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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신고도 없이" 침몰 서경호 발견…4명 사망·6명 실종(종합3보)

등록 2025.02.09 18:37:36수정 2025.02.09 21: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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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하백도 해상서 침몰 추정…14시간여만 수중 발견

14명중 구명뗏목서 버틴 외국인 선원 4명만 생존 확인

사고 당시 풍랑·강풍특보…구조단정도 전복, 수색 '난항'

"139t배, 3m미만 파도에?" "조난신고는?"…원인 깜깜이

애타는 기다림…정부·각지자체 "수습·가족 지원에 만전"

[여수=뉴시스] 박기웅 기자 = 9일 오전 1시41분께 전남 여수시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t급 어선 22서경호의 침몰 추정 사고가 발생, 해경이 구명 뗏목에 탄 선원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 여수해양경찰서 제공) 2025.0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여수=뉴시스] 박기웅 기자 = 9일 오전 1시41분께 전남 여수시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t급 어선 22서경호의 침몰 추정 사고가 발생, 해경이 구명 뗏목에 탄 선원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 여수해양경찰서 제공) 2025.0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여수·부산=뉴시스]김석훈 변재훈 박기웅 원동화 이영주 기자 = 전남 여수 해상에서 침몰한 139t급 저인망 어선 제22서경호에 타고 있던 선장 등 4명이 숨지고 선원 6명이 가족의 품을 돌아오지 못했다.

해경은 14시간여 전방위 수색을 통해 최초 사고지점으로부터 370여m 떨어진 깊은 바다에서 침몰 중인 선체를 찾았다. 추가 실종자 구조 작업과 선체 인양, 사고 원인 규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9일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41분께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20해리(약 17㎞ 해상에서 139t급 저인망 어선인 서경호(승선원 14명·부산 선적)가 보이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함께 선단을 꾸려 항행 중이던 다른 어선은 "서경호가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고 교신도 안 된다"며 신고했다.


[서울=뉴시스] 여수해경은 9일 오전 1시40분께 전남 여수시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톤급 대형 트롤선박 22서경호 침몰됐다고 잠정 판단, 전방위 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고당시 선원은 14명(한국인 8명, 인도네시아·베트남 각 3명)이 탑고 있었다.(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여수해경은 9일 오전 1시40분께 전남 여수시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톤급 대형 트롤선박 22서경호 침몰됐다고 잠정 판단, 전방위 수색을 벌이고 있다. 사고당시 선원은 14명(한국인 8명, 인도네시아·베트남 각 3명)이 탑고 있었다.(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14시간여만에 침몰 선체 발견…4명 사망·6명 실종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선단선과 함께 수색을 벌여 한국인 선장 A(66)씨와 외국인 선원 4명이 탄 구명 뗏목을 발견했다. 하지만 A씨는 숨졌다.

이날 오전 수색에서 바다 위에서 의식을 잃은 기관장 B(66)씨와 선원 C(60)·D(65)씨가 해상에서 표류 중 차례로 구조됐으나 사망했다. 현재까지 한국인 선장·선원만 총 4명이 숨졌다.

신고 접수 2시간여만에 구명 뗏목에서 한꺼번에 구조된 외국인 선원 4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건강 상태는 대체로 양호하다.

해경은 이날 오후 들어 최초 사고 주변 가로 28㎞, 세로14㎞ 해역을 4개 구역으로 나눠 수색을 벌였다. 경비함정 24척, 유관기관 선박 5척, 해군 함정 2척, 민간어선 15척, 항공기 등을 집중 투입해 실종자 수색·구조 활동에 투입됐다.

오후 3시54분께 해군 수중무인탐지기(ROV)가 최초 사고 위치로부터 370여m 떨어진 수심 80m 지점에서 '서경호' 선명이 적힌 선체를 발견했다. 전복·침몰된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던 선체 위치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어 선내를 비춘 영상을 통해 실종자 유류품 추정 물체도 비쳐졌으나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선원은 한국인 4명, 인도네시아인 1명, 베트남인 1명 등 총 6명이다.

