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심야 2차 사과문서 "확진 선거인 투표함 직접 투입"
"직접선거 원칙 침해 지적…국민 실망·질책 잘 알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제20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끝난 5일 오후 서울역에 설치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투표함을 열고 있다. 2022.03.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사전투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투표 관리 부실 논란에 대해 2차 사과문을 발표했다. '부정의 소지가 없었다'는 1차 사과문 대비 사과는 구체화됐고 여야가 요구한 확진자·격리자 투표함 직접 투표도 수용 의사를 밝혔다.
투표 관리 부실 논란이 부정투표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대선 막판 변수로 떠오른 것에 대한 부담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도 관련 논란에 유감을 표시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10시 배포한 입장문에서 "3월5일 실시된 코로나19 확진 선거인의 사전투표에 많은 혼란과 불편을 드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우리 위원회는 감염병 확산 예방과 확진 선거인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으나, 안정적이고 질서 있게 투표를 관리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선관위는 "사태 발생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신속하게 실태조사를 실시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음을 확인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했다.
선관위는 "투표준비 측면에서는 사전에 임시기표소 투표방법을 제대로 안내 받지 못해 선거인이 항의 또는 투표를 거부하거나 선거인이 기표한 투표지가 담긴 봉투를 바구니·종이가방 등 통일되지 않은 방법으로 투표소로 옮기는 등 물품 준비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투표소가 협소해 확진 선거인과 일반 선거인의 동선이 겹치거나 일반 선거인의 투표가 종료된 후에도 시설관리인의 거부로 확진자 투표를 투표소 안에서 진행하지 못하거나 창고 등에 임시기표소를 설치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선관위는 "투표관리 측면에서는 확진 선거인에게 교부한 임시기표소 봉투에 이미 기표된 투표지가 들어있거나 투표용지 뒷면에 선거인의 성명을 기재하거나 확진자의 사전투표율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함으로써 선거인이 추운 날씨에 밖에서 장시간 대기하기도 했다"고도 전했다.
선관위는 "무엇보다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투입할 수 없어 직접선거 원칙이 침해됐다는 지적에 많은 국민이 실망하며 질책하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각종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며, 우리 위원회는 안정적인 선거관리에 대한 국민의 믿음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선관위는 "이번에 제기된 각종 문제점이 선거일에는 재발되지 않도록 보다 세밀하게 준비하겠다"며 "확진 선거인이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직접 투표함에 투입하는 방법 등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3월7일 개최되는 전체 위원회의에서 확정한 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에 불편을 드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선거일 투표에서는 모든 선거인이 불편함 없이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선관위는 '하나의 선거에 관한 투표에 있어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선거법 제151조 2항을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 별도 투표함을 운영하지 않았다.
감염을 우려해 투표사무원과 참관인이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비닐 팩이나 종이 상자, 플라스틱 소쿠리 등에 담아 투표소마다 단 하나만 설치된 투표함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국민의힘은 '선거인은 투표용지를 받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기표한 후 그 자리에서 기표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아니하게 접어 투표참관인의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는 선거법 제157조 4항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에서도 선관위가 선거법 제151조 2항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지 않아 '전체 선거 자체가 하나의 의혹이 있는 것처럼 비춰졌다(이해식 의원)'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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