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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호산 스님 "묵언 수행,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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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5-19 07:00:00
부처님오신날 개봉 다큐멘터리 영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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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수국사 주지 호산 스님 (사진 출처=호산 스님) 2021.05.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가장 힘든 시간이었지만 일생에서 내가 언제 이런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으며 극한 수행을 해볼 수 있겠나 생각하니까 그 속에서 새로운 느낌으로 희열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 극한 수행이 남달랐습니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있는 수국사의 주지인 호산 스님은 16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90일간의 '천막 결사' 경험담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스님은 다큐 영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하루 한 끼, 옷 한 벌, 14시간 정진 등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한 아홉 스님의 90일간 여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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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포스터 (사진=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5.18. photo@newsis.com

호산 스님을 비롯해 자승 스님, 무연 스님, 진각 스님, 성곡 스님, 재현 스님, 심우 스님, 도림 스님은 2019년 11월11일부터 90일간 한곳에 모였다.  외출을 금한 채 하루 한 끼, 목욕 금지, 14시간 정진, 묵언, 옷 한 벌, 무문, 청규를 어길 시 승적 박탈이란 청규(불교 선종에서 지켜야 할 수도 규칙) 7개를 정하고 '부처님 법대로만 살자'는 수행자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스님들의 이 '천막 결사'는 대중 결사와 안거(安居)가 결합된 최초의 도심 내 '동안거(冬安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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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천막 결사 (사진=영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영상 캡처) 2021.05.18. photo@newsis.com 
스님들이 스스로 정한 청규 7개는 극한 도전이었다. 호산 스님은 청규 7개에 대해 "처음 해보는 거라 성공을 보장할 수 없어서 극한 청규를 만들게 됐다"며 "14시간 참선이란 규칙은 말하지 않고 반복되는 생활을 해야 하는 데 정진하는 힘이 없으면 못 버틴다고 생각해서 정해졌다. 어차피 극한 수행을 할 거면 하루 세 끼도 호강이라고 생각해서 부처님처럼 한 끼를 먹자고 해서 도시락으로 한 끼 공양을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규 모두 힘들었지만 아홉 스님들에게 추위와 허기는 극복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호산 스님은 "아홉 스님 모두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추위와 배고픔이었다"며 "스님들에게 참선은 몸에 배어 있어서 했는데 살을 에는 듯 추웠다가 하우스 안 천막에 해가 들면 영상 18도까지 기온이 올라 일교차 너무 커서 옷 한 벌로 버티기에는 신체적으로 힘들었다"고 당시를 털어놓았다.

이어 "정신적으로는 처음에 소음 때문에 힘들었다"며 "시끄러움 속에 고요를 찾으려 수행을 했지만 90일 내내 새벽에 개가 짖는 소리부터 콘크리트 작업 소리, 차 지나가는 소리, 사람 목소리 등 공사판에서 나는 소리가 처음에 힘들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이 소리도 익숙해졌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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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천막결사' 중인 대한불교조계종 수국사 주지 호산 스님 (사진= 영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영상 캡처) 2021.05.18. photo@newsis.com

극한 청규에 많은 사람의 응원이 이어지면서 스님들은 에너지를 받았다. 호산 스님은 "청규 중에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청규는 90일 수행을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됐다"며 "한 끼 식단을 정했을 때 식단에 있는 음식들을 처음엔 다 받았었는데 그 수가 늘지 않고 오히려 줄었다. 밖에서 불자들의 응원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그들도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배고픔은 괴롭기보다 3개월 고생하기로 했으니 좀 더 적게 먹으면서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보답하자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극한 수행 후에는 후유증이 호산 스님을 힘들게 했다. 호산 스님은 "수행이 끝나고 나왔는데 코로나 19가 번지고 있을 때 나오게 됐다"며 "수국사로 돌아와 90일반에 실내에 들어와 따듯한 방에 적응이 안됐다. 살은 빠찌고 부종이 생겨서 열흘 정도 고생을 했다. 코로나나 발생하니 활동도 할 수가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코로나의 어려움도 호산 스님에게 반전의 기회가 됐다.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생각하다 보니까 '다시 천막을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많은 사람이 응원하고 함께 했는데 내가 그 분들하고 하루 정도 내가 경험한 묵언 수행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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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천막결사' 중인 대한불교조계종 수국사 주지 호산 스님(왼쪽) (사진= 영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영상 캡처) 2021.05.18. photo@newsis.com
수국사에는 천막 9개가 있다. 호산 스님은 "많은 사람과 묵언 수행을 하면서 말이 누구에서 서운한 말을 했는지, 필요한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는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해보겠다 싶었다"며 "수국사에 있는 텐트 9개에서 2박3일 동안 핸드폰을 반납하고 24시간 묵언하면서 나와 함께 명상도 하고 밥도 한끼 반을 먹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홉 스님의 천막 결사는 영화로도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다. 윤성준 감독의 영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은 부처님 오신날인 19일에 개봉한다. 호산 스님은 이날 수국사를 찾은 이들과 대웅전에서 이 영화를 단체 관람할 예정이다.

호산 스님은 영화 출연 계기에 대해 "처음엔 우리가 영화에 출연한다거나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도 못 했다"며 "요즘에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네 군데 설치된 CCTV가 하루 24시간 스님들의 생활을 90일 동안 찍었다. 이를 영화화했으면 좋겠다는 제의가 왔는데 아홉 스님 모두 동의해줘서 영화가 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은 사람에게 묵언 수행이 내적 고통을 인내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할 힘을 기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요즘 자기 말만 많이 하고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시대인데 묵언 수행을 통해서, 영화를 통해서 그런 점을 느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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