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장

[코로나 이후 신세계]전략 다듬는 대형 건설사들…"첨단 기술, 선택 아닌 필수"

최첨단 기술 활용 위기 극복 키워드…신사업 진출 활발
비대면 서비스·바이러스 차단…'스마트홈' 신기술 경쟁
"단순 도급 한계"…해외 시장 다각화·고부가가치 창출

등록 2020.04.24 06:00:00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블로그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뉴시스 DB

【서울=뉴시스】 뉴시스 DB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업계가 '위기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외 악재를 돌파하고,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을 가다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건설 산업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올해 국내 건설 투자가 3% 줄고, 건설 부실기업도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0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건설산업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로 올해 건설투자가 지난해보다 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건설투자가 1.8%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원 내부 전망치에서 감소폭이 확대됐다.

해외 건설시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코로나19로 세계 경기 위축과 중동 정세 불안, 저유가 등 악재가 산적하다. 올해 2월까지 100억 달러에 육박한 해외건설 수주액이 2분기 이후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연간 해외건설 수주액 역시 전망치를 기존 280억 달러에서 220억 달러로 21.4% 하향 조정했다.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건설업계가 최첨단 기술 활용 등을 위기 극복의 키워드로 제시하거나 신사업 발굴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서울=뉴시스] 래미안 단지에 커뮤니티시설 안내와 예약 등을 도와주는 로봇. (제공 = 삼성물산)

[서울=뉴시스] 래미안 단지에 커뮤니티시설 안내와 예약 등을 도와주는 로봇. (제공 = 삼성물산)


◇비대면 확산·바이러스 제거…아파트 '스마트홈' 신기술 경쟁
 
대형 건설사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언급한 핵심 과제는 첨단 스마트 기술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상징하는 '스마트홈'이 건설업계의 핵심 화두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택시장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대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래미안 단지에 커뮤니티시설 안내와 예약 등을 도와주는 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다. 해당 로봇은 자율주행과 음성인식 등의 인공지능(A.I) 서비스를 탑재했다. 커뮤니티시설 내부를 돌아다니며 시설 안내와 예약을 지원한다. 커뮤니티 로봇은 음성인식 디스플레이 기능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주민들의 커뮤니티시설 이용을 돕고 가벼운 짐도 나를 수 있다.

삼성물산이 도입한 비대면 서비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커뮤니티 로봇과 래미안 A.IoT 플랫폼 이전에도 다양한 비대면 기술을 도입해 왔다.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출입시스템, 세대 내 환기시스템과 연계되는 음성인식 IoT 홈큐브,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모바일 커뮤니티 예약 시스템 등 사용자 편의를 위한 비대면 기술들을 개발·적용해 왔다.

또 대형 건설사들은 앞 다퉈 최첨단 제균 시스템으로 바이러스까지 제거하는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분양하는 모든 현대건설 아파트에 바이러스 살균·환기시스템인 'H클린알파 2.0'을 도입한다. H클린알파는 광플라즈마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이다. 광플라즈마에 의해 생성되는 수산화이온, 산소이온 등의 연쇄반응으로 부유하는 세균 및 바이러스 등을 분해한다.

대림산업도 '바이러스 제로 시스템'을 도입한다. 재건축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에서 바이러스 제로 시스템을 선보인다. 차량이 출입하는 초입부터 곳곳에 열화상 카메라를 비치, 철저하게 발열을 감지한다. 신발 소독 매트, 신발장 살균기를 통해 위험요소와 오염물질의 1차 필터링을 실시한다.

또 단지 내부에서 가장 이용 빈도가 높고, 밀폐성이 강한 엘리베이터에는 공기정화기능 및 살균기능을 더하고 ▲안티 바이러스 핸드레일 ▲터치리스 버튼 ▲풋버튼을 설치해 바이러스의 실내 유입을 원천 차단한다. 집안에는 예일대 교수로부터 성능 검증을 마친 공기청정 환기시스템을 적용해 365일 쾌적한 실내공기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해 대형 건설사들이 '바이러스 차단'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는 평가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며 "포스트 코로나 이후 아파트에는 비대면 서비스와 제균 등 쾌적한 주거 환경 조성을 위한 최첨단 기술 접목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GS건설 본사에서 열린 주주간협약 서명식에서 GS건설 신사업본부 대표 허윤홍 사장(왼쪽)과 리뉴 파워(ReNew Power)社의 슈만트 신하(Sumant Sinha) 회장(오른쪽)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GS건설 본사에서 열린 주주간협약 서명식에서 GS건설 신사업본부 대표 허윤홍 사장(왼쪽)과 리뉴 파워(ReNew Power)社의 슈만트 신하(Sumant Sinha) 회장(오른쪽)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기존 주택사업만으론 한계"…신(新) 사업 확장 '박차'

