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지각변동 가시화…애플은 도시바·구글은 HTC
애플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추진···구글, HTC의 휴대폰 사업부 일부 인수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글로벌 IT 공룡들이 잇따라 기업 인수에 나서면서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수 대상이 같은 사업군은 아니지만 사업영역을 크게 넓힐 수 있는 카드로 사용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업체인 애플은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나섰고, 구글은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의 휴대폰 사업부 일부를 인수하면서 관련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애플은 지난 2분기 기준 4100만대를 팔아치우며 삼성전자(점유율 22.1%)에 이어 2위(11.4%)를 기록했다. 판매량 면에서는 삼성에 뒤쳐지지만 영업이익률에서는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애플은 올해 2분기(애플 회계연도 3분기) 기준 영업이익률 23.71%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도시바의 메모리 사업부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낸드 플래시 등 반도체를 생산하는 회사다.
특히 낸드는 전원이 끊어져도 저장된 내용이 보존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에서 장기 기억장치로 사용된다. 도시바는 2분기 기준 16.1%의 시장점유율로 낸드 업계 2위 업체다.
애플이 직접 도시바의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낸드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이번 인수전에 참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애플 측이 원하는 물량을 맞출 수 있는 메모리 업체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6여곳에 불과하다.
스펙 경쟁을 위해서 안정적인 수급이 중요한데 스마트폰 부문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2분기에 낸드 시장에서 38.3%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독주 체제를 확고히 하고 있다.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삼성전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낸드 수요 폭등으로 공급량이 부족하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폰 신제품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애플은 삼성전자로부터 비싼 값을 주고 낸드를 사들이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자사의 스마트폰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애플에 공급되는 낸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플은 공급사에 휘둘릴 경우를 대비해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아이폰에 들어가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자체 개발하기로 한데 이어 반도체까지 수급할 수 있도록 수직계열화를 꾀하고 있다.
플랫폼 공룡인 구글은 11억 달러(약 1조2463억원)을 들여 HTC의 픽셀 제조 개발 사업부문을 사들였다. 구글은 지금까지 자사의 스마트폰인 픽셀을 생산을 HTC에 맡기고 있었다.
구글은 이번 인수로 HTC에 근무하고 있는 스마트폰 인력 4000명 중 2000명을 자사 소속으로 데려오게 됐다. HTC가 보유하고 있던 특허 라이선스 권한도 획득했다.
독점 계약은 아니기 때문에 HTC가 특허권을 다른 회사에도 제공할 수 있지만 구글은 향후 특허권 소송을 면할 수 있게 됐다. 구글의 목적은 분명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의미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사용해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인공지능(AI) 비서 등 새로운 전쟁이 열리고 있다.
AI 비서의 경우 음성만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수준을 벗어나 일정을 관리하고 음식점을 예약하거나 가전기기들을 제어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다. 자연어 처리, 딥러닝 등의 기술 고도화와 반도체 기술 발달이 맞물려 AI 플랫폼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사람 말의 맥락을 이해하고 학습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등이 새로운 패러다임 등의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I나 사물인터넷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들어서면 모든 라이프스타일이 이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게 된다. 미래에는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수밖에 없다.
결국 직접 만든 생태계에 타 기업들을 종속시키느냐 혹은 종속되느냐의 싸움인 셈이다. 구글은 애플처럼 하드웨어 사업부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으로 사업의 경계선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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