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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신경숙 논란으로 딜레마…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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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5-08-24 23:45:12  |  수정 2016-12-28 15:3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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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종민 기자 = 유니세프 친선대사 신경숙 작가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12 유니세프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유니세프가 지난 1월 아시아 어린이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시작한 'Schools for Asia-아시아에 희망의 학교를 선물하세요'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jmc@newsis.com
편집주간 명의 글…사과문 이행 없이 궁색한 변명  "문학권력으로 지목돼 침묵…이제 찬찬히 따져볼 때"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 "'전설'은 표절 아닌 다시 쓰기"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소설가 신경숙(52·사진)의 표절 파문과 관련해 한국 문학계의 '권력'으로 지목됐던 창작과비평(창비)이 또다시 신작가를 두둔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월 사과문에서 "작가와 논의를 거쳐 독자들의 걱정과 의문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내부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독자들에게 사과했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다. 

 백영서 '창작과비평' 편집주간(연세대 사학과 교수)은 24일 가을호 책머리에서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죄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저희는 그간 내부토론을 거치면서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무의식적인 차용이나 도용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표절이라는 점이라도 신속하게 시인하고 문학에서의 '표절'이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토론을 제의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작가가 '의식적인 도둑질'을 했고 출판사는 돈 때문에 그런 도둑질을 비호한다고 단죄하는 분위기가 압도하는 판에서 창비가 어떤 언명을 하든 결국은 한 작가를 매도하는 분위기에 합류하거나 '상업주의로 타락한 문학권력'이란 비난을 키우는 딜레마를 피할 길이 없었기에 저희는 그동안 묵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창비가 '문학권력'의 축이란 비난을 들었던 것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표절 문제에 대한 발언이 특히 어려웠던 것은 그것이 또다른 쟁점, 곧 문학권력(내지 문화권력) 논란과 결부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며 "창비가 '문학권력'으로 지목되는 순간 감정이나 도덕 차원의 비난 대상에 오르고 무슨 발언을 해도 불순한 권력행사로 비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문제 또한 찬찬히 따져볼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창조와 저항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한 창비에 공공적 가치의 실현은 창사 이래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창비는) 공공성과 사업성의 결합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왔고 창비가 그간 거둔 사업적 성과 또한 저희의 공공적 기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고 밝혔다.

 백 주간은 표절 논란에 휘말린 신씨 소설 '전설'을 담은 단편집 '감자를 먹는 사람들'의 출판사로 책임을 통감하거나 반성하기는 커녕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뿐 아니라 '긴급기획'에 포함된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과 교수의 글은 또 다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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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노창현 특파원 = 소설가 신경숙의 장편소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영문판 출간 기념행사가 13일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열린다. 뉴욕한국문화원은 신경숙 작가의 영문판 소설이 3일 공식 출간되어 영미권 독자들을 만난다고 밝혔다. 출간 기념 행사에서는 신경숙 작가의 낭독회에 이어 사인회가 마련된다. 2014.06.02. <사진=뉴욕한국문화원 제공>  robin@newsis.com
 그는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에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3일까지 9차례에 걸쳐 올린 신경숙에 대한 '변론'을 모아 정리했다.

 윤 교수는 "일부 단어나 문장의 유사성만을 따져서 표절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좁은 시각으로, 문학의 자유로운 표현영역을 제한하고 언어의 학습과 그 문학적 활용의 복잡한 관계를 무시하는 결과를 빚는다"고 말했다. 신경숙 작가의 '전설'은 미시마 유키오 단편 '우국' 일부를 차용해서 전혀 다른 작품으로 '다시 쓰기'한 경우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어 "신씨는 차용한 것을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자신의 작품의 맥락 속에 녹여냄으로써 작가로서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줬다"며 "이는 일찍이 표절혐의를 받았지만 이를 이겨내고 거장의 반열에 오른 많은 선배작가들이 밟아온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작가가 여론재판에 의해 상습적인 표절작가로 단죄되면서 혹독한 고통을 겪어왔음에도 절필까지 요구하는 것은 경미한 교통질서 위반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신경숙 작가는 '우국'을 읽어본 기억도 없다는 데 '전설'이 '우국'을 창조적으로 활용한 성공사례라고 주장하는 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외에 지난 6월23일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 주최한 긴급 토론회에서 발표된 정은경 문학평론가의 토론문, 지난달 15일 문화연대와 인문학협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선보인 김대성 문학평론가의 글이 각각 일부 수정돼 실렸다.

 그러나 지난 6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강일우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에서 "표절 문제를 제기한 분들의 충정이 헛되지 않도록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공론에 귀기울이겠다", "내부의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약속 이행은 전혀 없었다.

 한편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은 지난 6월16일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를 통해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1996)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경숙은 다음날 창작과비평 출판사에 보낸 메일을 통해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며 일본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창비 문학출판부도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센 비판에 휩싸이자 창비는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사과하는 내용의 입장글을 18일 오후 발표했다. 같은날 고려대 교수를 지낸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신경숙을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 표절 논란은 문학계 바깥으로 번졌다.

 침묵하던 신경숙은 엿새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6월23일자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과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과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표절 의혹을 단호히 부인했던 기존 입장을 바꿨다. 이러한 태도에 누리꾼들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고, 표절 파문은 작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거대 출판사들의 '문학권력'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졌다.

 신 작가의 주요 작품을 출간해온 창작과비평(창비), 문학동네(문동), 문학과지성(문지)이 한국 문학에 작동하는 '문학권력'으로 지목됐다. 이들 출판사들의 폐쇄된 권력구조와 상업주의, 문단 내 형성된 '침묵의 카르텔', 평론가들의 영혼없는 '주례사 비평' 등이 신 작가를 둘러싼 표절 논란을 무마하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입장 표명 요구와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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