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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신 시진핑 믿었건만"...장기집권에 유럽 '실망'

등록 2018.03.05 1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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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28일 베이징에서 폐막한 제19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 참석해 중요강화를 하고 있다. 3중전회는 26~28일 사흘간 일정으로 열렸다. 2018.02.28 

【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28일 베이징에서 폐막한 제19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 참석해 중요강화를 하고 있다. 3중전회는 26~28일 사흘간 일정으로 열렸다. 2018.02.28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유럽연합(EU)은 한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신해 현존하는 국제 질서의 수호자가 돼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영구 집권 추진으로 이런 바람은 무용지물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중국 헌법의 연임 제한을 폐기하면서 중국이 국제 질서 유지를 위한 '책임감 있는 이해 당사자'가 될 것이란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월 취임 이후 EU의 근간을 이루는 다자 동맹과 무역을 경시하면서 유럽 관료와 기업가들은 중국이 미국 대신 앞장서 현재의 국제 시스템을 보호하리라 기대했다.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를 정면 비판하고, 개방을 통해 자유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 같은 희망은 더욱 커졌다.

 NYT는 1년이 지난 뒤 유럽 지도자들은 시 주석이 국제 시스템의 수호자가 아니라 또 다른 위협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며, 중국이 서구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라는 가치를 따르리라 믿는 이들은 이제 몇 없다고 지적했다.

 당초 기대와는 반대로 EU에서는 중국이 갈수록 군사적 공격 성향을 키우고 유럽, 특히 독일 같은 주요 무역 파트너들을 표적으로 전략적인 해외 투자를 펼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NYT는 EU가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만이라도 중국과 가까이 지내며 세계 질서와 안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시 주석의 영구 집권 추구로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오빌 셸은 "우리는 변곡점에 있다"며 "서구는 세계 속으로 나아가려는 중국의 시도를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중국에 기대를 걸면서도 내심 중국의 속내를 우려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그동안 미국이 맡아 온 외교정책 리더십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지난달 한 연설을 통해 "중국은 세계에 자신들의 도장을 찍으려고 한다. 인권과 개인의 자유에 기반한 우리의 국제 시스템이 아닌 중국식 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국들과 협력하고 있지만, 유럽이 중국에 대한 단일 전략을 고안하지 못한다면 결국엔 중국에 의해 분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의 앙겔라 스탄젤은 중국이 유럽에 '분열 지배'를 시도할 수 있다며 시 주석이 영구 집권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새로운 대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예컨대 독일과 프랑스는 중국으로부터 유럽 기업과 안보를 보다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투자 감독 규제가 필요하다고 EU 집행기구인 유럽위원회(EC)를 압박해 왔다.
 
 정치적으로는 극우 정당의 부상으로 서구 기득권 정치가 격변기에 빠진 상황인 데도 여전히 서구의 일부 관료들은 결국엔 중국의 시스템이 점차 서방처럼 민주화될 것이란 허황된 기대를 품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파리 정치대학의 프랑수아 고드망은 "누가 아직도 통합과 자유화라는 말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중국은 갈수록 노골적으로 민주주의와 시스템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대학 21세기 중국 연구소의 수잔 셔크는 중국의 레닌주의(소수 엘리트의 지배)화가 글로벌 통치 체계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진 알 수 없다며, 시 주석이 현 질서 안에서 야심을 채우도록 세계가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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