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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되는 길환영 사장, KBS 근무 영욕의 33년

등록 2014.06.05 20:49:06수정 2016.12.28 12: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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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KBS 길환영(58) 부사장이 제20대 KBS 사장으로 취임했다.  23일 취임식에서 길 신임 사장은 "1981년 5월에 바로 이 자리에서 공채 8기 프로듀서로 KBS에 입사해 지난 32년간 선후배 동료 사원들과 제작 현장을 뛰어 온 지난 날들이 생각나고 벅찬 감회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내년은 공사출범 40년이 되는 해로 이처럼 뜻깊은 때에 공사 역사상 최초로 합법적이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내부승진 사장이 취임하게 된 것은 그동안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 KBS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참으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길 사장은 "숱한 외부 간섭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랑스런 우리 선후배 동료 사원들은 이제는 영향력 신뢰도 1위의 보도는 물론 세계적 수준의 다큐멘터리와 교양프로그램 그리고 고품격 예능, 드라마를 통해서 국가 기간방송으로서의 공적책무를 충실히 수행해 왔다"면서 "이러한 저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공사 40년을 맞는 2013년을 세계로 재도약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KBS를 둘러싼 내외부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도 짚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변화는 KBS의 위상과 경쟁력을 계속 위협하고, 방송구조 재편과 경쟁 심화로 KBS 위상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재원의 불안정으로 회사가 심각한 경영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수신료 현실화는 정치적 장벽에 막혀 좌절을 맛봐야 했고, 광고 매출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30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내부로는 갈등의 골이 깊어져 흔들리고, 사내에 보수와 진보로 일컬어지는 이념적 갈등, 보도 및 제작의 공정성 시비, 직종 이기주의 팽배와 선후배 직원간의 갈등이 있다."  7대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첫째 "국가기간방송으로서 KBS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다."  "KBS는 국가기간방송으로서 국민 화합, 조화로운 국가 발전, 민주적 여론형성의 공적책임에 충실해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정치적 중립은 결코 훼손돼서는 안될 가치"라며 "대선에서 역대 가장 공정한 선거 보도, 방송을 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을 확고하게 견지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둘째 "제작조직을 새롭고 창의적인 콘텐츠 생산중심 조직으로 바꾸겠다."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재정위기"라며 "해법은 경쟁력 있는 최고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해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길로 콘텐츠 제작전문가 육성과 시스템에 대한 적극 지원, 국제 공동 제작 활성화, 글로벌 KBS 브랜드 및 콘텐츠 확산에도 KBS의 모든 역량을 모으겠다"고 전했다.  셋째 "수신료 현실화 재추진과 적극적인 재정 안정화가 필요하다."  수신료 인상에 관해서는 "추진 시기는 KBS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한 뒤,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며 수신료산정위원회가 조기에 구성이 되도록 정관계와 학계, 시민단체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공영방송을 향유하는 사회적 비용 개념을 충실히 이해시키고, 공정보도와 양질의 콘텐츠 서비스를 통해 수신료에 대한 국민 감동적인 인식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알렸다.  재정 안정화에 대해서는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없는 가운데 주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느라 생긴 3000억이 넘는 차입금 축소는 시급한 과제"라며 "국고지원 요구 등 가능한 방안 추진하고, 매각 가능한 자산의 처분, 예산의 토털리뷰와 긴축운영 등 차입금 축소를 위해 전사적 TF팀을 시급히 구성하는 등 모든 노력을 동원해 해결 해나가야 하겠다"고 설명했다.  넷째 "조직과 인력의 운용을 혁신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  "디지털 및 콘텐츠 생산 중심형 조직으로 직제를 개편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며 "대탕평 인사를 통해 그동안 소외되었던 능력 있는 직원을 과감하게 발탁해 중용하고, 적재적소에 적임자를 배치하며, 일과 성과를 중시하고, 엄정한 신상필벌을 통한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해 나가겠다"고 공개했다.  다섯째 "올해말 디지털 전환 완료 이후 우리 KBS는 차세대 방송전략에 대해서 사회적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디지털 전환 완료 후 700㎒ 주파수 대역의 처리문제는 방통위가 공식 입장을 유보한 상태이지만 난시청해소와 UHTV 등 차세대 방송의 공적책무를 위해서 지상파 방송이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수신료 동결과 광고재원 축소로 불안한 재정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경쟁력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해 콘텐츠 가치를 극대화하는 N스크린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고 특기했다.  여섯째 "지역방송을 실질적으로 활성화 시키겠다."  "지역 균형발전의 추세에 맞춰 지역민의 정보격차 해소와 지역문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역국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 프로그램의 전국방송을 확대하며 편성비율을 대폭 늘리는 편성정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일곱째 "상생의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   "노사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의 의견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노사문화 정착이 정말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이사회 면접에서도 KBS보도와 방송의 자율성과 공정성에 관한 질문도 있었지만 전체 구성원이 의견을 모은다면 제작과 보도의 자율성과 공정성을 위해서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권이 훼손되지 않고 양측이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함께 찾을 용의가 있다"며 "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인 논의는 TF팀을 구성해서 담당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자신을 '김인규 아바타'로 지칭하면서 반발한 KBS노조(제1노조), 언론노조 KBS본부(본부노조, 새노조, 제2노조)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길 사장은 "공영방송 40년을 앞두고 우리는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한 곳에 모으듯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회사의 모든 사원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노사관계의 새 출발과 대화합을 위해 필요하다면 과거 10여년간 한번도 시행되지 않았던 특별대사면을 적극 검토하겠다. 대통합과 노사 상생을 위해 사원여러분과 노동조합의 아낌없는 지원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노조측에 손을 내밀었다.   특히 "나는 KBS 출신으로서 재직 중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되는 첫 번째 사례"라며 "그동안 KBS로부터 받은 많은 사랑을 모두 돌려 드린다는 각오로 KBS를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고자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길 사장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KBS 공채 8기로 입사했다. 프랑스 파리 주재 PD특파원, 대전방송총국장, TV제작본부장, 콘텐츠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9월부터 부사장을 맡았다. 최초의 공채 PD 출신 사장이다.  한편, 길 사장의 취임식은 26일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이날 오후 3시로 앞당겨졌다. KBS는 "대선을 앞두고 이틀간 공영방송 사장의 공백을 가질 수 없어서 부득이 이날 취임식을 가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임에 반대하는 노조를 의식,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 노조는 26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ace@newsis.com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KBS 이사회가 해임 제청안을 가결한 길환영(60) 사장은 KBS 재직 중 내부 승진을 통해 선출된 첫 사장이자 KBS PD 출신 1호 사장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해임까지 대통령의 재가만을 남겨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 3월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된 김시곤(54) 전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에서 촉발된 KBS 사태가 '길 사장의 KBS 보도 독립성 침해' '청와대 보도 개입 의혹' 등으로 번졌다.

