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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예술에 장르가 어디있나요?"…'자파리' 연출 민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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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11 10:00:00  |  수정 2020-07-11 13:37:42
현대무용가 김설진의 모노드라마 '자파리', 15~19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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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공연 '자파리'의 연출가 민준호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대표(사진=세종문화회관/지니포토 제공)2020.07.1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2017년 이효리의 춤 선생으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현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김설진.
 
사실 그가 대중에게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린 것은 2014년 방영된 Mnet 경연프로그램 '댄싱9'을 통해서다. 이 프로그램의 시즌 2, 3에 모두 출연한 김설진은 시즌2 출연 당시 소속 팀인 블루아이의 우승과 함께 개인 MVP로 선정됐다. 시즌3에서는 팀장으로 참가, 블루아이 팀을 또 다시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이 전위적인(예술이 혁신적이고 급진적임) 예술가가 세계적인 벨기에의 현대무용단 '피핑톰'의 단원이라는 점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현대무용가 김설진, 그가 모노드라마 '자파리'로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관객을 찾는다.

이 공연을 연출한 민준호(43)씨는 배우 이희준, 진선규 등을 배출한 '(극단)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대표다. 그는 또 김설진과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하는 벗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연기를 전공한 민 대표는 학부 시절 무용 수업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학부 졸업 후 그는 동대 무용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춤을 배우기 위해 찾은 미국에서 그는 한국의 전형화되고 규범 지어진 공연문화에 신물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와 '간다'를 결성해 초(超)장르적인 공연을 내놓았다. 그의 첫 연출작은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다.

"뮤지컬이긴 한데, 움직임과 소리로만 무대를 만들었다. 뮤지컬인데 무대가 없고, BGM(배경음악)도 사람이 내고, 나무나 동굴도 사람이 연기했다. 우리 무대는 무조건 달라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니, 그게 차별성이 돼 16년이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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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설진 '섬'. 2020.04.28. (사진 = 옥상훈 제공) photo@newsis.com
모노드라마 '자파리'에는 이러한 민 대표의 생각을 공유하는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안무가 겸 출연자로 참여한다. '자파리'는 '장난'을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으로, 공연은 '자파리'와 '예술'의 관계를 다룬다. 김설진은 '프로세싱'(설정)만 따를 뿐 짜여진 안무 동작없이 즉흥적으로 공연 시간을 채울 예정이다. 

민준호 대표는 "김설진은 단순히 무용수라고 말하면 안 되는 친구다. 순간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움직임으로 만드는 '궁극적인 댄서' 정도로 말하고 싶다. 자칭 '무버(Mover)'(움직이는 사람)라고 하더라. 그가 만든 크리에이터 그룹 이름도 그래서 '무버'"라고 김설진을 정의했다.

'자파리'라는 공연 제목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자파리'는 단순한 '장난'보다 어른들이 보기에 장난인 것을 뜻한다. 여기서 '어른들이 보기에'가 중요한데, 우리가 장난을 치다 보면 어른들이 볼 때 '뭐하는 놈이냐' 혹은 '예술이다' 두 가지 극과 극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도해야 하는 창작자들에게 자파리는 의무와도 같다. 새로움을 발견하는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등 쓸모없어 보이는 이 자파리가 예술의 근간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예술가한테 자파리가 무엇인지를 탐구에 무대에서 보여주고자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민 대표는 "이러한 복잡한 계산이나 생각없이 와서, 관객이 받아들이게 되는 그 자체가 이 공연의 주제"라며 공연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해석해 달라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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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공연 '자파리'의 연출가 민준호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대표(사진=세종문화회관/지니포토 제공)2020.07.10 photo@newsis.com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설진, 민준호 두 인물은 모두 '예술을 특정 분류로 규정지어지는 것'에 반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이 만들 무대가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보다 '움직임극', '극무용' 등의 생소한 단어로 불리기를 바란다. 

"설진이는 짜여진 안무를 안 좋아할 뿐더라 실제로 안무를 짜지도 않는다. 그래서 '무용'이라고 하기보다 '움직임(무빙)'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또 무용이지만 극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무용극'보다 '극무용'이라고 부르고 싶다. '농도 짙은 움직임을 보겠다'거나 '연극을 보겠다'라는 생각으로 오시는 게(제 마음이)더 편할 것 같다.설진이는 (이러한 탈(脫)장르적 시각에서)움직임과 연기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김설진은 몇 해 전부터 연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2017년 JTBC 단편영화 '그대 없이는 못살아'를 시작으로 래퍼 우원재의 'CASH'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화제작 '아스달 연대기'에도 얼굴을 비쳤다. 갑작스런 그의 행보에 당황했을 팬들에게 해명을 하자면, 그에게 있어 연기와 춤(움직임)은 다를 게 없는 예술의 한 형태일 뿐이다.

'예술 분류에 대한 저항정신'만큼 김설진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단어는 '즉흥성'이다. 김설진은 '공연은 미리 짜여진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을 거부하고, 과거에 선배들이 구축해 놓은 유산을 지키기보다 자신만의 유산을 만들어 가는 데 몰두한다.

"저도 무용을 전공했지만 무용 공연을 보다 보면 과거를 답습하기만 한다는 생각도 종종 든다. '이런 장르는 이렇게 돼야 해' 이런 생각이 박혀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동작, 어디서 배운 듯한 동작들을 무용에서도 자꾸 반복하게 되는 것 같다."

"(이와 달리)설진이에게는 '설정'을 주는 게 중요하다. 음악이 흐르고(그가 표현할)감정에 대해 설명하면 즉흥적으로(움직임을)해낸다. 예술을 하면 보통 누군가에게 예술을 사사하고(가르침을 받고) '예술가로서 살아갈 무기'를 얻게 된다. 설진이는 '살아갈 맛'을 먼저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무기를 얻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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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세종문화회관이 2020년 '컨템포러리S' 프로그램으로 '자파리'를 오는 7월15일부터 19일까지 S씨어터 무대에 올린다.(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2020.06.18 photo@newsis.com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민 대표는 외려 김설진을 처음 접하는 관객, 무용극을 처음보는 관객이 공연을 가장 잘 즐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일방적으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옛날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관객은 공연을 보는 이유가 너무 한정적이다. 설진이에 대한 편견, 무용에 대한 편견, 테크닉 면에서의 춤에 대한 평가 등을 걷어 내고 보신다면 오히려 작품을 '내 것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의 2020년 '컨템포러리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된 '자파리'는 15~19일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3시에 관객을 찾는다. '컨템포러리S'는 지난 2018년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개관한 S씨어터에서 선보이는 실험적 작품을 위한 시리즈 기획 프로그램이다. 공연장인 'S씨어터'는 연출 의도에 따라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창의적 시도를 할 수 있는 가변형 극장으로, 아티스트들이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관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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