에서 가이 라이더(Ryder, Guy) ILO 사무총장과 화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2021.04.20.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청에서 열린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서 기탁식에서 가이 라이더(Ryder, Guy) ILO 사무총장과 화상으로 발언하고 있다. 2021.04.20. [email protected]



노조법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뿐만 아니라 비종사 조합원도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 한해 사업장 내 노조 활동을 허용하도록 했다. 재계는 법 개정으로 강성 노조의 노조활동 등이 가능해진 만큼 경영 환경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손경식 회장은 이날 ILO 측에 경영계 입장을 전달하고 협약 발효까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제도 개선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을 위한 보완입법 논의를 촉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1년 뒤 협약이 법적 효력을 발휘할 경우, 노조법과 적용 순위를 두고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단 점이다.

노동계에선 노조법이 ILO 핵심협약과 어긋날 경우 신법 우선 적용 원칙에 따라 협약 우선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협약이 노동 기본권에 대한 포괄적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현실적 법안으로서 작동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노조법과 상충하는 경우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단 의견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법 우선 적용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협약 비준 내용이 헌법과 같이 포괄적이기 때문에 명확한 문구로서 현행 노조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라며 "단정적으로 두 개 법안이 상충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협약이라는 것은 가치와 이념 정신을 규정한 것이지 구체적인 행위 방식을 규정한 것이 아니다"면서 "구체적 행위에 대한 부분을 담고 있다면 조약으로 성립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앞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18.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 앞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 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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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노사 관계에선 개별 상황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ILO 역시 각국의 노동 환경을 고려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만큼 국내 실정을 반영한 노조법이 우선 적용될 것이란 의견이다.

권 교수는 "ILO는 각국이 협약 비준 후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선 해당 국가 입법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결국 국가별 특수성을 고려한 입법을 허용하는 것이고 이미 노조법이 개정된 만큼 이는 괜찮다고 본 것이기 때문에 무시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도 "ILO에서 말하는 결사의 자유와 우리 노조법과는 철학적으로 다르다. 우리의 경우 외국과 달리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면 교섭권과 쟁의권이 필수로 따라가게 된다"며 "이 같은 법 제도 차이를 고려해 우리의 특수성에 맞춰 (법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국제 협약 관련 제재나 논의의 흐름은 중장기적으로 이뤄지지만, 국내법은 위반 시 즉시 고발 등의 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론 자국법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동단체는 국내 노동 제도 등이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에 어긋날 경우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진정에 대해 시정을 권고할 수 있지만 구속력은 갖지 않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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