 길 사장은 사내 담화, 일부 일간지 광고, 기자 간담회, 이사회 등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부인했다. '좌파 노조' '직종 이기주의' 등의 표현으로 양대 노조의 파업, 기자협회의 제작거부 등에 맞섰지만 PD협회가 길 사장을 제명하며 힘이 빠졌다.

 국장·부장급 간부들도 대거 보직에서 물러나며 길 사장과 맞섰다. TV본부 간부의 '프로그램 제작 개입'과 관련된 추가 폭로도 나왔다.

 기자협회와 PD협회의 제작거부와 파업이 이어지며 KBS의 일부 프로그램이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방송사들이 작심하고 역량을 뽐내는 6·4 지방선거방송은 일부 제작 인력만 투입된 채 초라하게 진행됐다.

 KBS 이사회는 거듭되는 보직사퇴와 퇴진 촉구 성명 등을 근거로 길 사장이 리더십을 잃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브라질월드컵 방송이 차질을 빚을 경우 KBS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영향을 끼쳤다.

【청주=뉴시스】박재원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충북지부와 KBS노동조합 충북지부는 5일 청주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파에 함몰돼 공영방송의 제역할을 하지 못하는 길환영 사장은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2014.06.05.  pjw@newsis.com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인 길 사장은 1981년 KBS에 입사했다. 파리 주재 PD 특파원과 대전방송총국장, TV제작본부장, 콘텐츠본부장 등을 지내고 지난해 9월 KBS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길 사장은 후보자 지명 당시에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의 반발을 샀다. 콘텐츠본부장 시절인 2011년 새노조의 신임 투표에서 재적 대비 불신임률 80%에 육박하는 등 불신임이 상당했다.

 새노조는 당시 길 후보자가 특집 다큐멘터리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제1공화국'과 이병철 탄생 100주년 '열린 음악회' 등을 만들고 천안함 모금, G20 특집 프로그램을 과다 편성하는 등 MB 정권 편향에 앞장섰다고 비판했다.

 길 사장의 취임 당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도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일으킨 '5적' 중 한 명이라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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