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같은 영화...英 '로미오와 줄리엣' 달오름극장 상륙
[서울=뉴시스]영국 국립극장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사진. (사진=Rob Youngson/국립극장 제공) 2022.02.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020년 여름, 영국 국립극장의 올리비에 극장에 오를 예정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취소됐다. 무대를 제작하고 준비를 거의 끝낸 상태에서 공연 무산이라는 청천벽력을 맞았지만, 공연팀은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이전엔 관객으로 가득 찼지만 코로나로 문을 닫고 텅 비게 된 극장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는 일이었다. 영국 국립극장은 이 작품을 17일간 촬영했고 100분의 영화로 완성했다.
영상은 배우들이 공연 연습을 하러 들어오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의상, 소품 등이 놓여있는 투박한 무대 뒤편 같은 공간에 빙 둘러앉은 배우들, 그중 한 명이 아름답지만 슬픈 운명을 그린 비극의 이야기를 해설하듯 담담하게 꺼낸다. 이어 배우들은 몸을 일으키고 흩어지는 듯 했으나, 이윽고 몬터규가와 캐풀렛가 앙숙인 두 집안 사람들의 싸움이 벌어진다.
일상복 차림에 장소는 그곳 그대로다. 대사로 배우들이 연기하고 있음을 알지만, 연습인지 이미 무대가 시작된 건지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마치 리허설 같은 초반 장면들은 이 영상이 단지 영화가 아닌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처음부터 상기시킨다.
[서울=뉴시스]영국 국립극장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사진. (사진=Rob Youngson/국립극장 제공) 2022.02.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의 명장면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운명적인 첫 만남과 이들의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은 영화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영상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입체적이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캐풀렛가의 가면무도회에 몰래 숨어든 로미오는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다. 다른 이의 눈을 피해 귓가에 속삭이는 달콤한 말과 맞닿은 손의 떨림 그리고 입맞춤까지 몽환적이고 매혹적인 영상으로 담아낸다. 두 사람이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짓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화면을 다양하게 교차하며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영상에 덧입힌 음악은 과하지 않게,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순간에 톡톡히 한몫한다.
[서울=뉴시스]영국 국립극장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사진. (사진=Rob Youngson/국립극장 제공) 2022.02.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영화처럼 다채롭고 화려하게 펼쳐지는 배경은 없지만, 연극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주요 배경이 되는 줄리엣의 집 등 제작된 세트는 물론, 황량한 무대와 그 뒤편, 기계장치실 등 날것 그대로의 공간을 활용하며 현실적이고 생생한 느낌을 안긴다.
넷플릭스 '더 크라운'에서 찰스 왕세자 역으로 분했던 조시 오코너가 로미오 역을 맡았고, 배우 겸 가수로 활동하는 제시 버클리가 줄리엣으로 열연했다.
[서울=뉴시스]영국 국립극장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사진. (사진=Rob Youngson/국립극장 제공) 2022.02.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로미오와 줄리엣'은 오는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상영한다. 국립극장이 해외 유수 작품 영상을 소개하고자 이번 시즌에 새롭게 시작한 '엔톡 라이브 플러스(NTOK Live+)' 프로그램이다.
이는 공연영상화의 선두주자인 영국 '엔티 라이브(NT Live)'를 비롯해 프랑스, 네덜란드 등 해외 공연영상의 최신 흐름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20년 1월 영국 해럴드 핀터 극장에 올랐다가 코로나로 중단된 후 영화로 제작된 '엉클 바냐'는 오는 24일부터 27일까지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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