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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메시지에 남북미 셈법 달라…한반도 정세 '안개 속'

등록 2021.09.30 10:34:10수정 2021.09.30 12: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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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김정은, 최고인민회의 2일차에 시정연설
"남북 통신선 10월 초 복원"…내부 공개도
불신은 여전…"무력증강 노골, 불순 언동"
종전선언엔 "이중 태도·적대 정책 철회"
남측, 대화 반기면서도 북 의도 파악 신중
美엔 "달라진 것 없어…형태, 수법 더 교활"
미국, 북 도발 심각 판단 속 대화 복귀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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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30일 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29일 최고인민회의 14기 5차 회의 2일차 회의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당면 투쟁 방향에 대해' 시정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2021.09.30

[서울=뉴시스] 심동준 기자 =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남, 대미 메시지를 던졌다. 남측엔 전제 조건을 달긴했지만 대화 제스처를 제시를 한 반면 미국엔 적대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 메시지에 대한 남북미 간 셈법이 달라 한반도 주변 정세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남측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향후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남측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면서 남측의 의도를 떠보고 있는 점을 감안해 선뜻 대화 재개에 나서지 못하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비핵화를 주창하는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서다. 앞서 미국은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30일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14기 5차 회의 2일차 회의에서 정세 평가와 함께 북한의 대외 입장, 대응 방향을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및 미국 대북정책 검토 이후 대남 정책, 대외 방침을 선명하게 드러낸 김 위원장 육성 연설이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대화, 협력을 토대로 정상회담까지 이끌려는 한국에 대해선 다소 유화적 입장을, 미국에 대해선 군사적 위협과 적대 정책 등에 변함이 없다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남한에 대해선 온건하게, 미국에 대해선 강하게 접근하는 '강온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먼저 김 위원장은 10월 초부터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색된 남북 관계 회복,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민족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의 통신선 복원 언급은 노동신문에 실려 북한 주민들에게도 전파됐다. 이는 내부 공언도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지점이다. 지난 7월27일~8월10일 통신선 복원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 평가에는 한미 태도에 대한 불신이 드러나 있어 정세는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으로 분석된다. 연설을 보면 "지금 남조선(한국)에서 우리 공화국을 견제한다는 구실 밑에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를 자극하고 때 없이 걸고드는 불순한 언동들을 계속 행하고 있다", "남조선 당국이 계속 미국에 추종해 국제 공조만을 떠들고 밖에 나가 외부 지지와 협력을 요구하는 데만 급급하고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76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종전선언' 관련 김 위원장 차원 언급도 있었다. 대체로 기존 담화에서 다뤄진 내용들인데, 문 대통령과 격이 맞는 북한 수장이 직접 언급했다는 면에서 무게감이 실린다.

김 위원장은 "불신과 대결의 불씨가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선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적대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그로 인해 예상치 않았던 여러 충돌이 재발할 수 있으며,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우려심만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종전선언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라고 제시했다. 남북 관계의 전제 조건으로 이중적 태도와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재확인했다.

또 "이것은 북남 관계를 수습하고 앞으로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기 위해 선결돼야 할 중대 과제"라며 한국이 관계 악화 원인을 알고도 외면, 방치했으며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금 북남은 현 냉각 관계를 해소하고 화해·협력의 길로 나가는가, 대결의 악순환 속에 계속 분열의 고통을 당하는가 하는 심각한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관계 방향성이 한국 태도에 달렸다는 점을 부각했다. 먼저 그는 "남조선 당국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대결적 자세와 상습적 태도부터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으로 민족자주 입장을 견지하고 근본적 문제부터 해결하려는 자세에서 북남 관계를 대하며 북남 선언들을 무게 있게 대하고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우려스러운 무력 증강, 동맹군사활동을 빌리며 조선반도(한반도) 주변 안정과 균형을 파괴시키고 북남 사이 더 복잡한 충돌 위험들을 야기하고 있는데 대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남북 관계가 회복·발전으로 향할지, 악화 상태를 지속할지는 한국 태도 여하에 달렸다면서 "우리는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남조선은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심한 위기의식, 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신중함을 유지하면서도 기대섞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과 관련해 "김여정 부부장의 대남 담화,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발표 등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원론적 반응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 속에 더해진 김 위원장의 시정연설 의도를 신중히 분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국제 정세를 '신냉전 구도'로 평가하면서 "근본적 위험은 국제평화와 안정 근간을 허물고 있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강권과 전횡,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가르기식 대외정책" 등 지적했다.

그는 "새 미 행정부 출현 이후 8개월 간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 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그 표현 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 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금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 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 행정부가 추구해 온 적대시 정책 연장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관련국 연대 기조를 부각했다. 북한은 사회주의국가 등과 연계 주장을 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교류를 넓히고 대미 입장을 선명하게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공화국 정부는 앞으로도 우리나라 자주권을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세계 모든 나라들과의 선린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조선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를 위한 투ㅈ쟁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나가겠다"고 했다.

앞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시간)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과 관련해 “우리는 어떠한 새로운 능력에 대한 보도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우리가 이미 얘기했듯이 해당 지역과 국제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모든 불법적인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 발사체의 성격이 특정되지 않았던 전날에는 논평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면서 “이번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다수 결의를 위반하며 북한의 이웃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적 접근에 계속 전념하며 그들이 대화에 관여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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