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민유숙, 상습 체납·전관 예우·정치적 중립성 공방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법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참석한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7.12.20. [email protected]
◇민유숙 "상습 체납·교통법규 위반, 송구스럽고 사과"
민 후보자는 자신과 배우자의 상습 체납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했다. 그는 '엄청나게 교통법규를 위반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고 서면 답변했다. 세금 체납한 적 있냐니까 해당사항이 없다고 했다'는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의 추궁에 "송구스럽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단 "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나 실제로 차량 운행을 하면서 (교통법규) 위반은 두어 차례였고 다른 것은 배우자 또는 배우자 사무실 운전기사가 운전하면서 위반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민 후보자는 '과태료 부과는 모를수도 있다. 압류는 통지가 되는데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신보라 의원의 추궁에 "그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그런 말씀 드리는 것으로 변명한다는 것은 제 자신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배우자가 후보자 명의로 등록된 차량을 운행했다는 것인가'라는 한국당 홍일표 청문위원장의 지적에 "그렇다"고 답했다.
민 후보자는 "2006년까지는 제가 운전하면서 출퇴근했다"며 "2007년 서울서부지법 발령 이후 거의 지하철로 출퇴근했다. 2011년부터는 고등지법 관용차가 나왔다. 제 명의 차량도 거의 배우자가 사용했다"고 부연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민 후보자와 배우자인 문병호 전 의원은 1989년부터 현재까지 자동차 세금과 과태료 등을 상습적으로 체납해 25차례나 차량이 압류 당했다.
◇주광덕 "민유숙, 청탁 받고 보석 허가" vs 민유숙 "기억 나지 않아"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가 1994년 광주지법 재직 중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피의자에게 보석을 허가했다고 주장했다. 민 후보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민 후보자가 광주지법 재직 중 휴가간 형사단독 판사를 대리해) 심야 중앙선 침범 사망사건 피의자에 대해 보석을 허가했다"며 "(해당 판사가) 다그치면서 손찌검을 하려고 하니 사실 변호사 부탁을 받고 했다고 실토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런일이 있고 나서 해당 변호사가 복직 판사방에 찾아와서 사실 내가 청탁한 사건인데 좀 봐달라고 사정했다"고도 폭로했다. 주 의원은 관련 의혹에 대해 증인 출석도 요청했다.
민 후보자는 "재판장이 갑자기 병가를 내서 그 병가기간 동안 대직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대직하면서 보석허가 한 거도 있는 것 같은데 주 의원 말처럼 어떤 특정사건에 대해 보석허가를 했느냐 안했느냐는 기억이 전혀 안난다"고 주장했다.
민 후보자는 '보석처리한 것은 기억이 나느냐'고 홍일표 청문위원장이 확인하자 "보석처리한 것은 기억이 나지만 어느 사건인지 기억이 안난다. 특정 사건은 전혀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민 후보자는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손지검 할 정도 항의면 기억나지 않을 수 없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을 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해당) 판사와 원래 편안한 관계도 아니고 아예 방을 같이 쓰지 않았다"며 "가운데 부속실만 (같이) 쓰고 다른방을 써서 교류가 거의 없었다. 사건만 인수인계 해드리고 저는 제사건을 그대로 맡았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민유숙, 정치적 중립성 의심" vs 민주·국민 "문제 없어"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의 배우자, 과거 판결 등을 놓고 정치적 중립성 공방도 벌어졌다.
민 후보자 배우자는 문병호 전 민주당 의원으로 현재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다. 민 후보자는 2013년 최동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편집위원장 항소심을 소송 지휘하면서 방청석에 있는 범민련 간부 등에게 최 위원장 변론 기회를 준 바 있다.
백승주 한국당 의원은 "최동진 위원장 항소심에서 방청객에게 피고인을 위한 변론을 3차례 하게 해줬다"며 "이전 재판도 이렇게 했는지 보니까 그런적이 없다. 이 재판만 3차례나 방청객에게 변론기회를 줬다"고 공정성을 문제삼았다. 최 위원장은 이미경 전 민주당 의원 보좌관이다.
민 후보자는 "지적 취지는 잘 알겠다"며 "저는 그당시에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맡았고 백 의원이 지적한 사건을 비롯해 굉장히 많은 성폭력 사건을 진행했다. 대부분 구속사건이었고 피고인을 위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했는지 늘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성폭력 전담 재판하면서 피고인 가족에게 변소할 기회를 주다보니 그런 관행에 따라 했다는 것이냐'는 홍일표 청문위원장의 확인에 "그 사건만 그런게 아니라 제가 진행한 모든 사건에 그런 답변을 주는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확인했다.
같은당 신보라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는 방청권을 준 이유가 뭐냐니까 '방청객에 있는 분들은 피고인을 쳐다보는데 그날은 저를 계속 쳐다보고 손을 들려고 해서 말을 해보라'고 했다"며 "아까는 성폭력 재판부 맡아서 늘 그래서 그랬다고 했는데 그 답변과 너무 다른 답변이다. 당시 후보자가 지금 기억을 각색해서 편의에 맞게 말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 후보자는 "신문기자와 말할때는 전부 다 말했다"며 "기사화하는 과정에서 다 드린 말씀을 다 담지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민 후보자 배우자 관련 현안에 있어서는 대오를 같이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민 후보자가) 배우자 선거사무소 개소식,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선거 당일 개표에 한번도 안 갔다"며 "그래서 주변에서 이혼한 것 아니냐. 지독하다는 소리도 들었다"고 지원사격에 나섰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도 "후보자 남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대통령이 속한 정당에 많은 비난을 했다"며 "임명 동의안을 대통령이 보낸 것을 보면 정치적 대립이 있지만 후보자 역량으로 임명 절차가 이뤄진 것으로 본다"고 옹호했다.
◇낙태죄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민 후보자는 형법상 낙태죄 폐지에 대해서는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 생명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낙태죄 형법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 논의보다는 어느 범위까지 낙태를 허용할 수 있느냐, 현재까지 엄격하고 제한된 낙태만 허용할 수 있느냐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성폭력 범죄에 있어 음주감경 폐지와 관련해서는 "형법 대원칙 중 하나인 심신미약 감경에서 음주만 배제하는 것은 입법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해석 면에서는 어렵다"고는 입장을 내놨다.
민 후보자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 기준 연령 인상에 대해서도 "연령 높이는것도 성폭력 근절과 피해자 보호측면에서 생각할 면은 있다"면서도 "그런데 성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된다. 미성년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부정할 수 있기 때문에 처벌적 측면만 고려하기 보다는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서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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