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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도' 6080 여배우' 시대…박정자·손숙·윤석화 등 "아직 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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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07 05:00:00  |  수정 2021-05-17 09: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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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해롤드와 모드' 박정자. 2021.05.06. (사진 = 신시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윤여정(76)이 한국배우 처음으로 미국 오스카 상을 거머쥔 뒤 연극계에서도 '6080 여배우'를 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박정자(79)·손숙(77)·김성녀(71)·예수정(66)·윤석화(65)가 대표적이다. 이들도 윤여정처럼, 전성기 못지 않게 60대 이후에도 꾸준히 재발견되고 있다. 윤여정의 덕목으로 손꼽히는 성실, 소신, 유머를 역시 갖춘 배우들이다.

1962년 이화여대 문리대 연극반 시절 '페드라'로 데뷔한 박정자는 지금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쉼 없이 연극무대에 섰다. 현재 대학로 키워드 중 하나는 배역의 성별에 상관 없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젠더 프리'인데, 박정자는 약 20년 전 이미 연극 '에쿠우스'의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 역을 맡은 최초의 여자 배우였다.

올해 팔순을 맞이한 그녀는 현재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 자신과 나이가 같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80세 '모드'를 맡아 열연하고 있다.

손숙은 1964년 연극 '상복을 입은 엘렉트라'로 데뷔한 이후 연극뿐만 아니라 TV드라마,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역을 소화해왔다. 1999년엔 배우로서는 이례적으로 환경부 장관을 맡기도 했다. '꽃할배' 이순재·신구와 함께 '대학로의 방탄노년단'으로 불리며 장년 배우로는 이례적으로 티켓 파워도 과시하고 있다.

'마당놀이의 여왕'으로 불린 김성녀는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교수, 국립창극단 예술감독(2012~2019) 등을 통해 대중에게 주로 국악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1976년 극단 민예의 '한네의 승천'으로 데뷔, 올해 데뷔 45주년을 맞은 연극계 거목이다.

다양한 역을 해왔고,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 1인32역을 맡는 모노극 '벽속의 요정'이 대표작이다. 마당놀이 '홍길동전'의 홍길동, 연극 '햄릿'의 호방한 '호레이쇼' 등 남성 캐릭터도 이미 연기해왔다.

특히 올해 국립극단 연극 '파우스트 엔딩'에서 '여성 파우스트'로 나서 크게 주목 받았다. 국내 연극계에서 여성이 파우스트를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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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파우스트 엔딩'. 2021.03.02.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MBC TV 드라마 '전원일기'로 잘 알려진 배우 정애란(1927~2005)의 딸인 예수정은 1979년 한태숙 연출의 연극 '고독이란 이름의 여인'으로 연기에 발을 들였다.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연극 '하나코'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캄보디아에 끌려갔던 한분이 할머니 연기는 대학로에서 끊임없이 회자된다. '신과 함께' '부산행'을 비롯 등 4편의 1000만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연극 무대도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한 연출이 예술감독으로 있는 경기도극단이 오는 27일부터 6월6일까지 수원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파묻힌 아이'에 출연한다.

윤석화는 1975년 민중극단의 연극 '꿀맛'으로 데뷔해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뮤지컬 '사의 찬미', 뮤지컬 '명성황후', 연극 '신의 아그네스', 연극 '세 자매' 등에 출연했다.

특히 '토요일 밤의 열기' 등을 제작하며 공연계의 대모로도 발돋움했다. 연극배우로는 이례적으로 인기를 누린 시절 커피CF에 출연,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공연제작사 돌꽃컴퍼니 대표이사로 1999년 인수한 공연예술 전문지 '월간객석' 발행인도 겸했다.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 '나는 너다'로 연출력도 증명한 윤석화는 현재 박정자가 출연 중인 '해롤드와 모드' 연출도 맡았다.

이들 공통점은 남성 중심의 공연계에서 '여성 서사'를 만들어온 대표적인 배우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임영웅 예술감독이 이끈 극단 산울림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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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산울림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던 윤여정. 2021.04.26. (사진 = 극단 산울림 제공) photo@newsis.com
특히 윤여정도 1970년대 초반 임영웅 예술감독이 이끄는 극단 산울림 무대 위에 주로 섰다. 1973년 결혼 이후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가 1980년대 중반 드라마로 복귀한 뒤 1990년 택한 연극 컴백작도 임 연출의 '위기의 여자'였다. 안정된 중산층 가정의 중년 여인이 남편과 갈등을 겪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자아를 찾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산울림의 '여성 연극' 대표작이다. 1986년 산울림 소극장 개관 1주년을 맞아 초연했다. 이후 임 연출은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잇따라 올리며 이전 공연계에서 소외된 여성 연극을 조명했다.

박정자, 손숙, 윤석화는 산울림 여성 연극의 단골손님이었다. 예수정 역시 지난 2019년 극단 산울림이 창단 5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연극 '앙상블'에 출연하는 등 산울림과 인연을 맺어왔다. 김성녀는 산울림 연극과 직접적인 인연을 맺진 않았지만 산울림 관련 행사에 꾸준히 얼굴을 내비쳤다.

여성 배우들이 오래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위해선, 산울림처럼 '여성 연극'을 꾸준히 선보일 수 있는 극단이나 단체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윤여정을 중심으로 장년 배우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처럼 유명 장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연극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드라마엔 윤여정을 비롯 김혜자, 나문희, 고두심, 박원숙 등 우리시대 대표 여성 장년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현재 연극계도 '장수상회',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3월의 눈'처럼 장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작품이 있긴 하다. 하지만 주로 가족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이다. 소재와 스펙트럼이 더 넓어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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