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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탁·홍향기 "'돈키호테'로 코로나 우울,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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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1-06-03 13: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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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1 돈키호테' 홍향기·이동탁. 2021.06.03.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유니버설발레단(UBC)의 희극 발레 '돈키호테'가 오는 4~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발레단의 간판 수석무용수 이동탁(33)·홍향기(32)가 어김없이 호흡을 맞춘다. 2013년 말 '호두까기 인형'부터 여러 작품에서 파트너로 나선 이들은 '향기탁'으로 불리며 발레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발레계의 '최불암·김혜자' '또는 '남경주·최정원'으로 통한다. 두 무용수가 '돈키호테'의 '키트리'와 '바질'로 나서는 건 4년 만이다.

이들은 무용수로서 전성기 때를 맞았지만, 코로나19 탓에 지난해를 아쉽게 보냈다. "재충전"(이동탁) "우울한 해"(홍향기) 등 저마다 예상 밖 재난을 마주한 마음은 달랐다. 하지만 제대로 무대에 올라보고 싶다는 바람은 일심동체였다. 최근 능동 유니버설발렌단에서 두 사람을 만나 '돈키호테'의 매력, 코로나19가 안겨준 고민 등에 대해 들어봤다.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소설이 바탕입니다. '돈 키호테'와 그의 시종 '산초 판자'의 여행담인 원작과 달리 발레는 가난한 이발사 '바질'과 그의 연인인 선술집 딸 '키트리'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이죠. 4년 전과 다른 캐릭터 해석이 있나요?

"드라마적인 부분이 좀 더 자연스럽게 살릴려고 했어요. 바질은 철은 없지만 한 여자를 뜨겁게 사랑하는 캐릭터예요. 저 역시 철이 없어 잘 맞아요. 하하."(이동탁)

"바질을 사랑하고 그와 밀당하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싶었어요. 오빠랑 오래 호흡을 맞추다보니 그 부분이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키트리가 주로 새침데기처럼 여겨지는데, 저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좀 더 성숙한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홍향기)

-힘겨움도 있지만 유쾌한 터치의 바질과 키트리의 사랑은 삶이 팍팍해 사랑하기 힘든 요즘 젊은이들에게 다른 울림도 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극 중에서 키트리 아빠가 바질에게 '돈이 있냐'고 물어요. 그런데 그는 가난하죠. 자본주의 현실이 묻어 있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 부분이 참 짠했어요."(이동탁)

-아무래도 3막의 '그랑 파드되'(2인무)는 '돈키호테'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두분이야 워낙 잘하시는 분들이지만, 이 장면을 앞두고 지금도 긴장을 하시나요?

"사실 3막이 편해요. 춤만 생각하면 되니까요. 오히려 전체적인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캐릭터와 호흡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1막, 2막이 더 힘들어요."(이동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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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1 돈키호테' 홍향기·이동탁. 2021.06.03.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모든 분야에 콤비가 중요해요. 발레계 콤비가 다른 분야와 달리 특별히 갖추거나 서로 존중해야 할 부분이 있나요?

"2011년에 향기 씨랑 발레단에 함께 입단했어요. 이후 발레만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도 같이 나눠요. 직장인으로서 고충, 인생에 대한 고민, 사소한 일상사까지.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대소사를 함께 나누죠. 서로에 대해 잘 알면, 상대 호흡도 더 잘 맞출 수 있죠."(이동탁)
 
"동작을 실수할 때가 있는데 오빠는 항상 먼저 '미안해'라고 이야기해줘요. 그 만큼 상대방을 존중하고 믿어주는 거죠. 항상 고마워요."(홍향기)

"이야기를 나눌 때, 작은 것 하나 흘려듣지 않으려고 해요."(이동탁)

-많은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셨는데,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오네긴'이요. 이 작품에 새로 캐스팅 올라가는 구조가 해외 디렉터들이 반드시 무용수를 직접 심사해야 하는 구조예요. 그런데 작년에 코로나19 탓에 이 시스템이 불가능해 향기 씨가 '오네긴'의 타티아나 역을 맡을 수 없었죠."(이동탁)

"저도 '오네긴'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이요. 애틋한 작품을 함께 하고 싶어요."(홍향기)

-두 분 모두 올해 입단 10주년을 맞이하셨습니다. 기분은 어떤가요? 발레단 생활은 무용수로서 개인적으로서 어떤 변화를 가져왔고 의미를 안겼습니까?

"10주년을 기념해서 발레단에서 큰 상을 주셨어요. 이렇게 상을 받고 나니까, 처음 '은퇴'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아직 한창 활동을 할 때지만, 연착륙에 대해 생각할 때가 된 거 같아요."(이동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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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21 돈키호테' 홍향기·이동탁. 2021.06.03. (사진 =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photo@newsis.com

"책임감이 더 강해졌죠. 안주하고 싶지 않고, 발레단에 더 기여하고 싶어요."(홍향기)

-그런 가운데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가 두 분에게 많은 생각거리, 고민을 안겨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당황했는데, 몸이 회복이 됐어요. 그간 쉬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낯설었는데 몸이 정상화가 됐더라고요. 발레도 매일 하다보면, 기계처럼 되거든요. 쉬다보니까 섬세한 감각이 되살아났어요.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고 있죠."(이동탁)

"우울감이 찾아왔어요. '멘탈 붕괴'도 오고요. '은퇴를 하면 이런 기분이 들까'라는 생각도 했죠. 무엇을 할 수 없으니까, 1년이 너무 아까운 거예요. 게다가 무용수로서 전성기로 통하는 나이다 보니, 더 많은 생각이 들었죠. 코로나19 터지기 전까지 몸이 너무 좋았거든요. 하지만 단순해서, 지나간 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에요.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죠."(홍향기)

-'돈키호테'는 코로나19 우울을 날려버릴 수 있는 밝은 공연이라 기대가 큽니다. 두 분에게는 이번 공연이 어떤 의미가 될까요?

"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라, 좀 더 생기로운 공연을 보여드리겠습니다."(이동탁)

"연습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요. 호흡이 불편해서, 힘들어요. 그런데 지난 4월 진주에서 먼저 '돈키호테' 공연을 했는데 마스크를 벗고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 날아갈 거 같은 거예요. 폐활량이 늘어났더라고요. 마치 차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떼어낸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번 무대도 그럴 거 같아요."(홍향기)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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