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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나꼰대' 이성미 "젊은 개그맨들, 너무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등록 2025.02.10 07: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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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코미디언 이성미. (사진=전재경 기자) 2025.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코미디언 이성미. (사진=전재경 기자) 2025.02.1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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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여기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연예인이 있다.

데뷔 46년차 코미디언 이성미(66)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올해 초 유튜브 채널 '이성미의 나는 꼰대다'를 열었다. 5070 세대의 고민을 듣고 '좋은 어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채널이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이성미와 단독으로 만났다.

다음은 이성미와 나눈 일문일답.

-유튜브 채널 이름('이성미의 나는 꼰대다')이 상당히 파격적이네요.

"요새는 사람들이 직설적인 걸 좋아하고 이렇게 귀에 박혀야 되잖아요. 그리고 저도 어느 순간에 '이렇게 내가 꼰대짓을 하고 있네' 이런 것들이 있어서 '대놓고 꼰대로 가자' 그랬어요. 근데 사실 '꼰대가 아닌 좋은 어른이 되자'는 의미에서 유튜브 제목을 '나는 꼰대다'라고 한 거예요."

-이성미 선생님이 생각하는 '꼰대'란 어떤 사람인가요?

"말 더럽게 안 듣는 사람이죠.(웃음) 자기 주관과 자신의 인생 모든 것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 틀렸는데도 맞았다고 우기고, 내가 어른이니까 더 오래 살았으니까 '이건 이렇게 해야 돼!'라고 우기는 사람들이죠. 저는 인정할 건 인정하고 내가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하는 게 어른다운 행동 아닌가 싶어요."

-연예계 활동하시면서 '꼰대'도 많이 만나셨을 것 같은데요.

"많았죠. 옛날엔 더 많았죠. '진짜 저런 인간이 어른이냐!' 할 정도로.(웃음) 옛날에는 꼰대라는 개념도 없었고, 그냥 어른 말 다 들어야 한다는 세상에 살았어요. 근데 제가 어른의 나이가 되니까 그게 답이 아니었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잘못된 어른들이었어요. '야 이렇게 해!'하거나 돈 천원 주면서 '담배 두 갑하고 커피 3잔 사고 거스름돈 600원 갖고 와!'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이건 횡포죠. 횡포. 그리고 '야 술 마셔, 술은 왜 안 마셔! 사회생활 하려면 술 마셔야 해' 이렇게 자기 방식을 후배들에게 끼워 맞추는 거 꽤 있었어요. '무조건 내가 어른이니까 내 말을 따라야 해!'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실례지만 이성미 선생님은 혹시 '꼰대'라는 지적을 받은 적 없으신가요?

"아직은 없어요. 꼰대라는 말 안 들으려고 노력해요."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혹시 실수할까 봐 점점 입을 닫게 돼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보니까 코미디언 후배들과 잘 어울리고 지내시던데 비결은 뭔가요?

"입은 닫고 지갑은 연다.(웃음) 저는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슬하에 1남2녀 두셨는데 가정에서는 어떤 엄마이신가요?

"엄한 엄마예요. 친구 같을 때도 있지만 부모로서 가르쳐야 할 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울=뉴시스] 코미디언 이성미가 후배 코미디언 전영미, 김지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이성미의 나는 꼰대다' 캡처) 2025.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코미디언 이성미가 후배 코미디언 전영미, 김지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튜브 채널 '이성미의 나는 꼰대다' 캡처) 2025.02.1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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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로서 목표가 있으신가요?

"목표는 없습니다. 그냥 즐겁고 신나게 하고 싶어요. 다만 '이성미 유튜브에는 우리가 헷갈려 하는 거에 대한 답이 있어' '이성미 유튜브는 제대로 된 거 가르쳐주더라' 그런 말을 듣고 싶어요."

-구독자수나 조회수는 신경 안 쓰시나요?

"처음에 시작할 때는 '뭘 그런 거 신경 쓰냐' 했는데 그게 또 그렇게 신경 쓰이더라고요.(웃음) 자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유튜브 열어 가지고 몇 명이나 들어왔나 봐요. 주식 들여다 보는 사람들 있잖아요. 주식 올랐나 안 올랐나 보는 거랑 너무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도 눈 뜨면 '몇 명이나 들어왔지?' '몇 명 들어왔네' '들어와 줘서 고맙네' 이런 생각을 하는 저를 보게 되더라고요. '나도 구독자, 조회수에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바뀌는구나' 했어요. 근데 이제 정신을 좀 차렸어요. 초반에는 '안 들어오면 어떡하지' '사람들이 안 보면 어떡하지' 그랬는데 내 길을 쭉 가다 보면 어느 날 조회수 붙는 날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마음을 바꿔 먹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요즘 많은 연예인이 유튜브 하는데 혹시 즐겨보는 채널 있으신가요?

"유재석이 하는 '핑계고' 자주 봐요. '조동아리'(김용만·김수용·지석진)도 보고, 홍진경이 하는 것도 재밌고, (이)영자, (최)화정이가 하는 것도 재밌게 보고 있어요. 임하룡 씨가 하는 '임하룡쇼'도 보구요."

이성미는 유튜브하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꺼냈다.

"젊은 개그맨들이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유튜브를 많이 해요. 그래서 좀 잘 됐으면 좋겠어요. 다만 꼰대의 마인드로 말하자면 웃기기 위해서 너무 오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웃기기 위해서 막 너무 자극적이거나 독한 걸로 웃기기 시작하면 그거는 이제 문 닫는 징조거든요. 음식 중에서도 오래 꾸준히 먹는 건 슴슴한 밥이잖아요. 사람들한테 자극적이지 않은 유튜브 채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서울=뉴시스] 코미디언 이성미, 전재경 기자. (사진=이성미 측 제공) 2025.02.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코미디언 이성미, 전재경 기자. (사진=이성미 측 제공) 2025.02.1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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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은 나이에 유튜버 활동을 시작한 이성미는 "요즘 참 행복하다"고 했다.

"코미디언 생활 시작할 때 뭣도 모르고 시작해서 행복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일만 하다 보니 어느 날 나이가 들었고, 이제는 일을 즐기는 나이가 됐어요. 일이 얼마나 감사한지도 아는 나이가 됐고요. 그래서 나이는 들어가지만 행복해요."

그래도 험난한 연예계 생활을 해오며 수많은 시련을 겪었으련만 이성미는 그것에 대해선 내색 조차하지 않는다. "저는 늘 일하면서 이런 마음을 가져요.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마라' 그러니까 일을 하기로 했으면 힘든 일도 해야되고 어려운 일도 해야지 그걸 피해가려고 하면 이 일 하지 말아야죠."

-이성미 선생님은 다시 태어나셔도 코미디언 하실 건가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 코미디언이에요. 왜냐하면 저희는 의사들처럼 째고 찍고 이꼴저꼴 다 봐야 하는 것도 아니죠. 변호사처럼 나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니죠. 우리는 입만 있으면 되거든요.(웃음)"

인터뷰 막판 이성미에게 "꿈이 있으신가요?" 물었더니 "우리 나이에 꿈이 없어요"라고 답했다.

그 순간 낯익은 얼굴들이 스튜디오에 들어왔다. 방송인 유인경과 한의사 이경제였다. 이성미는 "어서 와, 일찍 왔네"라며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이들을 반겼다. 그러면서 "인터뷰 끝나고 두 사람하고 유튜브 촬영할 거예요"라며 신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마치 꿈 많은 소녀 같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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