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생산성혁명이 필수다]e커머스업계, 일 많을 때 시간을 쓰자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내년 1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 확대 적용된다. 정부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중소기업계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충분한 계도 기간을 두겠다"고 했다. 다만 주52시간 근무제가 유예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 300인 이상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근무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

회사들은 앞으로 줄어든 업무 시간 내에 과거와 같거나 비슷한 수준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고, 현재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커머스 업계도 마찬가지다. e커머스 업체 대부분은 지난해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로 일하면서 최대한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계속 노력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이면서 IT업이기도 한 회사 특성상 구성원 요구가 각기 달라 업무 방식에 관해 계속 논의 하며 조율해 가는 중"이라고 했다.

e커머스 업계가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뒤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한 공통 제도는 유연근무제다. 출퇴근 시간을 강제하기보다는 특정 기간에 정해진 업무 시간만 채우면 직원 각자 가장 컨디션이 좋은 때에 나와 일하고 퇴근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e커머스 업체엔 개발자 직군이 있다는 점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가장 큰 이유다.

IT 관련 업무는 특정 프로젝트에 들어가게 되면 일이 한꺼번에 몰릴 때가 있기 때문에 업무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지 않으면 정작 일을 더 해야 할 때 퇴근을 할 수밖에 없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업계 유연근무제는 사실상 개발자를 위한 제도"라고도 했다.

일례로 G마켓·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2주 80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집중근무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일을 하기만 하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사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같은 근무 방식에 만족한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11번가도 똑같이 2주 80시간 근무제를 활용 중이다. 다른 점은 집중근무시간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로 이베이코리아보다 짧다는 점이다. 티몬도 일주일에 40시간만 채우기만 하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운영 중이다.

업무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또 다른 조치는 불필요한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이다. 무의미한 회의를 줄이고, 대면 보고가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엔 메신저를 통해 대화해 의사결정 과정을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인 부분인데, 하루에 기본 8시간 일하는 시스템 하에서 하루에 회의를 두 번 이상하고, 보고 하기 위해 시간 낭비하기 시작하면 정작 일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쿠팡·11번가 등은 사내용 메신저 프로그램인 '슬랙'(Slack)을 도입해 커뮤니케이션에 걸리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가고 있다. 11번가의 경우 퇴근 직전 회의는 하지 않는 걸 기본으로 한다. 특별한 사안이 있지 않는 한 회의는 하루에 한 번을 넘기지 않는 것도 e커머스 업계 공통 사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신저 대화 자체도 최대한 압축적으로 하려고 모두가 노력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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