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에 수출 증가"…반도체·車·조선 '긍정적'[킹달러 시대①]
반도체 회복 조짐 속 킹달러 '변수' 급부상
강달러는 수출에 긍정적, 실적 개선 효과 기대
수입물가 고공행진은 달갑지 않은 대목
[광양=뉴시스]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사진=여수광양항만공사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84.0원)보다 5.9원 오른 1389.9원에 출발한 뒤 추가 상승해 1400원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제 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변수로 꼽힌다. 수출기업들이 수출품을 같은 가격으로 팔더라도 달러에서 원화로 바뀔 때 더많은 금액을 받는 효과가 있어서다.
하지만 최근 수 년간 각종 원자재와 부품, 에너지 등 수입 물가가 치솟으며 역으로 산업계가 수입품에 지불해야 할 원화 역시 가파르게 늘었다. 때문에 이번 원·달러 환율 상승 혜택은 산업계 일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에 따르면 일단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책임지는 반도체 등 전자산업은 원달러 상승이 반갑다. 이와 동시에 최근 반도체 시장도 호재를 맞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달러를 거래 통화로 쓰기 때문에, 반도체 수출이 많은 기업들은 원화 환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전자 부품 업계나 수출 비중이 높은 가전 업계도 수출단가를 낮출 여력이 생겨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자동차와 조선도 원화 약세의 수혜 업종으로 통한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는 해외 판매 비중이 높아 원화 약세(강달러)로 인한 환차익이 클 수 있다. 조선사들도 계약금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는 관행상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실적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달러 강세로 국제 유가도 오름세를 보여 단기적으로 원유 운반선과 해양 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마냥 낙관은 금물…수입 물가 인플레 조장
일단 수입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달러가 강세일 경우 각종 원자재, 에너지 가격이 올라 생산 단가가 더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석병훈 이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에서 중간재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의 경우 중국 등 외국제품과의 경쟁도 등을 따져보면 마냥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강달러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이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 원자재 가격이 그만큼 비싸지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제고 효과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단가 경쟁보다 기술 경쟁의 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환율이나 가격도 중요하지만, 최근에는 공정 기술력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상픔이 대표적이다. 과거처럼 싸게 만들어 대량 수출하던 시절에 견주기엔 긍정적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강달러 현상이 수요 침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강달러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환헤지 등을 통해 환율 변동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철저해서 생각보다 많은 환영향이 크지 않은 반면, 국제 유가 상승이 오래 지속하면 오히려 경기 침체가 와서 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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