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베트남에서 온 형제의 비극…계속되는 건설현장 사망 원인은[건설현장 비극]①

등록 2023.08.26 14:00:00수정 2023.08.30 14:48:0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지난해 건설업 사고 사망자 중 11.7%이 외국인

건설업종의 외국인 노동자 사망 비율 가장 높아

"차별적 노동조건, 의사소통 등 겹쳐 쉽게 노출"

붕괴 사고가 난 경기 안성시 한 복합상가 공사 현장.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붕괴 사고가 난 경기 안성시 한 복합상가 공사 현장.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이달 초 베트남에서 온 형제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망한 뒤 외국인 노동자의 업무 생태계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사고의 원인으로 늘어나고 있는 건설 현장 내 외국인 비중, 의사소통의 문제, 법의 사각지대 등을 지목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건설업 사고 사망자 수는 총 402명으로, 이 가운데 47명(11.7%)이 외국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10명 중 1명 이상은 외국인이었던 것이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경기 안성시 옥산동의 한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장에서 타설 작업 중이던 9층 바닥면이 8층으로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8층에서 작업 중이던 베트남 국적의 20대와 30대 형제 2명이 매몰됐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나 끝내 숨졌으며, 다른 작업자 4명도 크게 다쳤다.

또 지난 24일에는 충남 아산시 탕정지구 소재 오피스텔 신축 현장에서 이수건설 하청업체 50대 중국인 근로자 A씨가 21m 아래 지상으로 추락해 숨지기도 했다. A씨는 천장에 석고보드를 설치하다가 아직 유리를 끼우지 않은 창호 개구부를 통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보건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사망만인율(사망자수의 1만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이 가장 높은 업종은 건설업이었다.

고용노동부의 2020년 산재 발생 현황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이 조사에 따르면 건설업종의 외국인 노동자 사망만인율은 5.97로, 농림어업(1.05), 도소매·음식·숙박(0.30), 전기·운수·통신·금융(1.04) 등  다른 업종에 비해 현격히 높았다. 또 이는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사망만인율(산재보험 가입자 2.48, 취업자 2.81)보다도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사망자 뿐만 아니라 부상자의 수까지 합해 추산한 업무상 사고재해율(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사고 재해자 수의 비율) 역시 건설업(2.95)이 모든 업종 중 가장 높았고, 이주노동자와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간의 격차도 제일 컸다.

최근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망 및 부상 사고가 부쩍 많이 늘어난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내현장 내 외국인 노동자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달 발표한 '분기별 퇴직공제 피공제자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수는 10만9865명으로, 전체 건설 현장 근로자(74만1698명)의 14.8%를 차지했다. 현장 내 외국인 비율은 ▲2020년 3월 12.9% ▲2021년 3월 13.7% ▲2022년 3월 14.1%에 이어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한 건설현장 안전출입구에 적힌 중국어 안내문(사진=온라인커뮤니티)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 한 건설현장 안전출입구에 적힌 중국어 안내문(사진=온라인커뮤니티)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들 대부분이 저숙련 노동자인데다 안전의식에 대한 의사소통이 현장에서 어려운 점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최근 일부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안전출입구', '안전모 미착용시 출입불가'라는 등의 문구를 중국어로 제공하고, 현장 방송도 중국어나 베트남어 등으로 나오고 있지만 모든 현장이 다 이렇게 제공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내국인 노동자들은 아무래도 힘든 건설현장 업무를 꺼리는 편이기에 (소통이 어려워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으면 우리나라 모든 현장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소규모 하도급 사업장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재보험법 등의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은 적어도 명시적으로는 내외국인 차별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동관계법의 '적용 제외'를 받는 업종 및 사업장들이 주로 이주노동자가 많이 일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이들은 실질적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또한 내국인과 차별적인 노동조건, 언어 및 문화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 문제와 안전 보건 정보 숙지의 어려움 등이 겹쳐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재해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10월 중 발표하기로 한 철근누락 등 부실공사 방지대책에 외국인 근로자의 건설현장 생태계 개선 방안도 담겠다고 밝혔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 9일 베트남 형제가 숨진 경기도 안성 현장을 찾아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해 건설현장 생태계에 안전 사각지대가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이와 같은 내용도 10월에 발표될 건설안전 제고 방안 등에 포함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