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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권 출범으로 '대안 팩트' 시대 열리나…언론계 맹비난

등록 2017.01.23 12:31:47수정 2017.01.23 13: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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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오른쪽에서 두번 째) 의 취임식에서 그를 축하해주고 있다.  

【AP/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오른쪽에서 두번 째) 의 취임식에서 그를 축하해주고 있다.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안 팩트(alternative facts)'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20일 열린 제 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 관중 논란이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22일(현지시간) NBC 뉴스의 '밋 더 프레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취임식 참석 인원을 '역대 최고'로 주장한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을 언론들이 '거짓말'로 비판한데 대해 반박하면서 '"대안 팩트'를 언급했다. 즉, 스파이서 대변인의 발언은 언론들의 왜곡된 보도와는 다른 '대안적 사실'에 근거한 진실이란 이야기이다.

 콘웨이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언론계는 강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 발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 4년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대안 팩트'를 들고 나올게 뻔하기 때문이다. '대안 팩트' 주장은 미국을 넘어 유럽 포퓰리스트 정치지도자 등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이는 언론의 신뢰성을 중대하게 해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조장하고 정부와 언론, 나아가 국민 간의 소통을 왜곡할 수 있다.

 게다가 '대안 팩트'란 표현 자체가 미국 극우주의 운동인 '대안 우파'를 연상시키는 데다가, 사상 자유를 극도로 억압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CBS 뉴스의 앵커였던 댄 래더는 콘웨이 고문의 발언이 보도된지 약 2시간 뒤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국 대통령 대변인이 '대안 팩트'란 오웰적 표현으로 거짓말을 덮으려 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백악관 대변인이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나와서 위협하고,공격하면서,거짓말을 하다가 단 한 개의 질문도 받지 않고 브리핑 룸을 나가버렸다"고 개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자 미디어 비평 기사에서 트럼프 정권의 출범으로 미국 언론계의 전통적인 대통령 및 정부 관련 보도 방식이 사실상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백악관 대변인의 브리핑은 팩트에 의거한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를 접하고 확인하는 자리이자 통로였는데, 트럼프 시대를 맞아 그같은 '접근 저널리즘(access journalism)'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파이서 대변인의 거짓말 브리핑을 이른바 "접근 저널리즘의 관뚜껑을 닫는 장례식"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비영리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의 제시카 허즈먼은 22일 WP와의 인터뷰에서 "저널리스트들은 앞으로 스파이서 대변인으로부터 대답을 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직접 팩트들을) 파서 대답을 얻어야 한다. 손이 더러워지겠지만 그렇게 하자"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정통 언론이 중대한 위기를 맞기는 했지만, 이것이 언론의 정도를 찾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뷰의 팀 오브라이언 보도국장은 "백악관 브리핑은 (기자들에게 기사를)스푼으로 떠먹여주는(spoon-feeding)자리이며, 트럼프는 습관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fabulist)란 사실을 언론인들이 기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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