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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돈줄 죄는데…韓, 대선 국면 "더 풀자" 경쟁[거꾸로 가는 재정시계①]

등록 2022.01.31 11:00:00수정 2022.01.31 14: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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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 3월 테이퍼링 종료·금리 인상 예고…양적 긴축 시동

주요국 유동성 회수 움직임에 국내 증시·외환 시장 등 요동

정부, 14조 규모 추경안 편성…물가 상승·금리 인상 부채질

여야 대선 후보 증액 요구…당선 뒤 추가 재정 투입 공약도

"재정 건전성·효율성 확보 위한 현실적 재정준칙 도입해애"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3월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종료와 함께 기준 금리를 연중 여러 차례 인상할 것을 예고했다.

코로나19 위기와 함께 유동성 확대에 나섰던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 사이에서 시중에 풀었던 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예상되던 잠재적 위험 요인이 한꺼번에 시장에 충격을 가하는 '회색 코뿔소', '퍼펙트 스톰'과 같은 경고음이 잦아졌지만 대선을 앞두고 한국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곧(soon)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에 매우 광범위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1월 금리를 동결했지만 3월 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인상할 의사가 있음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FOMC 회의는 3월을 비롯해 5·6·7·9·11·12월 등 7차례 열릴 예정이다. 3월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매회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4차례 인상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것으로 미국이 본격적인 양적 긴축의 신호탄을 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코로나19가 본격적인 대유행을 시작한 2020년 3월부터 작년 연말까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준인 수 조 달러를 시중에 풀었다.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맞물리며 강한 인플레이션 압박에 부딪혔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예고한 대로 기준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리라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견해다.
[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2021.5.20

[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2021.5.20



비단 미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국들도 인플레이션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에 착수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도 비상조치에 들어갔던 재정 운용 방식을 정상화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프랑스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과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한 재정 지원 조치를 점차 줄이고 있다. 캐나다도 경제 지원 대부분을 종료했다. 독일은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느슨하게 적용했던 재정준칙을 다시금 조이고 있다. 9.0%까지 확대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재정적자 비율을 3.0%로 감축하기로 했다. 영국은 코로나19로 늘어난 국가부채를 갚기 위해 내년부터 법인세율을 과감하게 인상한다.

이러한 미국발 금리 인상과 유동성 회수 등 테이퍼링 종료는 국내 경제에도 먹구름을 드리운다. 환율이 요동치며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주식시장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작년 연말 3000선을 오르내리던 코스피지수는 한 달 만에 2600선도 위태위태하다. 대출 금리는 하루가 멀다고 올라 코로나19 이후 '영끌'로 투자에 나섰던 이들은 좌불안석이다. 작년 10월부터 이어진 3%대 고물가 행진은 연초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기도 전에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 국회에 제출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피해가 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원 포인트' 추경이라고는 하지만 시중에 돈이 더 풀리면서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

공교롭게도 정부의 추경 발표가 있는 날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 금리를 코로나19 직전 수준인 1.2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2회 연속 인상과 함께 불과 5개월 만에 0.75%p나 껑충 뛰었다.

당장 국채 발행을 통해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은행 대출 금리와 직결되는 국채금리를 자극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1%를 밑돌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올해 들어 2%대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5년물과 10년물도 2% 중반대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재정 당국은 추경으로 돈을 풀어 물가 인상을 부추기고, 통화 당국은 금리를 올려 이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엇갈린 정책으로 서민경제를 더욱 힘겹게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기의 불균형한 회복과정에서 상호보완적으로 정책 조합이 이뤄진 폴리시 믹스(policy mix·정책조합)일 뿐 엇박자가 아니다"라고 항변하지만 시장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2.01.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2.01.21. [email protected]



대선 정국과 맞물려 정치권에서는 한술 더 떠 정부가 제출한 추경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설 연휴 첫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35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추경 이후 50조원 규모의 추가 재정투입도 공약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 역시 정부안의 두 배 이상 증액을 예고했다. 윤석열 후보는 손실보상으로만 50조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충격은 과거 경제 위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어 양적 완화 대신 물가 안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재정지출 요구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진익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 경제분석총괄과장은 "올해 한국 경제는 경제 회복 강도, 인플레이션 상방압력 크기, 자산가격 안정화 속도 등에 따라 통화·금융정책의 정상화 속도가 달라질 수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라며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경제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는 재정과 통화·금융정책의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무분별한 돈줄 풀기는 지금껏 잘 유지해오던 국가신용등급마저 끌어내릴 여지도 다분하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신용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하면서도 국가채무비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피치는 "신용등급 평가 관점에서 재정여력은 단기적으로는 국가채무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나, 국가채무비율의 지속적인 상승 전망은 중기적 관점에서 신용등급 압박요인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국가신용도 하락은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어 재정준칙을 통한 국가채무 관리 필요성을 강조한 것인데 정치권에서는 논외가 된 지 오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채 발행이나 추경 편성이 바로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진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악영향을 줄 소지가 다분하다"며 "재정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운용하되 건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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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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