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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듣다]10년간 정체된 회사...'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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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21 06:00:00
이동채 대표, 2007년 병원 의료기기 사업으로 창업
재무회계 문제 불거지자 직원들이 "사장님이 떠나세요"
1년마다 제품개발해 팔고, 다시 개발하는 패턴 10년..회사는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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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동채 대표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재무회계 문제가 불거지자 직원들이 배신을 했고, 회사는 정체돼 있었다. 당시엔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지겹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표주연 기자 = "재무회계 문제가 불거지자 직원들이 배신을 했고, 회사는 정체 상태였다. 당시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지겹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동채(44) 테라시스디앤씨 대표는 병원 관련 기기제조업 회사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 회사는 문을 닫고, 그동안 쌓은 노하우로 아예 회사를 차려보자는 생각을 했다. 영업업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기를 이해하게 됐고 개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 디오씨스를 설립했다. 처음 만든 장비는 여드름, 간단한 피부 트러블 등을 치료하는 피부레이저 장비였다. 

 제품 개발에 약 6개월이 걸렸다. 6000만원 가량 투자됐다. 그나마 이전 회사에서 개발하던 제품이었고, 기술자들도 유지했기 때문에 시간과 돈이 단축됐다. 개발과 운영비 등으로 준비한 자금은 9000만원 정도였다.

처음 회사 운영은 굉장히 힘들었다. '2000만원에 만들어 3000만원에 팔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운영은 달랐다. 운영비, 급여, 임대료, 사무실 비품 비용 등 생각보다 꽤 많은 비용이 들었다. 게다가 개발에는 더 큰 돈이 투자됐다. 이 대표는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본인이 예상한 예산보다 50%는 더 잡는게 좋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고 돌아봤다.

이 대표는 당초 투자금 9000만원으로 3개월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예상은 빗나갔다. 개발이 지연되거나 인허가 인증에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의 변수가 생겼다.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다.

제품을 개발하고 첫 2개월 매출이 0원이었다. 신생사다 보니 평소에 알고 지내던 병원까지도 제품을 구매를 꺼렸다. 그러다 통장 잔고에 200만원 정도가 남았을 때 운이 좋게 장비 3대가 팔렸다. 이 3대 판매로 약 1억10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

첫 판매로 '총알'이 들어오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제품 제조를 맡긴 외부업체가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자재 가격이 올랐다는 게 이유다. 50% 인상을 요구했다. 거절할 경우 거래를 끊겠다고 겁을 줬다. 결국 가격은 올랐고, 생산을 유지했다.

이처럼 어려움에도 창업 첫해 총 7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 이후에도 약 1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며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재무회계 분야가 발목을 잡았다. 영업과 개발만 하다 보니 재무회계 분야는 전혀 몰랐다. 중국업체와 거래를 하면서 계산서를 누락한 게 '무자료거래'가 됐다. 문제는 직원 중 일부가 이 문제를 들고 이 대표에게 회사를 떠나라며 협박했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이 대표는 극도의 '매너리즘'에 빠졌다. 그는 "당시엔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지겹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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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동채 대표는  2007년 디오씨스라는 회사를 차려 '레이저큐레이'라는 피부레이저 장비를 만들었다.
언뜻 '매너리즘'에 빠져 창업자가 회사를 접는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정체된 회사의 상황, 직원에 대한 배신감 등이 종합된 당시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당시 이 대표는 제품 1개를 개발해서 1년 팔고, 다시 다른 제품을 개발해서 약 1년을 판매했다. 10년동안 같은 일은 반복됐다. 회사의 성장은 이뤄지지 못했다. 매출은 10억원 안팎에서 계속 유지됐다. 똑같은 패턴의 반복이었다. 이렇게 된 데는 애초부터 시장파악을 잘 못한 이유가 컸다. 실수요자들의 니즈보다는, 만드는 사람 위주의 개발과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던 것이다. 수요조사조차 변변찮게 해본 적이 없었다.

이 대표는 "딱 10억원 매출이 가능한 아이템을 만들었던 것 같다. 그 정도 시장사이즈로만 제품을 다뤄본 것"이라며 "이걸 만드는데 경쟁사가 몇개인지, 얼마에 팔 수 있는지 등을 대부분 내 주관에 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종의 자기만족 상태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회사의 정체, 하락세도 뚜렷했다. 제품을 만드는 비용은 계속 올랐다. 이익이 나긴 하지만 점점 힘들어지는 게 보였다. 이 때 이 대표는 "(이 회사를 계속 가지고는)성공을 못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2017년 폐업했다.

6개월 정도 휴식을 가졌다. 이후 이 대표는 기존에 구상했던 제품을 개발해 테라시스디앤씨라는 현재 회사로 다시 창업에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무좀 치료 관련 레이저기기다.

새 창업에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하려고 상당히 노력했다. 가장 변한 건 시장조사다. 구매자인 병원측을 여러 번 만나서 의견을 물었다. 병원측이 '정말 괜찮을 것 같다'는 방향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최종 제품을 두고는 이 대표가 의견을 들은 병원 10명 곳이 모두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제품이 출시되자 이 병원들은 3500만원짜리 제품을 모두 구매했다.

직원들에게도 상당히 조심스럽다. 이전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받았던 상처가 남아있었다. 섣불리 직원을 늘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최소인원으로 회사를 운영할 계획이다. 직원들과 문제 생길만한 일은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예로 회계처리는 직원을 따로 두고 자체적으로 매일 확인만 했다.

초보창업자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이 대표는 "마음이 맞는 한명 정도와 일을 하는 게 좋다. 인원을 처음부터 늘리지 마라"고 말했다. 제품을 개발해서 매출이 생기기 전까지는 비용을 최대한 줄일것을 청했다. 이 대표는 "창업에 필요한 예산도 아주 보수적으로 잡아야한다"며 "내가 필요할거 같다고 생각한 예산보다 50~100%는 더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대표는 "창업자라면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알아야 한다"며 "회계, 인사, 노무 등 법률적인것도 알아야하고, 그래서 공부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이걸 모르면) 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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