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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이 된 청년들①]집값 내려가는데 월세는 요지부동…2030은 주거난민

등록 2019.02.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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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월세 가장 높아…10~12월 변동 적어
주거비 부담·열악한 환경 "과거보다 심각한 수준"
정부 지원 청년가구 포용 못해…시 차원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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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뉴시스】강신욱 기자 =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 총학생회가 학교 주변 원룸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29일 오후 캠퍼스 내 게시대에 원룸 가격 개선을 바라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2018.03.29. ksw64@newsis.com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자취생은 포기하는 법부터 배우는 것 같아요. 깔끔한 방을 좋아하는데 그러려면 면적을 포기해야 합니다. 좀 더 넓은 방을 가려면 낡고 벌레가 나올 것 같은 방뿐이에요."

얼마전 용산구 효창동에 집을 구한 조모(25)씨는 월세를 감당할 수 있으면서도 위치가 좋고 안전한 집을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 7평짜리 집인데도 보증금 2000만원, 월세 50만원을 혼자 감당해야해 월급의 상당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한다.

좋은 집에 대한 환상은 버린 지는 오래다. 가격, 위치, 안전만 고려해도 가능한 범위의 집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조씨는 "자취를 할때는 조금씩 고루 갖춰져야 하는 조건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다 취하려고 하는 게 욕심처럼 느껴질때가 많다"며 "부모가 보증금을 내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면 저축은 포기하고 월세 내면서 살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서울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월세는 요지부동이다. 부동산 O2O 플랫폼 다방이 '2018년 서울시 월간 원룸 월세 추이'를 분석한 결과 월별 월세중 12월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는 전용면적 33㎡ 이하인 약 100만개 원룸 매물을 전수 조사한 뒤 보증금을 1000만원으로 일괄 조정해 산출됐다

특히 집값이 떨어지던 10~12월에도 월세는 계속해서 올랐다. 서울 월세는 9월 평균 50만원이었던데 비해 10월 52만원, 11월 54만원, 12월 54만원으로 증가했다. 강남4구 집값은 지난해 12월 0.21% 하락하며 지난 2013년 8월(-0.46%)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지만 월세는 변동이 없었다. 12월 평균 월세는 전월대비 강남(59만원)과 송파(52만원)는 그대로였고, 강동(50만원)은 4만원, 서초(68만원)는 11만원 증가했다.

스테이션3 데이터 분석센터 강규호 파트장은 "원룸 월세 시장은 아파트 전월세, 매매 시장과 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정책이나 부동산 시장의 영향보다는 주 타깃층인 2030세대의 대학 입학, 취업, 결혼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변동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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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18년 서울 원룸, 투·쓰리룸 월세 금액 변동 추이 (제공=다방)

월세는 요지부동인데 주거환경은 갈수록 열악하다. 신촌 대학가에서 자취하는 정모(28)씨는 "역이랑 가까우면 같은 가격이라도 집이 낡아 보일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거나 햇빛도 안 들어오고 그나마 살만하다고 생각하면 후미진 곳에 있다"며 "집을 알아보러 다니면 죽고 싶은 심정일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가구주 연령 만 20~34세에 해당하는 청년가구 대다수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돼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을 보면 주거 문제를 겪는 청년 가구는 약 69만가구로 전체 청년 가구(454만2068가구)의 15.2%다. 이중 서울에 38.2%가 살고 있다.

주거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 가구(8.3%)가 전체(15.2%)의 절반 이상이었다. 집의 면적이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거나 상·하수도 미비, 수세식 화장실, 목욕 시설 미비 등으로 품질 문제를 겪는 가구는 전체의 3.4%였다. 두 문제를 모두 경험하는 가구는 3.5%로 조사됐다.

김준형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오늘날 청년 주거문제는 과거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며 "은퇴후 필요자금의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자녀에게 보유 주택을 상속하지 않으려는 고령층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등 부모 세대의 주거 지원이 예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청년가구는 다른 가구 비해 가구 합산 소득이 적고 자력으로 자산을 형성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증금 마련과 월세 지출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마련하지 못하면 지하, 옥탑, 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환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한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1인가구를 겨냥해 월세 대출이 도입되었으나 이용률이 상당히 적고 동족방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돈을 주는 주거급여는 부양의무제 등으로 선정 기준이 엄격해 급증한 1인가구를 정책 대상으로 포용하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청년들의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청년전세임대주택'은 전세금 대출 이자가 고시원 월세보다 비싸 청년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수도권 행복주택은 직주근접성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거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 교수는 "외곽에 그린벨트를 개발하거나 신혼부부 희망타운을 만드는 등의 형태가 아니라 서울시 차원에서의 대책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국토교통부가 한발 물러서고 서울시에 힘을 실어줘 핵심적인 정책들을 개발하고 지역적으로 고민하는 형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y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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