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삼성, 노조앓이…성과급 갈등에 노조 활동 '범람'

등록 2024.02.21 07:00:00수정 2024.02.21 07:23: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삼성전자, 노사 입장 차로 올해도 임금 교섭 장기화

노조, 결국 쟁의조정 신청…내달 초 쟁의권 확보 전망

임금 갈등에…노조 활동 계열사 등 전방위 확산 중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주최 기자회견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임금조정안 철회, 합리적 노조안 합의,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 교섭권 인정, 불성실교섭 중단, 노사협의회와의 불법적인 교섭이 아닌 노동조합과의 교섭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05.04.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주최 기자회견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임금조정안 철회, 합리적 노조안 합의, 헌법이 보장하는 노조 교섭권 인정, 불성실교섭 중단, 노사협의회와의 불법적인 교섭이 아닌 노동조합과의 교섭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05.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올해도 삼성전자의 임금 교섭이 통상적인 교섭 시한인 3월을 넘길 조짐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교섭도 매듭짓지 못해 2년치 협상을 병행 중인데, 임금 인상 수준에 대한 견해차가 커서 협상이 공전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지난 2020년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를 선언하면서 노사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나, 최근 들어 노조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실적 악화로 인한 성과급 논란이 노조 활동에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대표 교섭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는 전날 사측과 2024년 임금협약 6차 본교섭을 열었으나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같은 날 오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조정 신청은 노사 간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제3자인 노동위원회에 조속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는 제도다.

중노위는 앞으로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열어 노사 간 중재를 시도한다. 만일 조정기간 종료일(조정신청이 있는 날부터 10일)까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 조정 중지를 결정하게 된다. 내달 초 조정 중지 결정이 나온다면,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할 수 있다.

노사 임금 교섭 올해도 장기화…입장 차 팽팽

그동안 삼성전자는 연초 임금 교섭을 마무리 짓고, 3월 임금부터 인상분을 반영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최근 몇 년간 교섭이 장기화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임금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2024년 임금 협상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도 노사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은 지난해 실적 악화를 이유로 올해 임금 기본 인상률을 2.5%로 제시한 반면, 노조는 8.1%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교섭 이전 직원들의 요구를 대변해온 노사협의회도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5.74%의 인상률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도 범람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5개 노조가 활동 중이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도 복수의 노조가 있다. 최근 삼성전기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 출범을 선언했다.

이합집산도 잇달고 있다. 전국금속노조연맹 소속 삼성 계열사 11개 노조가 참여한 삼성그룹노조연대에 이어 지난해는 삼성 전자 계열사 노동조합이 모인 연대 노조가 출범하기도 했다. 올해도 '삼성 초기업 노조'가 최근 공식 출범했다. 조직 규모를 키워 사측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취지로 보인다.

삼성전자 2대 노조인 DX(디바이스경험)노동조합은 '전삼노가 반도체 부문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반발, 모바일·가전 등 DX 직원 위주로 생긴 노조다. 삼성화재 리본노조도 기존 삼성화재노조가 보험설계사 위주로 운영되자 내근직원 위주로 출범했다. 직원 과반수가 안 되는 노조가 많아 교섭권 분쟁도 벌어진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노조 출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2.1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노조 출범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2.19. [email protected]

성과급 갈등 촉발, 노조 활동 수면 위

삼성에서 노조 활동이 빠르게 확산하는 데는 성과급 등 임금 갈등이 주된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계열사 등은 실적을 바탕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이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실적 악화로 인해 반도체 등 일부 사업부문과 계열사 직원들은 성과급이 줄거나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동종 업계 타사 성과급 지급률이 공개되자,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한다는 총보상 우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삼성전자는 1969년 창립 이래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파업이 발생한 적이 없다. 삼성전자 노조도 지난 2022년과 지난해 중노위에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로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다.

다만 노조의 사측을 향한 압박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노조 리스크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초기업 노조의 경우 출범 직후 통상임금 소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 법원에서 명절 귀성여비, 개인연금 회사지원금, 고정시간외수당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잇달자 소송단을 모아 임금체불 소멸시효(3년)분의 지급을 요구하는 것이다. 통상임금은 근로의 대가로 '고정적,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임금으로, 연장·휴일근로수당 산정에 기초로 활용된다.

삼성화재에 이어 삼성전자도 DX노조가 소송 제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삼노도 현재 소송 진행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기 등 다른 계열사 노조도 조만간 소를 제기할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