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잘못된 중세 역사 바로잡기…'주판과 십자가'

1000년 전 교황의 이미지는 이와는 매우 달랐다. 중세 유럽의 역사에서 당시의 교황은 왕과 황제의 정치적 전당물이었으며 성직자가 아니어도 교황이 되기도 했고, 심지어 일부 교황은 부정, 부패, 간통 등에 연루되는 등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로 얼룩져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낸시 마리 브라운은 우리에게 전혀 다른 이미지의 중세 교황 실베스테르 2세를 상세히 소개한다.
흔히 유럽의 중세를 '암흑시대'라고 부르고 있다. 서기 500년경부터 1400년경까지, 즉 로마가 멸망한 후부터 르네상스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시기를 일컫는다. 우리는 그 시대를 로마 가톨릭교회가 지배하던 시기로서 오직 교회로 대표되는 미신만이 난무했을 뿐, 과학과 철학 등 학문은 전혀 발전하지 않은 깜깜한 세계로 인식해왔다. 그러나 브라운은 책 '주판과 십자가'에서 중세는 전혀 깜깜하지 않았고, 수도원을 중심으로 수학, 기하학, 천문학 등이 지속해서 발전했다고 말한다.
르네상스 시대를 연 선구자로 알려진 페트라르카가 중세를 고대와 현대, 즉 로마 시대와 그들의 시대로 나누고 그 중간을 전부 '암흑시대'로 명명했다는 저자의 말은 새롭다. 또 과학과 종교의 전쟁도 미국인의 우월감에서 비롯했다고 단언한다. 브라운은 중세 역사는 다시 조명돼야 하며 과학과 종교의 관계도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비단 페트라르카뿐만 아니라 의도했든 아니든 역사를 왜곡한 많은 역사학자와 작가들을 '주판과 십자가'에서 만날 수 있다. 생래미의 리셰, 베노, 월터 맵, 맘스베리의 윌리엄을 비롯해 콜럼버스의 이야기를 각색한 근대의 워싱턴 어빙은 역사 왜곡의 결정판이다. 문제는, 이들이 역사를 왜곡한다기보다는 개선한다고 여기는 당대의 영향력 있는 작가 및 역사학자들이라는 점이다. 지금 이 시점에도 그런 작가 및 역사학자들이 없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낸시 마리 브라운은 이 책을 통해 유럽의 중세 '암흑시대'를 재해석한다. 또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 과연 타당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유력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언행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보게 한다. 최정모·김유수 옮김, 432쪽, 2만2000원, 자연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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