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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남북 '변칙접촉' 회의록…남측 "'조국전선'이란 외투 벗어라"

등록 2023.12.28 11: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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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월~1980년 12월 남북대화 사료집 공개

박정희 1·19 대화 제의 이후 판문점서 만났지만 이견

남 '남북조절위원회' 강조…북 "정보부 범죄로 조절위 파탄"


[서울=뉴시스] 1979년 3월 7일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남북 2차 변칙접촉 사진. 왼쪽 남측 대표, 오른쪽 북측 대표. 2023.12.28. (사진=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979년 3월 7일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남북 2차 변칙접촉 사진. 왼쪽 남측 대표, 오른쪽 북측 대표. 2023.12.28. (사진=통일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박정희 대통령 시기인 1979년 남한과 북한이 대화를 재개하려 했지만 대화 주체를 놓고 논쟁만 벌인 구체적인 상황이 공개됐다.

28일 통일부가 공개한 1979년 1월~1980년 12월 남북대화 사료집을 보면 양측은 1979년 2월~3월 3차례의 이른바 '변칙접촉'을 가졌지만  7·4 남북공동성명을 계기로 설치된 남북 대화 창구인 남북조절위원회(조절위) 정당성과 존립 여부를 놓고 양측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1973년 8월28일 북한은 같은 해 6월23일 박정희 대통령의 '평화통일 외교정책 선언'(6·23선언) 및 8월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의 김대중 납치 등을 구실로 조절위 운영을 일방 중단했다. 박 대통령은 6·23 선언에서 북한이 반대하는 남북한 유엔 동시·개별 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단 입장을 표명했다.

한동안 끊겼던 남북대화는 1979년 1월19일 박정희 대통령이 책임 있는 남북당국 간 대화 재개를 제의한 데 대해 북한이 반응하며 다시 이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판문점 만남에서 조절위 인사들이 대표로 나온 남한과 달리 북한은 당국이 아닌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조국전선)'이란 단체를 내세웠다. 남한은 격이 맞지 않고 대표성도 인정할 수 없다면서 '변칙대좌'라며 반발했다.

1979년 2월17일 판문점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1차 변칙접촉 회의록을 보면 우리 측은 조국전선이 이른바 '남조선 혁명'을 추구하면서 '적화통일'을 달성하는 데 목적을 둔 단체라고 봤다.

우리 측 민관식 조절위 부위원장은 "평양 측은 우리로서는 책임있는 당국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대화 상대가 될 수 없는 이른바 '조국전선'의 이름으로 응수를 하게 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며 "남북간에 이미 이루어진 엄숙한 합의문서인 7·4 남북공동 성명의 합의사항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홍진 조절위 간사위원은 "정부대표가 나왔으면 정부대표로 다하고 나와야지 정부대표가 나오면서 그 앞에 무슨 조국전선이네 하는 긴 외투를 왜 입고 나오시느냐"며 "그 외투 벗고 나오시지요"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 측 이창선 정무원 문화예술부장은 "조국전선이 한번 결정한다고 하게 되면 조선노동당이 움직이고 정부가 움직이고 민주당이 움직이고 각당 각파가 다 움직인다"고 고집했다.

약 한달 만인 3월7일 같은 곳에서 진행된 2차 변칙접촉에서 북한 측은 "대화에 관계해 나온 남조선 중앙정보부 성원들은 해외에 나간 민주인사까지 백주에 납치해오는 수치스러운 이러한 범죄적인 행동까지 저지르지 않았느냐"며 "이러한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해서 대화 앞에는 엄중한 난관이 조성되었고 조절위원회 권능이라는 것은 여지없이 파탄됐다"고 주장했다.

조절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이후락 중앙정보부 부장이 김대중 납치를 주도한 사실을 언급하며 조절위를 부정한 것이다.

변칙접촉에서 남북은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1979년 7월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한미는 북한에 '3당국 회의'를 제안했다. 북한은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북이 조국통일 문제를, 북미는 주한미군 철수를 각각 논의해야 한다며 3당국 회의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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