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 이 판국에 티베트 달라이라마만 찾는가?

달라이라마 방한추진회는 지난 7월5일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 선포식과 10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추진회 준비위원장은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집행위원장은 행불선원 월호 스님이 맡았다. 집행위원으로 원주 성불원 현각 스님, 여수 석천사 진옥 스님, 보성 대원사 현장 스님, 동국대 정각원 마가 스님, 부산 홍법사 심산 스님, 부산 미타선원 하림 스님, 청도 운문사 일진 스님, 서울 정각사 정목 스님, 인천불교회관 일지 스님, 대구 수도사 승원 스님, 티벳하우스 코리아 남카 스님 등이 함께하고 있다.
방한추진회 서울지역위원회는 월호 스님이, 부산·경남지역위원회는 혜원정사 원허 스님, 홍법사 심산 스님, 대광명사 목종 스님, 인천·경기지역위원회는 인천사암련 회장 종호 스님, 인천불교회관 일지 스님, 대구·경북지역위원회는 관음사 밀허 스님, 불광사 주지 해휴 스님, 학장 돈관 스님, 관오사 혜관 스님, 보성사 한북 스님, 울산지역위원회는 황룡사 황산 스님, 해남사 만초 스님, 광주·전라지역위원회는 대원사 현장 스님, 무각사 청학 스님, 증심사 연광 스님, 대전·충청지역위원회는 청림회, 백제불교회관 장곡 스님, 강원지역위원회는 성불원 현각 스님, 심원사 정현 스님 등이 참여하고 있다.
9월 14일에는 울산지역 불자들이 세계적인 생명존중과 평화의 상징인 달라이라마 존자의 방한허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위원회는 울산 남구 종합체육관에서 추진위 금강스님과 월호스님을 비롯해 울산불교종단연합회 회장 덕진스님과 BBS울산불교방송 사장 오심스님, 해남사 주지 만초스님 등 사부대중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달라이라마 방한추진 울산지역 선포식과 법회’를 봉행했다고 한다.
지난 10일 오후 3시 부산시 수영구 KBS홀에서 열린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 부산지역 선포식에 조계종부산연합회, 전법도량을 비롯해 사찰, 신행단체, 스님, 재가불자, 시민 등 2500여 명이 참석해 뜻을 하나로 결집했다. 자비, 생명, 평화, 행복으로 가는 세 가지 약속이라는 이름의 콘서트로 진행됐다. 그리고 “노벨 평화 수상자이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는 종파와 민족을 초월해 자비와 생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세계 평화의 상징인 달라이라마를 초청해 이 땅에 생명존중과 평화의 정신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부처님 전에 결의합니다. 하나, 우리 부산지역 불자 일동은 달라이라마가 평화와 자비의 화신임을 굳게 믿습니다. 둘, 달라이라마의 한국방문이 한국사회의 정신적 치유와 더불어 한국불교 발전의 시금석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셋, 우리는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성취하기 위해 법회와 서명운동을 비롯한 모든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는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 결의문을 발표했다.
목종 스님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참담한 병폐, 이 때문에 전 국민이 심각한 무력감과 자괴감에 빠져 있습니다. 금전만능주의, 극단적 이기주의, 위험수위에 도달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갈등, 여기에 종교마저도 갈등을 부추기고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함께 나누고 국난 극복을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섰던 우리의 모습은 어디로 갔습니까. 이 모두가 물질 만능의 경제논리를 앞세워 생명존중, 상생과 평화, 소통과 화합의 가치를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무엇이 참다운 행복이며 어떤 모습이 살기 좋은 나라인지 우리가 모두 고심할 때입니다. 얼마 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한은 우리 국민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감싸줬습니다. 이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이 시대 생명존중과 평화, 자비의 상징인 달라이라마의 방한도 추진돼야 합니다. 종교와 정치를 초월한 평화의 상징인 달라이라마를 초청해 국민적 고통을 치유하고 상생과 평화의 정신이 이 땅에 다시 타오를 수 있도록 추진하고자 하오니 우리 모두의 원력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으로 ‘지금 왜 달라이라마인가’에 대해서 설명했다.