앞서 서경호는 전날 낮 12시55분께 부산 감천항에서 출항해 조업지인 신안 흑산도로 이동하고자 항행 중이었던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서경호는 소규모 어선을 비롯한 다른 배들과 함께 갈치·병어를 잡으러 가는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뉴시스]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삼산면 동쪽 17㎞ 해상에서 침몰한 139t급 대형트롤선박 A호를 수색하던 해경 경비함정이 높은 파도에 전복됐다. 함정에 승선한 경찰들은 무사하다. (사진=여수해경 제공) 2025.0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여수=뉴시스]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삼산면 동쪽 17㎞ 해상에서 침몰한 139t급 대형트롤선박 A호를 수색하던 해경 경비함정이 높은 파도에 전복됐다. 함정에 승선한 경찰들은 무사하다. (사진=여수해경 제공) 2025.0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고 당시 풍랑·강풍특보…구조정 전복 등 수색 '난항'


사고 직후인 이날 오전 3시까지 해역에는 풍랑·강풍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기상 여건 탓에 선체 수색과 실종자 구조 작업도 난항을 겪었다.

풍랑주의보가 발표되면 30t 미만 어선은 출항이 금지되거나 조업 중에도 항·포구로 돌아와야 한다. 다만 서경호는 139t급으로 당시 운항은 할 수 있었다.

해경이 사고 해역 출동 직후 확인한 기상 관측치를 볼 때 당시 파고는 2.5m 이내, 바람은 북서풍 초속 12~14m, 수온은 10.7도 수준이었다.

돌풍성 기상과 너울성 파도 등 요인이 겹치며 사고 당시에는 기상 상황이 더 안 좋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전 7시52분께에는 사고 해역에서 해경 구조용 보트(5t급 소형 단정)가 수색 중 전복되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다행히 보트에 탄 해경 대원 6명은 곧바로 구조됐다.


[여수=뉴시스] 9일 오전 1시41분께 전남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톤급 대형트롤선박 A호(선원 14명 탑승·부산 선적)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 여수해경이 현장에서 선원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 여수해경 제공) 2025.0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여수=뉴시스] 9일 오전 1시41분께 전남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약 17㎞ 해상에서 139톤급 대형트롤선박 A호(선원 14명 탑승·부산 선적)가 침몰한 것으로 추정, 여수해경이 현장에서 선원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 여수해경 제공) 2025.0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해경 "조난신고 없이 급침몰 추정"…원인 미궁


사고 원인을 밝혀낼 선체의 위치만 찾아낸 상황이지만 해경은 일단 초동 원인 조사에 나섰다.

구조 뒤 상태가 양호한 베트남인 선원 2명은 "(항해 중) 배가 멈추는 느낌이 들었다. 조타실로 향하니 선원 3명이 있었다. 이후 배가 심하게 흔들렸고 왼쪽으로 기울어 전복되기 전 바다로 뛰어내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어 "선원 3명이 어선 안에 있었다. 나머지는 바다에 뛰어내렸고 5명만 구명 뗏목에 타 있었다. 구명 조끼는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약 5m 떨어진 구명 똇목까지 헤엄쳐 올라가기도 했다"며 당시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사고 전후 구명 조끼를 착용한 선원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돼 급박한 침몰 상황이 있었다고 해경은 보고 있다.

당시 기상 상황과 선박 규모, 신고 접수 경위로 미뤄볼 때도 사고 경위는 석연치 않다.

이용기 여수해경 경비구조과장은 "사고 해역 현장에서 경비 업무를 하면서 100t 넘는 어선이 사고 당시 파도에 급격히 침몰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최초 다른 어선이 '신호·교신이 되지 않는다'고 신고한 점도 갑작스럽게 침몰한 것이 아닌가 추정되는 대목이다"고 했다.

1996년 건조돼 노후 어선은 아니며 남해 먼바다를 오갈 정도로 규모가 상당한 편에 속한다. 선사의 사고 이력 등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서경호는 VHF-DSC(초단파대 무선전화 설비) 등 자체 위치발신 장치 등을 이용한 조난 신고조차 없이 자취를 감췄다.

해경은 "너무 갑작스럽게 기울며 침몰되는 상황에서 조난신호 발신이 없지 않았나"하고 추측 만을 내놨다. 다만 선박 불법 개조나 과적 의혹 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섣불리 단정할 수 없고 확인할 수도 없다는 게 해경 설명이다.

