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SK, 도시바 인수전에 제동 걸리나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최순실 게이트'로 검찰의 칼날이 SK그룹을 향하면서 SK하이닉스의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20일 "SK하이닉스가 의사를 밝힌 만큼 도시바 인수전에는 뛰어들겠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 압박에 놓인 최태원 회장의 유동적인 대처가 힘들 것으로 보여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인수전에서는 오너의 결단이 막대한 영향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며 "SK가 회사 입장에서 다양한 사안을 검토하겠지만 '오너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악재를 만났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전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어 연합전 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전에 들어갈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자 다양한 방법을 놓고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도시바 인수전에 직접 뛰어들거나 참가하는 입찰 기업을 제한할 수 있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까닭이다. 매각 액수도 최소 10조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는 것이 부담을 더하고 있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을 불러올 로봇공학, 인공지능(AI), 커넥티트기기 등에서 기본 축이 되는 부품이다.
이에 일본 정부가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과 관련해 기술 유출과 안보 위협을 이유로 입찰 기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의료 장비 및 카메라 제조업체 올림푸스가 지분을 매각할 때 올림푸스의 광학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외환·대외 무역법'으로 인수전에 개입하기도 했다.
당초 매각 부분은 19.9% 지분이었지만 도시바는 경영권까지 추가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아직까지 최종 조건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장에 나올 지분은 최소 50%를 넘길 예정이다. 100%라는 조건이 붙으면 가격은 20조원 이상으로 훌쩍 뛸 전망이다.
반도체 사업부는 지난해 도시바 매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가치 있는 자산이다. 지난해 도시바는 5조6700억엔(약 56조638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바 있다.
도시바 인수전에는 한국의 SK하이닉스, 애플 제품의 조립업체로 유명한 대만 폭스콘의 모회사 홍하이그룹,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칭화유니그룹 등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 기업으로는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베인캐피탈이 도시바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데 마이크론은 2013년 일본의 D램 업체 엘피다를 인수한 경험이 있고,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와 합작공장을 세우며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인캐피털, 실버레이크파트너스, KKR 등의 펀드도 인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의 핵심 낸드 생산거점인 일본 요카이치 공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도시바의 최대 우방 중 하나인 샌디스크를 지난해 인수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4조원 정도다. 독자 인수는 힘들다는 얘기다.
SK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지원, 단독 인수에 참여할 수 있지만 '승자의 저주' 역시 고려해야 된다. 이에 사모펀드(PEF) 구성이나 재무적투자자(FI) 유치를 통한 인수방안도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회장은 각별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어 홍하이그룹과 SK하이닉스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훙하이는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지분 3.5%를 보유한 4대 주주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다 각국 정부와의 관계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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