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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정재 "관상 때 전성긴 줄 알았는데 인생 참…"

등록 2022.08.07 06:03:00수정 2022.08.16 09: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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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영화 '헌트'로 데뷔 30년만에 감독으로
'오겜' 메가 히트 후 감독으로 또 홈런
"이런 일 벌어지다니 말로 표현 안 돼"
"책임감 갖고 성실히 일해 기회 온 듯"
230억원 대작 연출 "관객 좋아할 영화"
정우성과 23년만에 호흡…"이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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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이정재(50)는 지난해 글로벌 스타가 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배우조합시상식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크리틱스초이스시상식에서도 같은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시아 국적 배우가 이들 시상식에서 후보에 오른 것도 상을 받은 것도 최초였다.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골든글로브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다음 달에 열리는 에미시상식에서도 그는 또 남우주연상 후보다. 역시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다. 현지 언론은 "이정재가 수상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정재는 오는 10일에는 영화감독으로 정식 데뷔한다. 그가 각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 '헌트'는 지난 5월 세계 최고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최근 열린 국내 시사회에서 '헌트'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냈다. 영화 각 요소를 하나씩 뜯어보면 호평 받은 것도 반대로 혹평 받은 대목도 있다. 하지만 이정재가 감독으로 데뷔한 어떤 배우보다 혹은 최근에 나온 어떤 신인감독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데뷔작을 내놨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4일 배우 겸 감독 이정재를 만났다. 그에게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하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잠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듯 생각에 잠겼다가 "인생이 참…"이라며 말을 흐렸다. 그러더니 "말로 잘 표현이 안 된다. 뭐라고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감사하다는 말 외엔 표현이 안 될 정도"라고 했다. "선배님들 활동하는 거 보면서 제2의 전성기가 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어요. 저는 '관상'(2013)으로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정말 감사하게도 제2의 전성기가 오는 건가 했죠. 그런데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뒤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연출을 한 영화가 칸에도 갔고요."

이정재는 전성기에 대한 명확한 답변 대신 자신의 철칙 두 가지에 관해 얘기했다.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것,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동료가 되는 것. "연기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않는 배우와 누구도 일하고 싶지 않을 거예요.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그 사람과 일하는 게 너무 괴롭고 힘들면 역시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다행스럽게도 전 제 두 가지 철칙을 잘 지킨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속 연기할 수 있었죠. 그렇게 일하다 보면 더 큰 기회도 찾아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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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찾아온 "더 큰 기회"가 '헌트'였다. 2016년 그는 '헌트'의 원작 시나리오 '남산'의 판권을 샀다. 그리고 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원작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헌트'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그가 할 줄 아는 문서 업무라는 건 이메일 몇 줄 쓰는 게 전부였다. 그랬던 그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랩탑을 사서 들고 다니며 짬짬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워드라는 걸 처음 썼어요. 줄을 어떻게 맞추는지도 몰랐죠." 각본 작업에 4년이 걸렸다. 그 4년 간 그가 출연한 작품만 7개였다. 연기만 해도 바쁜 시간에 그는 시나리오를 조금씩 완성해갔다. "촬영장 오가면서, 또 촬영 중간에 쉬는 시간에 썼어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휴대폰 메모장에 수시로 적어놨다가 시나리오를 고쳤죠." 그는 "시나리오가 안 풀릴 때가 많았다. 거의 매번 그랬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정재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동시에 그가 쓴 글을 영상으로 구현해줄 감독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는 각본을 쓰면서도 단 한 번도 연출을 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전에도 감독이 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고 했다. "연출할 사람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직접 해보는 건 어떻겠느냐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왜 고민이 안 됐겠어요. 정말 많이 고민하다 결정했어요. 굳이 연출까지 해서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있냐느 분들도 있었거든요. 긴 고민 끝에 어쨌든 이 시나리오는 제가 가장 잘 아니까 직접 해야겠다고 나선 거죠."

이정재는 이 기회를 허투루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이런 태도는 이정재가 '헌트'로 벌려놓은 판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제작비만 약 230억원. 이 영화 투자·배급을 맡은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에서 기획한 영화 중 가장 큰 돈이 들어갔다. 국내에서 제작되는 모든 영화를 통틀어서도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보통 감독으로 데뷔하는 배우들은 제작비 규모를 적게 가져가는 경향이 있다. 물론 투자가 쉽지 않은 것도 있지만, 흥행에 대한 부담감은 물론이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연출력 논란이 배우 생활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정재는 움츠려드는 대신 '악셀'을 밟았다. 이정재는 이걸 두고 "30년 간 이 바닥에서 일한 노하우"라고 했다.

"관객이 좋아하려면 서스펜스뿐만 아니라 풍성한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그렇다면 제작비를 줄이는 게 아니라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제작비 대비 더 큰 효과를 보여주는 게 더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도 제가 연기 생활을 꽤 오래 했잖아요. 어떻게 하면 극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관객이 이 영화를 더 좋아하게 만들지에 대한 나름의 생각들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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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마도 관객이 더 기다리고 있는 건 이정재와 정우성을 한 영화에서 본다는 것 자체일 것이다. 두 사람은 23년 전인 1999년 '태양은 없다'에 함께 출연했다. 두 사람 모두 이십대 한창 때였다. 이 영화는 '비트'(1997)와 함께 청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한국영화로 아직까지 회자된다. 정우성은 이 영화로 청춘의 아이콘이 됐고, 이정재는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이 영화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한국영화계 최고 듀오가 된 두 사람이 이제는 50대 완숙한 배우가 돼 '헌트'에서 다시 만났다.

이정재는 "'태양은 없다' 이후 10년 안에 한 작품 정도는 더 같이 할 줄 알았는데 못했다. 이후에도 한 두 번 만날 기회가 있어는데 잘 되지 않았다"며 "역시 작품을 같이 한다는 건 운명같은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3년만에 한 영화에 출연한 한을 풀듯 홍보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종 TV 예능은 물론이고 두 사람에겐 생소할 유튜브 예능에도 나갔다. VIP 시사회에선 직접 포토존에 나가 손님을 맞이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최근 개봉한 어떤 영화도 하지 않은 행보로 적극 홍보에 나선 것이다. "저희가 새로운 걸 리드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새로운 걸 따라가려고는 해요. 다르게 해보려고도 하고요. 이번 홍보도 다 그런 생각에서 나온 거죠." 그러면서 그는 정우성에 관해 얘기했다.

"재밌는 건 이런 겁니다. 만약에 이렇게 새로운 홍보를 시도하는 데 저 혼자만 나서면 잘 안 됐을 거예요. 재미 없었을 거고요. 그런데 상대도 저랑 똑같이 노력해준다는 거죠. 거기서 전 어떤 동질감 같은 걸 느껴요."

벌써 감독 이정재의 차기작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정재는 "당분간 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제발 기다리지 마세요. 지금은 연기를 더 하고 싶어요. 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어떤 작품을 의뢰받아서 하는 연출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그때는 또 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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