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 C커머스 공습 커지는데…토종 이커머스 '골든존 PB' 규제해서야

등록 2024.05.29 18:24:41수정 2024.05.29 18:26:3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기자수첩 이혜원

[서울=뉴시스]기자수첩 이혜원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지난해 전세계 매출 1위 기업은 유통기업 '월마트'다.

월마트는 작년 한 해에만 6480억 달러(약 884조원)를 벌어들였다. 시가총액 1·2위인 마이크로소프(2119억 달러)와 애플(3833억 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월마트가 처음부터 매출 1위를 차지했던 건 아니다.

미국 기업을 연구하는 미국기업역사센터에 따르면 1994년에는 자동차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가 매출 1위를 기록했지만, 30년 만에 GM은 4위로 내려 앉고 윌마트가 1위에 올랐다.

월마트가 성공할 수 있던 요인으로 두가지가 꼽힌다.

'골든존(170cm 이하 눈높이 배치)'과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자체브랜드(PB)'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골든존'에 배치함으로써 쇼핑 효율성과 긍정 경험을 높이는 것이다.

월마트는 예전부터 상품 진열을 위해 심리학자와 인류학자까지 동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전략은 사람의 기분을 띄워주는 빠른 템포의 음악으로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든 다음, 주력 상품을 매장 입구 오른쪽 눈높이 매대에 진열하는 것이다.

최근엔 5달러 미만의 냉동식품, 유제품, 스낵을 파는 PB 브랜드 '베터굿즈(Bettergoods)'를 론칭해 월마트 주요 매장의 골든존에 배치하고 있다. 

코스트코나 알디 같은 다국적 유통체인도 이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도 '골든존' 법칙을 차용하고 있다.

실제 GS25나 CU의 PB상품은 편의점 문을 열자마자 눈 앞에 놓여있고, 이마트나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도 PB상품을 전면에 배치해 놓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일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최근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쿠팡 등 국내 토종 이커머스들이다.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C커머스'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의 합산 사용자 수는 1년 만에 1000만명 이상 늘어난 1700만명에 육박하고, 저품질 논란에도 값싼 중국산 직구에 소비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상황을 탓하기 보단, 고물가 상황에서 과연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적재적소에 보여줬는지 반문해야 한다.

이커머스는 물리적 한계가 비교적 낮은 탓에 취급하는 상품만 수십만개에서 수백만개에 달한다.

때문에 빠르고 편리한 쇼핑을 위해 이커머스앱을 켠 소비자들에게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전체 매장 상품 수가 5만개 남짓으로 적고, 소비자 체류시간이 평균 30분~1시간인 대형마트도 철저히 '골든존'에 상품을 배치하는데, 기껏해야 3~5분 정도 머무는 이커머스에서 상품을 적재적소에 추천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역시 1000원짜리 티셔츠, 2000원짜리 휴대폰 충전 케이블을 앱 화면에 가장 먼저 진열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가 C커머스 등과 중장기적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커머스만의 '골든존'을 적극 활용하거나 고객들이 원하는 가성비 높은 PB 상품을 강화하는 것도 최소한의 방어책이다.

규제를 우선하기 보다도 한국 이커머스가 C커머스의 공습에 맞서 동등하고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