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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라인서 9개 모델 생산"…토요타 특유의 모노즈쿠리

등록 2024.05.29 00:00:00수정 2024.05.29 09:3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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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일본)=뉴시스] 모토마치 공장 내부 조립 라인 모습 (사진=토요타) 2024.5.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토요타(일본)=뉴시스] 모토마치 공장 내부 조립 라인 모습 (사진=토요타) 2024.5.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토요타(일본)=뉴시스]안경무 기자 = 빨간색 '토요타(TOYOTA)' 글자가 선명한 작업용 모자를 쓴 엔지니어들이 컨베이어벨트 옆에 붙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이들은 이동하는 차체 앞문으로 들어가 볼트와 너트를 조이는가 하면, 이내 빠져나와 차량 곳곳을 손으로 직접 만지며 조립 상태를 살폈다. 작업 시간 내내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계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본지 기자는 27일 오전 일본 아이치현 토요타시(市)에 위치한 모토마치 공장을 찾았다. '작은 동네 공장'이라는 뜻의 겸손한 이름과 다르게 이 공장은 토요타 내에서 상당한 상징성을 갖는다.

이 상징성은 공장의 연 생산 규모(12만8000대)나 근무 인력(1만명) 때문이 아니다. 모토마치 공장이 특별한 이유는 이 공장에 토요타가 추구하는 '멀티패스 웨이(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갖춘 차량을 고객과 지역에 맞게 공급하는 것)' 전략이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혼류 생산으로 '멀티패스 웨이' 실현

모토마치 공장은 혼류 생산 방식으로 토요타가 추구하는 멀티패스 웨이를 실현하고 있다.

사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선 혼류 생산 방식을 채택하는 업체들은 한 둘이 아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라인 증설을 피하며 비용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토요타 생산 방식(TPS;Toyota Productivity System)'을 대표하는 토요타의 혼류 생산은 다른 업체들과 비교 자체를 거부하는 수준이다.

모토마치 공장의 단일 라인에선 ▲순수 전기차(BEV) ▲FCEV(수소연료전지차) ▲HEV(하이브리드) ▲가솔린 4가지 파워트레인의 차량을 조립할 수 있다. 미라이와 크라운, RZ와 고성능 브랜드 GR의 야리스, 코롤라 등 모델로 보면 9개 모델이 한 라인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주목할 것은 이 혼류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포인트가 기계가 아닌 '사람'에 있다는 점이다.

이날  토요타 조립 라인 곳곳에는 조립에 열중하는 엔지니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토요타 공정에선 여전히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현대차 같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조립 라인에서 갈수록 직원 수를 줄이고, 기계화에 몰두하는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토요타는 수공업과 기계화의 조합으로 '100% 기계화'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모델별로 생산 시간의 평균치를 구하고, 이에 맞게 작업 인력과 방법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서다.

불필요한 증설은 아예 없고, 사람의 손이 닿지 않거나 닿을 수 없는 곳엔 기계를 사용한다. 오랜 시간 쌓아온 이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확실한 작업 메뉴얼을 만든다. 여기에 계속된 직원 교육과 라인 개선으로 사람이 오히려 '기계의 오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는 게 토요타 방식이다.

토요타 공장 관계자는 "디지털 토크 렌치로 엔지니어가 일일이 볼트를 조인다"며 "바퀴로 움직이는 특성 때문에, 자동차 조립의 완성도가 '품질'과 '내구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토요타(일본)=뉴시스] 렉서스 LC 작업 라인 (사진=토요타) 2024.5.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토요타(일본)=뉴시스] 렉서스 LC 작업 라인 (사진=토요타) 2024.5.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모노즈쿠리' 정신…제품 아닌 '작품' 만든다

사람의 역할은 고가 차량 생산에서는 더 많아진다.

이날 대당 2억원 상당의 렉서스 스포츠카 쿠페인 'LC' 조립 라인에는 엔지니어 1명이 차량 1대를 전담 조립하고 있었다. 플래시가 달린 헬멧을 쓴 렉서스 엔지니어는 차량 운전석 아래부터, 트렁크를 비롯한 차량 후미와 휠 하나하나를 직접 만지고 눌러봤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 생산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작업자의 '모노즈쿠리(장인정신)'였다. 이는 생산 시간 증가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회사 측은 이를 감수하고 최고 품질의 차량을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는 '오모테나시(최고 수준의 환대)'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

미야베 요시히사 모토마치 공장장은 "조립이 끝나 출고를 앞둔 LC는 장인이 오감을 통해 최종적으로 품질을 직접 검사한다"며 "차량을 단순 제품(製品)이 아닌 작품(作品)으로 여기며 생명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토요타는 기계와 사람의 협력을 통한 효율 극대화를 계속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이 방식이 경영 철학인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의 차량을 만든다는 정신)'을 실현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라고 본다.

차량 생산이 더 필요하다면 무리하게 라인을 늘리기보다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파워트레인)를 제공하겠다'는 분명한 미래 전략과, 기계와 사람의 협력을 통한 '극한의 효율성'에 대한 의지. 모토마치 공장에는 토요타가 준비하는 미래와 여태껏 지켜온 과거가 공존하고 있었다.
[토요타(일본)=뉴시스] 모토마치 공장 내부 조립 라인 (사진=토요타) 2024.5.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토요타(일본)=뉴시스] 모토마치 공장 내부 조립 라인 (사진=토요타) 2024.5.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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