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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여정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임명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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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3-04 09:16:10
3일 발표한 김여정 명의 청와대 비난 담화문
통일전선부가 작성하고 김여정이 고친 흔적 뚜렷
부패 만연한 노동당 권력층 숙정 작업 진행중
권한 막강해 부패 가능성 큰 선전선동부에서 빠지고
남북관계 경색으로 책임질 일 없는 통전부로 옮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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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12일 오후 경기도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고 이희호 여사 조화를 전달 받기 위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9.06.12. (사진=통일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 연말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당시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으로 나왔던 김여정이 지난 28일 노동당 정치국확대회의에서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여정은 3일 밤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명의의 대남 담화를 발표하고 청와대의 북한 군사훈련 비판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었다.

이와관련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자신의 명의로 대남 담화문을 발표한 전례가 없었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는 제목부터 '저능한'이라는 단어를 쓰는 등 저속하고 비열한 표현이 가득한 것으로 미뤄 담화문은 전체적으로 북한 통일전선부가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전형적인 글투로 돼 있다.

그러나 담화문 뒷부분에는 통일전선부라면 사용하지 않을 법한 문장들이 포함돼 있다.

앞 문장에서 "청와대의 비론리적이고 저능한 사고"라는 표현을 쓴 뒤 "이 말에 기분이 몹시 상하겠지만"이라고 유보적 단서를 달아 스스로 과도한 표현임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더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맞설수는 없을가"라는 문장과 "정말 유감스럽고 실망스럽지만 대통령의 직접적인 립장표명이 아닌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것이다"라는 문장도 통일전선부가 사용할 법한 표현이 아니다.

특히 통일전선부가 대남 비난에서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일 역시 예외적인 일로 '남조선 당국자' 등의 간접적 표현을 사용해왔다. 

과거 남북대립이 심했던 시기에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북한 통일전선부는 '역적 패당'이라고 지칭하면서 '대통령'이라는 표현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3일 김여정의 담화는 통일전선부 대남 담화문 담당자들이 작성한 원고에 김여정이 자신의 표현을 직접 써넣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같은 추정에 근거할 때 김여정이 지난 28일의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통전부 제1부부장으로 보직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커 보이며 김정은 위원장의 친동생이라는 위상을 안고 대남문제를 사실상 총괄하게 될 전망이다.

김여정의 이같은 보직 변경의 배경으로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동생 김경희가 경공업부장으로 정치국원 대우를 받았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김경희가 맡았던 경공업부장 자리는 북한 경제 전반을 다루지 않기에 책임이 크지 않지만 주요 부서의 책임자라는 특권 신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자리였다.

당시 김경희는 김정일의 누이동생이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경제 전반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은 지지 않는 방식으로 처세했었다.

예컨대 박봉주 전 총리가 2003년 처음 총리가 될 당시 김경희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미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봉주 전 총리는 김경희 경공업부장 밑에서 부부장을 한 인연이 있다.

김여정이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됐다면 김경희와 마찬가지로 김정은의 누이동생이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대남문제를 실질적으로 총괄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 방식으로 처신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자리를 그만두었다면 이 역시 김여정이 만일의 사태가 벌어져 책임을 져야하는 가능성을 경계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선전선동부는 조직지도부와 함께 북한에서 가장 중요하고 광범위한 기능을 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부서다.

특히 김정은의 3대 세습을 정당화하고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실추된 김정은위원장의 권위를 회복시키는 등의 작업을 하면서 최근 선전선동부의 비중과 권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지고 있다.

비중이 큰 만큼 예기치 못한 사고나 정책 실수로 인해 책임져야할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김여정을 이런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통일전선부로 보직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북한은 남북관계를 사실상 완전히 차단한 상태여서 통일전선부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다른 어떤 부서보다도 적다.

한편 지난 28일의 정치국확대회의에서 리만건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농업부장이 부정부패 혐의로 해임된 사건도 김여정의 보직 변경 가능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북한에서 조직지도부장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다.

그런 사람이 부패사건에 연루돼 해임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북한 권력층 내에 부패 현상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리만건부장이 김일성고급당학교 운영과정에서 벌어진 부정부패행위 1건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고 해임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박태덕 농업 담당 부위원장을 해임한 일 역시 노동당 주요 부서 전체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음을 추정케 한다. 

이는 조직지도부 못지 않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선전선동부 역시 부패가 만연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결국 김여정이 제1부부장으로서 사실상 선전선동부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선전선동부에 대한 숙정을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며 김여정이 통일전선부로 보직을 바꾼 뒤 선전선동부에 대한 숙정작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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