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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제동원 피해 할머니들에게 또 99엔 줄 셈인가"

등록 2021.12.07 14:57:41수정 2021.12.07 16: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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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근로정신대 시민모임 "노역 피해자, 연금 탈퇴 수당 또 모욕"
후생연금 가입 기록 은폐·'껌값' 지급 등 지적
"우리 정부는 뭐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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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7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노역 동원 피해자 후생연금 기록 은폐·축소 지급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2021.12.07.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당시 어린 나이에 끌려가 말 못할 온갖 고초를 겪었는데 인간이라면 사죄해야지."

일본연금기구를 상대로 후생연금 탈퇴 수당금을 청구한 일제 강제 노역 동원 피해 할머니들이 가입 기록 은폐·절차 소홀 등의 행태에 분통을 터뜨렸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근로정신대 시민모임)은 7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의 후생연금 탈퇴 수당금 관련 안일 행정을 규탄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은 "일본 현지 지원단체 나고야 소송지원회를 통해 지난 3월 일본연금기구에 미쓰비시중공업으로 동원된 11명에 대한 후생연금 가입 기록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며 "당시 5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라면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의무적으로 가입했던 후생연금 기록은 피해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연금기구는 지난 6월 조회를 요청한 11명 모두에게 구체적인 사유도 밝히지 않은 채 '해당 가입 기록이 없다'고 일괄 통보했다. 백 번 양보하더라도 지난 2008년 전후 연금기구의 전신인 사회보험청으로부터 확보한 일부 자료를 통해 연금 번호까지 확인된 정신영 할머니 관련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중의원 의원의 질의를 받고 나서야 후생노동성은 '전쟁 때 후생연금 피보험자 명부를 소실해 해당 사업소 대장이 보관돼 있지 않다. 재해 등으로 피보험자 기록이 멸실된 경우의 피보험자 기록 회복 기준 사무 취급 요령에 기초해, 정 할머니의 후생연금 가입을 인정한다'고 회답했다"며 "처음에는 기록조차 없다고 발뺌하더니 뒤늦게야 관련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연금기구의 이번 처사는 무책임함을 넘어 괘씸하기 짝이 없다. 후생연금 기록은 일제에 의해 청춘을 빼앗긴 강제동원 피해자의 목숨값이나 다름없다"며 "국가가 가입시켰으면 자료를 보존하지 못한 책임도 국가에 있다. 설령 전쟁에 의해 자료가 소실됐다고 해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반환 절차를 밟아 탈퇴 수당금을 반환 받을 계획이다. 연금기구 조회 결과에 따라 정신영 할머니의 후생연금 가입 기간은 11개월"이라며 "규정을 새롭게 적용하지 않는 한 2009년 양금덕 할머니의 경우처럼 이번에도 99엔(약 1040원)이 될 처지다. 뼈 빠지게 강제 노역한 대가가 고작 1040원 껌 한 통 값"이라고 개탄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은 "1973년 후생연금 보험법 개정을 통해 일본 정부는 화폐 가치 변동에 따라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해방 후 귀국한 한국인에 대해선 액면가 그대로 지급하고 있다"며 "일본인, 재일동포와 달리 한국인에게만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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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7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노역 동원 피해자 후생연금 기록 은폐·축소 지급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정신영 할머니가 강제 동원 당시 겪었던 고초를 설명하고 있다. 2021.12.07. wisdom21@newsis.com



2009년에 이어 또다시 '99엔' 사건이 재연될 처지라면서 지급 절차도 문제삼았다.

단체는 "탈퇴 수당금 대리인 지급 절차도 일본연금기구으로 바뀐 뒤로는 안 된다지만, 이미 2014년 김재림 할머니 등 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이 대리인을 통해 연금기구로부터 199엔을 지급받은 사례가 있다"며 "구체적인 반환 절차조차 안내하지 않고 있다. 거동조차 힘든 92세 할머니에게 돈 천원 받기 위해 직접 오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92세 할머니가 다시 이런 수모를 겪는 데는 책임이 적지 않다.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권리회복 문제에 관한 모든 것을 피해 당사자한테 떠넘기고 있다"며 "소송도 피해자의 몫, 후생연금을 찾는 것도 피해자의 몫"이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인 정신영 할머니는 "일본 정부는 우리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끌려간 할머니들 모두 온갖 고초를 겪었다"고 말했다.

 "일본에 가면 좋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대동아전쟁 한복판에서 벌벌 떨고 있었고, 끼니 때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고생만 했다"며 "일본은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인간이라면 99엔 지급은 말도 안 된다. 인간이니까 사죄하고 새로운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연금기구는 2015년 2월 양영수(86)·김재림(85)·심선애(85) 등 근로 정신대 피해 할머니가 제기한 미쓰비시중공업 후생연금 탈퇴 수당 지급 요구에 대해 199엔, 우리 돈 1854원(당시 환율 기준)을 대리인 계좌로 지급했다.

 2009년 12월엔 양금덕 할머니 등 8명이 제기한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99엔을 지급해 강한 반발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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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7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노역 동원 피해자 후생연금 기록 은폐·축소 지급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2021.12.07. wisdom21@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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