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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항소하고도 불출석…"뻔뻔하다"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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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10 17:12:40
재판부 "피고인 불출석 개정 불가" 2주 연기
"반성 커녕, 광주시민 기만" "재판부도 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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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전두환씨가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을 받은 뒤 3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1.30.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두환(90)씨 항소심 첫 재판이 전씨의 불출석으로 연기됐다.

원심 판결에 항소한 전씨 측이 변호인의 주장을 빌미로 첫 재판부터 출석하지 않자 5·18단체가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며 분노했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201호 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열었다. 전씨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276·365조 등을 근거로 "전씨가 출석하지 않아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을 2주 뒤인 24일로 연기했다. 재판은 불과 8분 만에 끝났다.

이에 대해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와 5·18단체는 1심 유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해놓고 법정에 나오지 않은 전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 신부는 "만행을 저질러 뉘우치고 용서를 빌어도 부족한 상황에 유죄 판결에 반발, 항소를 한 것 자체가 광주시민을 기만하는 처사다. 궤변으로 본인이 직접 항소한 재판마저 출석하지 않은 작태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성토했다.

이어 "전씨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선 검찰이 조목조목 반박했다"며 "전씨가 정말 죄가 없다고 생각해 항소까지 했다면 직접 나와 항변하면 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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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 항쟁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 1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고 조 신부의 조카이자 원고인 조영대 신부가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05.10. wisdom21@newsis.com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뻔뻔함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처음부터 줄곧 재판부를 우롱하고 있다"며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이 여전히 역사적 과오를 덮고자 궤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전씨 측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더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도 "역사의 죄인이 끝까지 반성하지 않고 불응하고 있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재판부는 하루 빨리 전씨를 구속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며 "법의 준엄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의 법률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형사소송법 365조 법리 검토 결과 항소심에선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고 밝혔다.

법 주석서와 법원행정처 실무 제요를 토대로, 출석이 어려운 피고인에게는 실질적인 출석 의무가 완화 또는 면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전씨가 법정에 출석한다고 밝혔다가, 재판 나흘 전 돌연 입장을 바꿔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정 변호사는 "전씨의 출석 없이 인정신문 절차를 생략하고 공판을 개정·속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재판 직후 취재진과 만나 "24일로 연기된 기일에도 전씨가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출석 상태에서 항소가 시작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피고인이 적법한 기일 소환에도 2회 이상 불출석할 경우 개정할 수 있다'는 결석재판 허용 요건에 따라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결석재판 허용은 피고인의 법정 진술 없이 선고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일종의 제재 규정으로, 전씨가 자신의 방어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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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 항쟁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씨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린 10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전씨 법률 대리인 정주교 변호사가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05.10. wisdom21@newsis.com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1심 재판장은 기록·증언 등을 토대로 전씨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알고도 회고록에 허위 사실을 적시, 조 신부를 비난했다고 봤다.

한편 전씨는 1심 때에도 건강상 이유 등을 들며 두 번째 공판기일에 불출석하고 재판부 이송 신청과 관할이전 신청을 잇달아 내면서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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