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이 군부대 방문에 집착하는 이유는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문재인과 함께하는 더불어국방안보포럼에 참석해 군 복무를 함께했던 동료들에게 군번줄을 선물받으며 미소짓고 있다. 2017.02.22. [email protected]
대선주자로서의 안보 이미지 강화위해
【서울=뉴시스】정윤아 기자 = 최근 국방부는 각 정당에 군부대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군이 최근 대선주자들의 잇따른 방문과 발언으로 인해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여야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군부대를 방문하면서 군 관련 문제를 이슈화하려 애썼다.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는 1월 25일 강원도 육군 102기갑여단을 방문해 병영식당에서 배식을 돕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군복무 를18개월로 단축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군복무 축소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힌 안 전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같은 날 국민의당 지도부와 함께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군 관계자로부터 군 대비태세와 한미주요현안 등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방문에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군 복무 단축으로는 우리 국방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선거 때만 되면 군 복무기간 단축 주장이 나오는 진의가 의심스럽다"고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또 "군 병력계획은 우리 인구 변화, 무기들이 발전상황 등을 고려해 세워야 한다"며 "그런 고려 없이는 포풀리즘에 지나지 않는다"며 남경필 경기지사가 제기한 모병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던 다음날인 2월 13일 경기도 남부지역에 있는 공군 제3방공유도탄여단 예하 부대를 방문했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실험 등 위협은 앞으로 군의 첨단화와 정예화가 필요한지 보여준다"며 선택적 모병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강군 양성을 주장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한 국민의당 안철수(오른쪽) 전 대표가 이순진 합참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2017.01.25. [email protected]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탈당전인 올해 새해 첫날, 강원도 최전방의 GOP부대소초에서 장병들을 격려하고 하룻밤을 보내는 등 일찌감치 안보행보를 보였다.
그 외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원유철 의원은 지난달 17일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오산공군기지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했다. 같은 당 안상수 의원역시 같은 달 25일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평화전망대 부대를 방문해 군의 안보 태세 강화를 주문했다.
이렇게 대선주자들이 통과의례처럼 군부대를 찾는 이유는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등 불안한 안보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대선주자로서의 안보 이미지를 강화해 지지층을 집결하기 위한 것을 보인다. 군문제는 교육 문제와 함께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정당의 대선주자들은 안보이슈 선점은 야권에 비해 자신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군부대 방문을 통해 보수층의 표심을 결집시키고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진보정당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약한 안보이슈를 군부대 방문을 통해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군부대 방문은 대선주자들이 가장 쉽게 이미지를 상승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빼먹지 말아야할 공통과목처럼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성남=뉴시스】최진석 기자 = 이재명(오른쪽) 성남시장이 13일 경기 남부지역에 위치한 공군 제3방공유도탄여단 예하 제8630부대를 찾아 부대를 살펴본 뒤 식사를 하고 있다. 2017.02.13. [email protected]
군의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군은 정치적 중립성 유지와 군 본연의 임무수행이 가장 중요한데 최근 대선주자들의 잦은 방문으로 이 두개가 보장이 잘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군의 정치적 중립도 그렇지만 사실 정치인들이 부대에 오게 되면 지휘관의 발이 묶여 다른 걸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높고 3월부터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는 가운데 빈번한 정치인들의 군부대 방문은 군 임무수행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
이에 대해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북한 관련 불안한 상황 속에서 대선주자들이 제대로 안보정책을 내세우기 보다는 군부대 방문을 통해 '내가 안보정책을 잘하고 있다'는 이미지만 보여주려고 한다"며 "정치인들은 정책이나 방향성을 가지고 승부해야지 이미지로 승부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아직도 군부대 방문 이벤트를 하지 않은 주자도 있고, 기존에 부대 방문을 했던 주자들도 한두 차례 더 갈 수도 있다. 여기에 북한 문제가 새롭게 터질 경우 여야 주자들의 전방 부대 방문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사활을 건 득표전으로 인해 우리 군도 홍역을 앓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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