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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쿵쿵쿵' 층간소음 갈등, 흉기참극으로까지…해법은

등록 2021.09.27 12: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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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여수에서 층간소음에 격분, 윗집 일가족 사상한 30대 검거
흉기위협·방화미수 등 범죄로…광주·전남 5년새 2배↑
"이웃간 소통·배려 중시가 우선, 갈등조정 도울 제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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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광주·전남 지역 공동주택의 층간소음에 따른 이웃 간 갈등이 일가족 흉기 참극, 방화 미수 등 강력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층간소음을 둘러싼 분쟁이 급증하고 있지만, 법·제도적 해결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결국 해법은 이웃 간 대화·배려를 중시하는 문화 정착에 있고, 이를 위해 소통을 도울 갈등 조정 기관을 상시 운영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광주·전남 경찰 등에 따르면, 여수경찰서는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위층 이웃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을 사상케 한 혐의(살인·살인미수)로 3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이날 오전 0시33분 여수시 공동주택에서 흉기를 휘둘러 위층에 사는 40대 부부를 숨지게 하고, 부부의 부모를 크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위층 일가족과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중 홧김에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17일에도 지역경찰에 층간소음 관련 민원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올해 2월 광주의 공동주택 단지에서도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집 현관문을 손도끼로 부순 혐의(특수재물손괴)로 B(49)씨가 입건됐다.

B씨는 지난 2월8일 오전 1시께 서구 쌍촌동 아파트 5층의 세대 출입문을 캠핑용 손도끼로 때려 부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4층 입주민인 B씨는 '시끄럽다'며 항의차 윗집을 찾았으나, 문을 열어주지 않자 홧김에 일을 벌였다.

경찰은 B씨가 과거 정신과 진료를 받은 이력을 확인, 가족과 협의를 거쳐 행정 입원 조치했다.

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익명 채팅 앱 이용자들이 윗집으로 찾아가도록 유인, 이웃을 불안에 떨게 한 사례도 있다.

주거 침입 혐의의 간접 정범으로 입건된 C(26)씨는 지난해 7월19일 자정께 채팅 앱 대화방 접속자 5명에게 '내게 찾아오라'고 속여 광주 북구의 공동주택 출입 비밀번호와 2층 입주민 집 주소를 알려줘 찾아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에서 C씨는 여성을 가장해 '놀러올 사람'이라는 제목의 익명 채팅방을 개설, 윗층 주소로 찾아오라고 꼬드겼다.

실제로 C씨의 채팅방에서 대화를 나눈 남성 5명 중 3명이 같은날 오전 내내 윗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들겨 해당 입주민이 두려움에 떨었다. C씨는 경찰에 "2차례 윗집에 항의했으나 층간소음이 지속됐다. 홧김에 채팅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2019년에는 이웃집 현관에 불을 지르려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방화미수)로 E(45)씨가 붙잡히기도 했다.

E씨는 2019년 6월5일 오후 6시께 광주 북구의 아파트 이웃집 현관문 앞에서 휴대용 버너와 선풍기를 이용해 불을 붙였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다.

만취한 E씨는 평소 위층이 내는 소음에 불만을 품고 불을 지르려 했으나, 곧바로 이웃에 의해 자체 진화됐다.

이 밖에도 30여차례 소음 민원을 제기한 끝에 유치원생이 사는 윗집을 찾아가 흉기로 위협하거나, 위층에 사는 70대 이웃의 승용차를 부수는 등 층간소음 갈등에 따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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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의 공동 주거 형태 보편화에 따른 층간소음 분쟁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가 집계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층간소음 현장 진단(방문상담·소음 측정)은 광주 1281건, 전남 765건이다.

현장 진단은 전화 상담·온라인 민원 등 1차 상담으로 해소되지 않은 심각한 수준의 층간소음 분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광주 지역의 연도별 진단 건수는 ▲2016년 169건 ▲2017년 250건 ▲2018년 265건 ▲2019년 247건 ▲2020년 350건 등으로 증가세를 유지하며 5년새 배 이상 늘었다. 올해 1~6월에도 층간소음 현장 진단은 185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남에서도 ▲2016년 106건 ▲2017년 160건 ▲2018년 158건 ▲2019년 134건 ▲2020년 207건 등으로 나타나 5년새 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전남 지역 층간소음 현장 진단은 120건이다.

문제는 층간소음 분쟁을 법·제도의 테두리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층간소음은 공동주택관리법 또는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규제 대상이지만, 기준이 까다롭다.

실제로 5년간 광주 지역 현장 진단 1281건 중 소음 측정 결과에서 기준치 초과는 7건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층간소음 처벌 근거는 경범죄처벌법상 인근소란죄로 10만원 이하 벌금이다. 이마저도 '고의성'이 명확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

법적 손해배상도 기준(주간 1분간 평균 43㏈ 이상)이 높고, 경제적 실익이 적다. 경찰·구청에 민원을 제기해도 당사자간 해결을 권유하므로 사실상 '보복 소음' 또는 항의 방문 등 자체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

광주마을분쟁해결센터 조은주 주임은 "층간소음 분쟁에 적극 개입해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릴만한 전문 중재 기관이 없다. 대부분 단절된 이웃 간 불신, 감정적 갈등에서 싹트는 분쟁인 만큼, 중재가 능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사자 간 소통과 배려, 상호 존중의 인식·문화적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쟁 당사자 간 원만한 의사소통을 돕고, 상호 양보와 이해를 이끌어낼 조정 지원 기관 또는 소통 전문가가 상시 활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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