조계종에서 내로라하는 청정한 스님과 이름이 깨끗한 스님들이 참여한 달라이라마방한추진회이기에 이렇게 자세히 소개해 본다. 우리 불교에 조고각하(照顧脚下) 즉 ‘자기의 다리 밑을 비추어 돌아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어디 서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번 발밑을 잘 살펴보라는 말이다. 추진회에 공개적으로 말하고 싶다. “스님들이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대체 스님들이 몸담은 조계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라!”
9월 12일 한국불교의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는 인천 용화선원 원장 송담 스님(재단법인 법보선원 이사장)이 탈종 선언을 했다. 그런데 추진회는 9월 14일 울산모임에서 이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이후 조계종 종회선거가 있었고 선거 과정의 불법에 이어 폭력승을 종회의원으로 출마시키고 압도적 지지로 당선, 종회가 폭력과 은처, 음주소란, 성희롱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계종이 이렇게 자성과 쇄신을 위한 결사의 뜻마저 왜곡하고 기도의 의미도 변질시키고, 속인도 꺼리는, 속인에게 절대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되고 있다. 그런데 종회 개회 하루 전날인 지난 10일 추진회가 울산에서 2500명이나 모아놓고 조계종의 현주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내지 않고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을 위한 서명만 받았다고 한다.
문수보살은 설하되 설함이 없음으로써 불이법문(不二法門)을 했다. 정명(淨名) 즉 유마힐(維摩詰) 거사는 문수보살이 무엇으로 불이법문을 삼겠느냐고 질문하자 아무 말도 안 하고 침묵을 지켰다고 한다. ‘두구(杜口)’는 입을 막는다는 것으로 곧 말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말하지 않아도 말하는 것이 되고 말해도 말하지 않으니만 못한 것도 있다. 알음알이로 보면 자성의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자성에 대한 생각은 있었다고 변명하면서 나를 설득해 보라고 떠들 수 있다. 하지만 이 판국에 아무 말 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방조며 공범이다. 속인들 사이에서도 벌어지지 않는 범죄나 다름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방조하는 것이 바로 범죄방조죄다. 형법 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단에 대해 책임 있는 사람들이 아니, 책임질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 애써 방조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스님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스님들을 따르는 이들을 속이는 일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힘센 장사가 이마의 구슬을 잃어버리고 밖으로 찾아서 사방을 두루 다녀도 마침내 찾지 못하지만, 지혜 있는 사람이 그것을 가르쳐 주어 본래 구슬이 여전함을 스스로 보는 것과 같다. 도를 배우는 사람이 자기의 본마음을 잃어버려 자기가 부처임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바깥에서 찾으려 억겁 동안 부지런히 구해도 영원히 도를 이루지 못한다. 어려운 시절 우리 자동차산업이 걸음마를 할 때, 차가 필요하다고 외제 차만 사왔다면 오늘날의 현대자동차와 같은 우리의 자동차산업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말 이 판국에 달라이라마만 오면 다 해결되는가? 우리는 천주교도 기독교도 아니다. 그리고 달라이라마가 보살의 경지를 체득한 선지식인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부처는 아니다. 부처라도 스스로 자성을 찾지 않는 이는 구제하지 않았다. 8만4000이나 되는 경전을 전한 10대 제자 아난존자가 부처님 생시에는 득도하지 못한 것을 직시하라! 달라이라마가 온다 해도 스님들이, 그리고 우리가 변하지 않는 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달라이라마 방한 성사를 염원하는 광주 불자들이 15일 오전 10시 광주 남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달라이라마 방한 광주선포식을 한다. 광주불교연합회(회장 연광 스님)와 대해노인복지관이 주최하고 달라이라마방한 추진회(준비위원장 금강)와 (사)자비명상이 후원한다. 이날 우리나라에 진정한 민주화를 선물한 광주에서 불교 개혁을 위한 시발탄을 반드시 쏴주기를 기대한다. 계속 난쟁이로 살 것인지 아니면 작은 공이라도 쏘아 올릴 것인지 ‘조고각하’하라! ‘난쏘공’(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줄임)의 영희가 세상이 스님들께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여라! 선지식 수월스님처럼 음관(音觀)하라! 그게 관세음(觀世音)보살의 자비행의 실천이다. 할!
* 이글은 조계종의 자성과 쇄신 즉 개혁을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신도들의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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