서경호가 항행 중 중간해역에서 조업을 마쳐 잡은 물고기를 실은 상태였는지, 출항 직후 흑산도까지 곧장 향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여수=뉴시스] 이영주 기자 =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9일 오후 전남 여수시 국동항에 마련된 제22서경호 피해자 가족 대기실에서 실종자 가족·유족을 만난 뒤 이동하고 있다. 2025.02.09. leeyj2578@newsis.com

[여수=뉴시스] 이영주 기자 =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9일 오후 전남 여수시 국동항에 마련된 제22서경호 피해자 가족 대기실에서 실종자 가족·유족을 만난 뒤 이동하고 있다. 2025.02.09. [email protected]


애타는 기다림…유족들도 신원 확인

실종 선원의 누나인 김모(60·여)씨는 두살 터울 동생을 기다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바닷일을 하는 동생에게 수시로 안부를 물어온 김씨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두 눈만 질끈 감았다.

매번 연안에 풍랑특보라도 내려진 날이면 동생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던 김씨는 지난 설에도 동생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8일에도 여수 앞바다 등지에 풍랑특보가 내려져 있어 동생에게 전화를 시도했지만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알림만 돌아왔다.

그럴 때마다 '으레 바다로 나갔겠지' 생각했었지만 사고 소식을 듣고는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김씨는 "지금으로서는 그저 동생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제발 살아있길 바란다"고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사망자 유족들도 임시 안치소가 차려진 모 병원으로 속속 도착,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한 유족은 "어업인으로서 30년 성실하게 항상 인정받으면서 일했던 오빠였다"며 울먹거렸다. 유족들은 무겁고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후속 절차 등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원동화 기자 =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139t 대형 트롤 어선 제22서경호의 침몰 전 모습. (사진=근해트롤어업협회 제공) 2025.0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원동화 기자 = 9일 오전 전남 여수시 하백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139t 대형 트롤 어선 제22서경호의 침몰 전 모습. (사진=근해트롤어업협회 제공) 2025.0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심각' 경보, 각급 대책본부 가동…지원책 만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해수부)도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발령하고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려 수색 구조 작업에 힘쓰고 있다.

강도형 해수부 장관은 이날 오후 여수해경·여수시청 상황실 등지에서 상황을 점검했고 유족·실종자 가족도 차례로 만났다. 강 장관은 "지원 가능한 장비와 승선원 가족들에 대해 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고려해 최선을 다하라고 각 기관에 요청했다"고 밝혔했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사고 직후 현장상황관리관을 급파, 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해 실종자 수색과 피해자 지원에 나서고 있다. 행안부 대책지원본은 해수부, 지자체와 함께 관계기관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전남도 역시 김영록 지사를 본부장으로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렸고 여수시도 시장이 직접 지역 사고수습본부를 구성·운영 중이다. 각 지자체는 사상자 이송과 응급의료체계를 구축, 피해자 가족 지원에 힘쏟는다.

서경호에 탄 한국인 선원 8명 중 7명은 부산에 살고 있고 나머지 1명은 울산에 연고지를 두고 있다. 이들 모두 사망 또는 실종된 상태다.

부산시도 시청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박형준 시장 주재 대책회의를 열고 1대1 전담공무원 배치 등 피해 지원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여수=뉴시스] 이영주 기자 = 이용기 여수해경 경비과장이 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여수해양경찰서 브리핑장에서 이날 오전 발생한 제22서경호 침몰 추정 사고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1시41분께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17㎞ 해상에서 저인망 어선인 139t급 대형 트롤 선박 제22서경호(부산 선적)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승선원 14명 중 8명이 구조됐으나 한국인 선장·선원 4명이 숨졌다. 외국인 선원 4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실종 선원은 한국인 4명, 인도네시아인 1명, 베트남인 1명 등 총 6명이다. 2025.02.09. leeyj2578@newsis.com

[여수=뉴시스] 이영주 기자 = 이용기 여수해경 경비과장이 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여수해양경찰서 브리핑장에서 이날 오전 발생한 제22서경호 침몰 추정 사고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1시41분께 여수시 삼산면 하백도 동쪽 17㎞ 해상에서 저인망 어선인 139t급 대형 트롤 선박 제22서경호(부산 선적)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승선원 14명 중 8명이 구조됐으나 한국인 선장·선원 4명이 숨졌다. 외국인 선원 4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실종 선원은 한국인 4명, 인도네시아인 1명, 베트남인 1명 등 총 6명이다. 2025.02.09.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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