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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계부채 대책 유턴...선거따라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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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4-21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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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선거에서의 참패가 뼈아프긴 한가 보다. 지난 4년간 꿈쩍도 않던 정부의 대출 정책이 4·7 재보궐 선거 이후 급격하게 방향을 틀고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기치로 내걸고 각종 세 부담을 높여왔다. 동시에 아무나 쉽게 집을 살 수 없도록 대출도 어렵게 만들었다. 심지어 돈을 갚을 능력이 충분한 고신용·고소득자들에 대한 대출도 차단해 버렸다.

덕분에 지난 4년간 부동산 시장에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과 '벼락거지'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집값은 뛰어올랐는데, 대출조차 받기 어려워져 '내집 마련'의 꿈이 더 아득해져 버린 결과다.

1주택자들도 속 타긴 마찬가지다. 수도권 집값이 전체적으로 오른 데다 대출도 막혀 더 넓은 평수로, 더 좋은 동네로 '갈아타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정부가 집 값 상승의 원인으로 '투기세력'을 지목하고 이들과의 전쟁을 벌였지만, 정작 피해를 본 것은 '투기꾼'이 아닌 '실수요자'들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초지일관 집 값 폭등의 탓을 '투기세력'으로 돌렸다. 투기 세력을 뿌리 뽑으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희망을 놓지 않고 다주택자들을 계속해서 조였다.

하지만 집 값 폭등은 멈추지 않았고 금융당국은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란 초강수까지 뒀다. 정권 초기 다주택자, 법인을 겨냥했던 대출 정책은 급기야 1주택·무주택자들까지 범위를 넓혀갔다.

사실 금융당국 내부적으로는 그간 현 정권의 대출 규제 방향에 대한 회의론이 컸다. 일단 기본적으로 상환능력이 있는 이들에 대출을 내주는 기본 원칙을 굳이 거스를 필요가 있는 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현 정부가 내린 어떠한 처방도 약발이 먹히지 않자, 금융당국도 점점 더 센 규제로 응답할 수 밖에 없었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출규제 수위가 점점 높아질 수록 부작용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애초에 15억원 이상 주담대 금지와 같이 시장원리와 괴리가 큰 정책을 남발한 것이 문제"라며 "이 때문에 충분히 상환 능력이 있는 이들도 집을 사지 못해 전월세 시장마저 교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평했다.

그런데 여권은 이제 대출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다고 한다. 청년층과 무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한 우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상환능력을 감안해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하는 이들에겐 LTV 적용 비율을 90%까지도 높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물론 지금이라도 실패를 자인하고, 개선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가계부채 대책이 표심을 되찾기 위한 '선심성' 대책으로 전락해 버렸다는 점에서 마냥 기뻐할 수도 없다. 더군다나 정부와 여당은 지난 4년간 '일관된 정책 기조'를 이유로 여론과 시장의 규제 완화 요구를 일축해 온 전적이 있다.

가계부채 관리방안 취지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불어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DSR 강화로 대출총량을 제한해 지난해 8%대까지 치솟은 가계부채 증가율을 내년엔 코로나 이전 수준인 4%대로 되돌리겠다는 목표에서 논의돼 왔다.

그러나 성난 민심에 놀란 여권의 갑작스런 '유턴'에 금융당국은 당장 정책의 기본 틀마저 대폭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가계 빚 문제에 둔감했던 전 정부의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만간 발표될 가계부채 보도자료의 '야마(주제)'가 원래대로 '대출규제 강화'가 될지, 아님 '대출규제 완화'로 바뀔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뚜렷한 원칙과 철학 없이 정책에 변화를 주는 것은, 오히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뿐이라는 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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