대형 건설사들이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해 예년보다 더 구체화된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설사들의 신사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대비한 시장 다변화 전략이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강화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새로운 사업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GS건설은 'IPP'(Independent Power Producer·민자발전산업) 디벨로퍼로서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Rajasthan) 주(州) 지역에 발전용량 기준 300㎽급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개발하는 사업에 진출했다. IPP는 민간업체가 발전소를 짓고 일정기간 발전소를 운영하며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해당 사업은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 주(州) 자이살머(Jaisalmer) 인근 약 600헥타르(180만평) 부지에 발전 용량 300㎽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2021년 4월 상업운전을 목표로 진행된다. GS건설은 인도 태양광 발전사업을 발판으로 인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해 추후 인도를 포함한 주변 국가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GS건설은 또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2차 전지 재활용 신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7월 포항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투자에 나섰다. GS건설은 차세대배터리 리사이클링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로 신성장 동력의 한 축을 확보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지난달 9일 글로벌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미국 '크레이튼'사의 카리플렉스 사업부를 인수했다. 크레이튼은 고부가가치 기능성 석유화학 제품을 제조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대림은 이번 인수로 크레이튼의 '브라질 라텍스·합성고무 생산 공장'과 '네덜란드 연구개발(R&D)센터'를 포함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대림은 앞으로 수익성이 높은 고기능 라텍스와 접착제 원료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사업을 신산업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드론 제조 및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신생 벤처) 기업 '아스트로엑스'(AstroX)에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대우건설은 이 기업 전체 지분의 30%를 투자해, 올해 안에 자율비행 기능이 탑재된 실내 점검·감시 정찰용 소형 드론의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아스트로엑스는 1시간30분 이상 비행이 가능해 산업용 드론으로 쓸 수 있는 중장거리용 'VTOL'(수직이착륙무인기)의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이와 함께 광학센서를 활용한 장애물 회피 응용기술, 관련 소프트웨어 연구개발을 통해 스포츠 분야를 비롯해 산업용, 군수용 드론 시장의 진출을 꾸준히 준비 중이다.

대우건설은 앞으로 이 회사와 협업을 통해 스마트 건설 기술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산업용·군사용 드론뿐만 아니라 관제시스템까지 패키지 상품으로 구성해 산업별 드론관제·제어·운영·분석 등 통합관리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대형 건설사들의 신규 사업 확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규제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주택경기 위축 등으로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며 "불투명한 국내외 건설시장에서 건설사들의 신사업 진출은 불가피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삼성엔지니어링 말레이시아 가스 플랜트 현장 위치도

[서울=뉴시스] 삼성엔지니어링 말레이시아 가스 플랜트 현장 위치도


◇"포스트 코로나 기회"…해외건설, 수익성 높은 사업 '집중'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셧다운'(Shut Down·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현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방지를 위한 모든 이동을 제한하면서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의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삼성물산의 쿠알라룸푸르에서 복합몰·오피스 등 빌딩 공사와 대림산업은 포트딕슨에서 울사도(ULSADO) 정유공장 공사가 중단됐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지난달 해외 건설 수주액은 18억 달러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지난 1∼2월 각각 56억4000만 달러와 37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던 해외수주는 코로나19 팬더믹으로 18억3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반면 대형 건설사들은 코로나19와 저유가 등으로 해외 건설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됐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단순 도급 사업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해외 개발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건설시장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GS건설은 최근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약 5500억원 규모의 철도종합시험선로 ITTC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번 공사는 기존 골프장 부지에 총 3개의 테스트 트랙을 설치해 차량, 신호, 통신 및 철도용품을 사용 전 테스트할 수 있는 철도종합시험센터를 짓는 공사다. 시공사가 설계와 시공까지 제안하는 디자인·빌드 입찰 방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3억400만 달러 규모의 '대만 다탄 복합화력발전소 증설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다탄 복합화력발전소 증설공사는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 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다탄 발전소' 7번 유닛을 증설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대만에서 수행하는 첫 발전 플랜트 프로젝트 사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16일 말레이시아에서 가스 플랜트 기본설계(FEED) 업무를 따냈다. 말레이시아 동부 사라왁주 빈툴루 지역에 건설되는 이번 플랜트는 하루 8억 입방피트의 가스를 처리하는 설비다. 수주금액은 500만 달러 규모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 프로젝트의 개략적인 설계와 함께 EPC(설계·조달·시공) 예산 산출업무를 수행한다. 기간은 11개월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풍부한 프로젝트 경험 그리고 우수한 설계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기본설계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수행해, 발주처 신뢰를 얻고 EPC 연계 수주까지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9일 200억원 규모의 캄보디아 '이온몰(AEON Mall) 3호점 신축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프로젝트는 캄보디아 프놈펜시 외곽에 대형 쇼핑센터 및 주차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부지면적은 17만㎡로 캄보디아에 들어선 3개 이온몰 중 가장 크고, 1호점의 약 2.5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해외 건설시장에서 단순 도급 방식의 수주가 아닌 사업 다각화와 고부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김종구 해외건설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코로나19와 저유가 등으로 해외 건설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 기존의 단순 도급 방식의 수주가 아니라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의 전 단계인 기본설계(FEED)를 선점하고 본 공사까지 수주할 수 있는 수주 전략과 시장을 다각화 등 그간의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플랜트 등 경쟁력을 갖춘 프로젝트에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 때는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사회 인프라나 SOC 재정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정부 차원의 금융이나 외교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