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정문재의 크로스로드]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록 2013.03.26 05:00:00수정 2016.12.28 07:12:1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첨부용

헨리 5세, 역경 딛고 승리 이끌어 장비 등이 큰 변수로 작용하지만 정신력 등 무형의 전력도 중요해 군 수뇌부의 리더십이 확고해야

【서울=뉴시스】정문재 부국장 겸 지식정보부장 = "여러분! 길고 긴 전쟁이 끝났다. 아주 힘든 전쟁이었다. 우리는 조국을 위해 용감하고, 자랑스럽게 싸웠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오직 전투에서만 드러나는 유대(紐帶)로 묶여 있다. 우리는 참호 속에서 함께 뒹굴었다. 온갖 고생을 함께 했고, 숱한 죽음을 목격했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여러분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평화로운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TV 미니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에서 가장 감동스러운 장면은 마지막 회에 등장하는 독일 장군의 연설일 것 같다. 장군은 항복 직후 독일군의 해산에 앞서 마지막 연설을 한다. 리브갓 상병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장군의 연설을 통역해주자 윈터스 소령을 비롯한 미군 장교들도 애틋한 감회에 젖는다. 독일군과 마찬가지로 그들 또한 참호를 함께 쓰며, 숱한 죽음을 목격했고, 온갖 고생을 함께 한 형제들이었기 때문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스테펜 앰브로스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앰브로스는 대부분의 전쟁 소설이나 기록이 맥아더나 아이젠하워 같은 고위 장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데 대해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이지 중대를 중심으로 한 미군 보병들의 2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을 부대 창설에서부터 종전까지 담담하게 그려냈다.

 소설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5세'에서 따왔다. 그의 연설에 등장하는 말을 그대로 차용했다. 셰익스피어는 헨리 5세를 이상적인 군주로 여겼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헨리 5세는 1415년 8월 1만2,000명의 영국군을 이끌고 프랑스에 상륙했다. 프랑스 일부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요구했으나 거절되자 무력을 동원했다. 하지만 전염병과 기나 긴 행군으로 상당한 병력 손실을 입는다. 아쟁쿠르(Agincourt)에 도착했을 때는 병력이 8,500명 전후로 줄어들었다. 프랑스군 병력은 기록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영국군보다 5배 이상 많았다고 전해진다.

 영국은 여러 면에서 불리했다. 병력이 훨씬 적었을 뿐 아니라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긴 행군으로 지칠 대로 지친 데다 폭우까지 쏟아졌다. 몸은 마치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하지만 승패는 병력의 많고 적음, 장비의 우열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다. 전쟁의 주체는 인간이다. 누가 전쟁을 이끌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역사는 역경을 딛고 승리를 거머쥔 사람들에게 '영웅'이라는 훈장을 준비한다.

 헨리 5세는 뛰어난 군인이자 선동가였다. 적의 기병으로부터 궁수(弓手)를 보호하기 위해 끝을 날카롭게 깎은 장대를 준비하는 가하면 궁수들에게 머리에만 갑옷을 걸친 말의 몸통을 겨냥해 활을 쏘라고 명령을 내린다. 적의 기동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아울러 피를 들끓게 만드는 연설로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그 유명한 '성(聖) 크리스핀(Crispin) 축일'의 연설이다. 

 헨리 5세의 4막3장은 이렇게 연설을 묘사한다. "오늘부터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성 크리스핀 축일이 되면 사람들은 결코 우리를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숫자는 적다. 우리는 행복한 소수다. 우리는 형제(band of brothers)다. 오늘 나와 함께 피를 흘리는 사람은 나의 형제가 될 것이다. 그가 아무리 비천하다 해도 오늘을 계기로 고귀한 신분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 영국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귀족들은 이 자리에 있지 못한 것을 한탄하리라. 성 크리스핀 축일에 우리가 싸웠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들은 사나이로서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리라."

 영국군은 아쟁쿠르 전투에서 프랑스군에 압승을 거둔다. 영국군은 승리를 거두고 난 후 반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프랑스 포로들을 대부분 학살했다.

안보 환경이 어수선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미 양국은 키 리졸브 훈련에 이어 독수리 훈련을 통해 합동 및 연합 작전 역량을 점검하고 있다. 북한은 연일 협박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은 물론 괌 소재 미군 기지를 정밀 타격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는 안보 환경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하지만 헨리 5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정신력, 의지, 사기 등과 같은 무형(無形)의 전력도 무시할 수 없다.

군 수뇌부가 유임됐다.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국방장관 후보자의 자격 문제를 놓고 벌어진 시비가 그만큼 국민들을 불안케 했기 때문이다. 유임된 군 수뇌부가 헨리 5세와 같은 리더십을 보여주기 바란다.   

참고 문헌 1) Ambrose, Stephen. 1992. Band of Brothers. New York: Simon & Schuster Paperbacks 2) Battle of Agincourt, WIKIPEDIA(The Free Encyclopedia) 3) St. Crispin’s Day speech from Henry V, WIKIPEDIA(The Free Encyclopedia)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