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루 전에' 현대차 광주형 일자리 조인식 취소 데자뷔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5일 오후 광주시청 1층 로비에서 광주시청 공무원 등이 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인 현대차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사업 최종 협약서 조인식에 대비해 행사장을 꾸미고 있다. 당초 6일로 예정된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도 예상됐었다. 2018.12.05 [email protected]
광주시는 당초 6일 시청 1층 로비(시민숲)에서 정·관·재개 인사와 노동계, 시 협상단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차 완성차공장 합작법인 투자를 골자로 한 광주형 일자리 협약서 조인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인 5일 오후 7시께 전격 취소했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최종안으로 제시한 3가지 수정안에 대해 현대차가 공식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행사 준비는 올스톱됐다. 대통령 참석에 대비해 내려졌던 갑호 비상령도 동시에 해제됐다.
시와 현대차가 실랑이를 벌인 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사실상 5년 간 유예할 수 있는 내용으로 볼 여지가 있는 노사상생발전 협약서 제1조 2항이다.
5년 동안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임금을 인상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노동계는 반발했고 광주시는 신설법인이 누적 3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때까지 상생협의회가 이를 결정하자는 방안을 다시 내놓았다. 연산 10만대 수준으로 공장을 가동할 경우 3년6개월, 7만대일 경우 5년간 단체협약을 유예할 수 있는 조항이다. 노조 설립도 자연스레 금지된다.
이런 제안은 '유연한 카드'로 인식돼 현대차의 투자를 이끌어냈지만 이번에는 노동계 동의를 얻지 못했다. "한미 FTA 위반, 노동 3권 프리존을 만드는 독소조항이다", "폐기되지 않으면 ILO(국제노동기구) 제소를 검토하겠다"는 거센 저항이 쏟아졌다.
노사간 절충점을 찾는데 실패한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는 수정안을 통해 현대차에 다시 공을 넘겼고 현대차는 당초 제안한 안에서 후퇴할 조짐을 보이자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조인식은 행사 전날 '없던 일'이 됐다.
이날 상황은 6개월전 조인식 취소의 데자뷔와도 같다.
지난 6월19일. 광주시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장현 광주시장, 이용섭 광주시장 당선인, 현대차 노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같은 장소에서 투자협약서에 최종 조인할 예정이었다. 시와 현대차 간 투자자 협약에 정부가 보증하고, 지역 노동계와 경제계는 부수협약문에 서명하는 식이었다.
노사민정 대타협으로 임금을 대폭 낮춰 그 여윳돈으로 새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광주형 일자리의 첫 성과와 비전을 공식 선포하는 뜻깊은 자리였다.
그러나 당시 행사 역시 하루 전 전격 취소됐다. 조인식 8일 전, 광주시가 지역 경제계 일부 인사들에게 보안각서까지 쓰도록 한 뒤 검토를 의뢰한 현대차와의 협약내용이 당초 예상보다 후퇴한데다 임단협 다년간 유예 등 독소조항까지 포함된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지면서 노동계는 발칵 뒤집혔고, 노동계 대표들은 '멘붕'에 빠졌다.
2014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발표된 광주형 일자리 공약은 물론 광주시 의뢰로 국책 노동연구원이 이듬해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와도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협상 과정에 노동계는 배제됐고, 협의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 또한 생략됐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한 청와대는 일자리비서관을 광주로 급파해 동향을 살핀 뒤 부랴부랴 대통령 참석 행사를 취소했다.
한동안 냉각기를 거치던 협상은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에 힘입어 어렵사리 대화를 재개하고 수십차례 협상 끝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결국 6개월만에 또 다시 독소조항에 발목이 잡혀 대통령 참석 행사가 무산되고 말았다.
광주시는 "투자협정서 안에 수많은 쟁점들을 합의했음에도 유일하게 남은 상생협의회 결정사항 유효기간 문제로 타결이 무산되고 조인식이 취소돼 너무나도 안타깝다"며 "광주형 일자리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최종 타결이 지연되더라도 협상은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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