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퍼지는데 봉쇄 푼 北, 물자 난·방역설비 완비
주민 생필품 부족 문제 해결 시급했던 듯
코로나19 방역 설비 최근에야 완비 정황
김정은, 전원회의 결론서 봉쇄 완화 시사
【단둥=뉴시스】 김성진 기자 = 지난 4일 오후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바라본 압록강 철교(조중우의교)와 북한 신의주시 모습. 멀리 신축 중인 고층건물과 타워크레인이 보인다. 2018.09.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북한이 2020년 1월 후 약 2년 만에 중국으로 화물 열차를 보내며 봉쇄를 풀었다. 방역 설비가 완비됨에 따라 북한이 접경을 연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문을 연 것은 그만큼 물자 부족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6일 오전 9시께 북한 신의주를 출발한 화물열차가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압록강 철교를 건너 단둥에 도착했다. 열차는 밀가루와 식용류 등 생활필수품과 기본 화학제품, 중앙기관이 요청한 물품 등을 싣고 오는 17일 신의주로 돌아갈 전망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2년간 접경을 전면 봉쇄해온 북한이 왜 이 시점에 봉쇄를 해제했는지를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지 않았고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는데도 북한은 봉쇄 일부 해제를 결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내 생활필수품 부족 문제를 지적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올해 2월 김정일 생일 80주년, 4월 김일성 생일 110주년이라는 소위 혁명적 대경사를 앞두고 주민들의 생필품 문제 해결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교역 중단에 따른 생필품 난으로 인해 불가피한 조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둥=뉴시스】 김성진 기자 = 지난 5일 오후 중국에서 북한으로 다시 넘어가기 위해 단둥 세관으로 들어서는 북한 트레일러 차량 10여대가 줄을 서 있었다. 2018.09.16. [email protected]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단 화물에 대한 방역장치가 완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부총장은 "북한은 수입물자소독법 처리, 의주공항 완공, 선진보건의료기술 도입 등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 내부에서도 봉쇄 해제를 시사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당시 "나라의 방역 기반을 과학적 토대 위에 확고히 올려 세우고 방역 부문의 물질 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갖추는 것을 비롯해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에로 이행시키는 데 필요한 수단과 역량을 보강, 완비하는 사업을 적극 내밀어야 한다"며 전면 봉쇄 완화를 시사했다.
김 위원장의 전원회의 발언에서 자력갱생이라는 용어가 빠진 것 역시 눈길을 끌었다.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도 경제와 무기 개발 부문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취지에서 수년째 강조해온 자력갱생이라는 구호가 이번에는 자취를 감췄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고 대외 정책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를 남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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