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몸이 되는데 머리 쓴다…개그우먼 새 유형

왼손에 올려진 성경에 침을 묻혀 오른손으로 넘기면서 유행가를 찬송가 스타일로 흥얼거리던 권사, 여자친구의 속마음을 모르는 남자친구를 꾸중하고 일깨우는 남성교육학박사 교수.
KBS 2TV ‘개그 콘서트’의 막내 이희경(26)이 연기했거나,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다.
이희경은 지난 6월 첫 방송된 ‘슈퍼스타 KBS’에서 드라마 ‘아이리스’ 삽입곡인 백지영(34)의 ‘잊지말아요’ 등을 ‘찬송가 창법’으로 불러 웃음을 줬다. 아줌마 같은 외모와 옷차림으로 교회 권사 이미지를 물씬 풍기며 단숨에 시선을 붙들었다.
TV 밖의 이희경은 그러나 딴판이다. 권사, 교수의 이미지는 어디에도 없다. 못생기지도 않았고, 억척스럽지도 않다.

스트레스도 없다. 개그맨 선배들이 살을 빼도 아줌마 몸매일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실감났단다. 다이어트하느라 애쓸 이유가 없는 이유다.
“운이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슈퍼스타 KBS’는 김진철 선배님이 제가 ‘미녀들의 수다’의 크리스티나 흉내를 잘 낸다고 해 심사위원 같이 하자고 해서 하게 됐어요. 콘셉트가 바뀌어 다른 것 없느냐길래 권사님 창법 따라할 줄 안다고 했거든요? 그것 듣고 재밌겠다고 해서 들어가게 된 거에요.”
그렇게 5개월여를 사랑받았다. 종교계의 반발로 하차한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의 위로를 받으며 “와! 권사님을 정말 많이 사랑해주고 계셨구나”라고 느꼈다.

신보라와 달리 이희경은 ‘남자의 자격’ 오디션 날짜를 놓쳤다. “아마 박칼린 선생님이 뽑아주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단, 감동스러운 순간을 좋은 사람들과 보낼 기회를 놓친 점은 아쉽다.
‘남자의 자격’에도 참여못했고, ‘슈퍼스타 KBS’에서도 하차했지만 ‘우리 성광씨가 달라졌어요’에서 맹활약 중이다. 여자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박성광(29)을 힘으로 제압하면서 남녀관계에서 빚어지는 일들을 흥미진진하게 담아 공감을 사고 있다.
당초에는 ‘자투리’ 캐릭터였다. “정경미, 신고은, 김경화 선배님들이 짠 코너 옆에서 교수님으로 도우미 역할을 해달라고 하셨어요. 아침 프로그램 보면 어떤 교수님이 나와서 말하면 방청객들이 ‘와~’ 하는 그런 것 있잖아요. 아쉽게 그 코너는 채택되지 못했는데 제 캐릭터만 발탁이 된 거에요. 한 코너를 하게 돼 매우 영광이고 감사할 뿐이죠.”

“손님들에게 친근감을 표하기 위해 옆에서 읊조렸어요. ‘타기 전에 드셔야 하는데~’, ‘뒤집어서 드세용~’ 등등 이런 말들이 웃겼나봐요. 그게 재밌다고 혹시 개그맨 관심없느냐는 거에요. 딱히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도전하고픈 바람이 생겼죠.”
이희경은 개그맨 공채에서 세 차례 낙방했다. IMF 위기 때는 아버지를 여의었다. 경제적으로도 곤궁했다. 그래도 선천적으로 밝은 성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마음의 치료가 될 수 있고, 대리만족도 줄 수 있는 것이 코미디”라고 여기는 이희경은 개그우먼으로 발을 내디딘지 얼마 안 됐지만 죽는 날까지 방송을 하고 싶다. “방송을 계속할 수 있는 그런 축복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제 재능으로 나누면서 살고 싶어요. 돈을 못 벌어도 상관 없어요. 하지만 나중에 어떤 재단이나 NGO쪽에는 꼭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연관이 돼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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