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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외교, 관계 복원 의지 확인…미중·북중러 기류 등 불씨 여전

등록 2024.05.14 15:32:59수정 2024.05.14 15: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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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왕이 4시간 대면…할 말 하면서도 '선' 지켜

習 방한 성사 '주목'…미중갈등 확산땐 유탄 가능성

[베이징=뉴시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2024.5.13 photo@newsis.com

[베이징=뉴시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이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베이징특파원 공동취재단) 2024.5.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13일 한국과 중국 외교 수장의 베이징 회담을 계기로 교착 상태에 빠진 양국 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4년 가까이 멈춰선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와 더불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 성사가 관계 복원을 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회담에서 비록 양측 입장 차는 여전했지만,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한중 관계 물꼬를 트자"는데 중국도 호응하며 서로 다가서는 모양새다.

조 장관의 이번 방중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한국 외교장관의 베이징 방문은 2017년 11월 당시 강경화 장관 이후 6년 6개월 만인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켜켜이 쌓인 앙금을 털어내기 위해 회담에서 만찬까지 장장 4시간 마주 앉았다.

조 장관은 약 1400자 분량의 짧은 모두발언에서 '협력'이라는 단어를 일곱 차례 언급했다. '함께'라는 표현도 세 차례 썼다.

다만 조 장관은 '역지사지 자세'를 언급하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배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이 아닌 양국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왕 부장도 "중한 관계에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현저히 늘어났다. 이는 양측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 측이 원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방해를 배제한 채 서로 마주보고 힘 합쳐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으려고 톤을 조절한 흔적이 엿보인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양국 간 고위급 교류를 강화해 나가자는 데는 상호 공감했다.

그 일환으로 조 장관은 왕 부장을 한국으로 초대했고, 왕 부장은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했다.

오는 26~27일 서울 개최로 최종 조율 중인 한중일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3국 정상회의는 2019년 12월 청두에서 열린 이후 코로나19 사태와 한중일 관계 악화로 열리지 못했다.

2014년 이후 10년 동안 이뤄지지 못한 시 주석의 방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조 장관이 이번 방중 기간 시 주석을 예방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지는 않았다. 2000년 이후 한국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국가주석을 예방한 적은 2006년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내정돼 취임 직전인 경우로, 예외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그러나 한중 관계의 해빙 무드를 속단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태도 변화는 한층 강해진 한미일 공조에 따른 위기감과 도 넘은 북러 밀착에 대한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중국은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강화를 두고 "아시아 지역에 작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 왔다.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수위로 밀착하며 '국제 왕따'로 분류하는 북러와는 거리를 두는 모습도 보여왔다. 

한국 외교부는 양측이 미중 관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역·국제 정세를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또 북핵·북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왕 부장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을 전했으나, 중국 외교부는 북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했다.

한중 관계는 미중 관계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하다. 북한이 러시아를 이용해 중국을 자극하는 북중러 간 미묘한 기류도 언제든 갈등 요인으로 재부상할 수 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조 장관이 이번 방중에서 보인 모습은 한국이 보여준 '친미소화(親美疎華·미와 친하고 중과 소원)'의 태도와는 대조를 보였다면서도 "한중 관계가 제3자 요인에 의해 방해되거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중국이 한미동맹 강화를 견제하기 위해 보여온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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