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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 차트 '굳건'·권지용 화제성 '위용'…초인(超人) 아닌 초인(招人)

등록 2025.03.0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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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3집 '위버멘쉬' 활동 돌풍

패션·방송가·웹콘텐츠서도 주목

앤더슨 팩·다이앤 워런·나일 로저스 등 참여 눈길

앨범 콘셉트 유기적 측면·노랫말, 부정 평가도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03.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03.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류그룹 '빅뱅' 멤버 겸 솔로 가수 지드래곤(G-DRAGON·권지용)이 정규 3집 '위버멘쉬(Übermensch)'로 차트와 화제성을 장악하며, K팝 슈퍼스타로서 위용(威容)을 뽐내고 있다.

지드래곤의 정규 앨범은 2013년 9월 발매한 솔로 정규 2집 '쿠데타(COUP D'ETAT)' 이후 11년5개월 만이다. 미니앨범 포함 앨범 단위로 신곡을 선보이는 건 2017년 6월 발매한 미니 2집 '권지용' 이후 7년8개월 만이다.

팬덤 '브이아이피(V.I.P)'와 대중은 그간 기다림의 대한 반응을 숫자로 증명해주고 있다.

2일 가요계에 따르면, '위버멘쉬'는 지난달 25일 발매 이후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신기록을 쏟아내는 중이다.

발매 1시간 이후 타이틀곡 '투 배드(TOO BAD)(feat. Anderson .Paak)'가 톱100 차트 1위로 직행했다. 수록곡 8곡(이전에 발매된 2곡 포함) 모두 15위 이내 안착했다. 2021년 8월 멜론 톱100 차트로 개편 이후, 발매 1시간 만에 앨범 전곡(8곡 이상 기준)이 15위 이내에 진입한 첫 사례다.

발매 100일 이내 신규곡 대상인 핫100 차트에서도 이번 앨범 수록곡 6곡이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휩쓸었다. 전날 멜론 톱100에서도 '투 배드(feat. Anderson .Paak)'와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feat. 태양, 대성)'이 1위와 2위를 지켰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투 배드' 뮤직비디오.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03.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투 배드' 뮤직비디오.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03.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멜론의 전당에서도 '위버멘쉬'는 솔로 아티스트 주요 기록을 경신했다. 발매 4시간 만에 100만 스트리밍을 돌파하며 '밀리언스 앨범'에 등극, 솔로 아티스트 역대 최단 기록을 세웠다. 24시간 누적 스트리밍은 420만 회로, 기존 톱 가수 겸 배우 아이유 '더 위닝(The Winning)' 솔로 아티스트 최다 기록인 318만 회를 뛰어넘으며 전체 아티스트 기준 역대 12위에 올랐다.

1시간 동안 기록한 최대 스트리밍 수는 27만1300회다. 이 역시 아이유의 솔로 아티스트 최고 기록인 26만6300회를 경신했다. 26일 일간차트에서는 모든 수록곡이 20위 이내에 진입했다. 한 앨범의 전곡(8곡 이상 기준)이 발매 직후 일간차트 20위 이내에 모두 진입한 것은 2021년 아이유의 '라일락(LILAC)' 이후 처음이다.

앨범 판매량도 호성적으로 거두고 있다. 발매 첫날에만 62만장이 팔리며 한터 일간 앨범차트 1위를 차지했다.

지드래곤은 또한 88개월 만에 여는 콘서트로 티켓 파워도 확인했다. 

지드래곤이 오는 29~30일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여는 새 월드투어 '쿠팡플레이와 함께하는 지드래곤 월드투어 '위버멘쉬' 인 코리아' 6만석은 예매에서 단숨에 매진됐다. 해당 티켓 예매엔 수십만명이 몰렸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위버멘쉬'.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02.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위버멘쉬'.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02.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드래곤이 솔로로 월드투어 공연하는 건 2017년 10월 성료된 두 번째 월드투어 '모태(M.O.T.T.E)' 이후 처음이다. 지드래곤은 당시 투어로 36회 콘서트를 통해 65만4000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지드래곤은 이와 함께 '아이돌 브랜딩'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세계적 명품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여전히 받고 있다.

이번 활동에서도 역시 패션이 화제다. '투 배드' 뮤직비디오에서 바지 위에 치마를 겹쳐 입은 '스칸트'(스커트(Skirt)와 팬츠(Pants)의 혼합)를 선보이며 '젠더리스 패션'의 중심에 섰다.

1990년대 가수 김원준이 선보여 크게 조명 받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복고붐이 다시 일면서 재해석됐다. 다만 지드래곤은 이미 젠더리스 코디로 주목 받아온 만큼, 그가 유행을 탔다고는 볼 수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Z: 부활의 F' 등에 등장하는 초사이어인 블루를 연상케 하는 민트색 머리도 지드래곤이라 소화가 가능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지드래곤은 이번 음반 수록곡으로 선공개돼 음원차트를 휩쓴 '파워'에 대해 설명하면서, 실제 게임에서 '레벨업'하는 걸 연상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02.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사진 = 갤럭시 코퍼레이션 제공) 2025.02.2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검증된 해외 뮤지션 참여 눈길…콘셉트 유기적 측면·노랫말 부정평가도

지드래곤은 한편에선 음악성도 인정 받고 있다. '파워'는 한국의 그래미로 통하는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에서 '최우수 랩&힙합 노래'를 받았다. 이 시상식은 인기나 이름값이 아닌 오직 음악성으로만 수상자를 결정한다. 한대음 선정위원인 남성훈 리드머 편집위원은 해당 부문 선정의 변(辯)에서 "'파워'의 진짜 힘은 잘 만들어진 랩 곡 하나를 장르 팬들이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과정을 범대중적 스케일로 확장했다는 것"이라고 특기했다.

프로듀싱 능력까지 겸비한 지드래곤은 '음악적 진보'를 대변한 아이돌이기도 하다. CD가 음반이 아닌 USB로 발매됐던 미니 2집 '권지용'은 국내 음악 산업계 전반에 음악 저장 매체에 관한 화두를 꺼내며 'USB가 물리적인 음반이냐, 아니냐'는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번 음반은 음악적 논쟁보다, 안정을 기반으로 한 확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의 노래가 영어로 돼 있고 외국 유명 음악가들의 협업이 도드라지기 때문이다. 지드래곤의 직관적인 비트·멜로디 만드는 능력은 여전한데 거기에 검증된 뮤지션들의 팝, 발라드, 디스코 감성을 섞어놓았다.

우선 선공개된 노래로 빅뱅 멤버 태양·대성이 참여해 이 팀에 대한 향수를 풍긴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은 기존 팬들을 위한 선물이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사진 = CJ ENM 제공) 2024.12.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사진 = CJ ENM 제공) 2024.12.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타이틀곡 '투 배드'는 영미권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국내에서 '밀양 박씨'로 통하는 한국계 미국 싱어송라이터이자 래퍼 겸 드러머인 앤더스 팩(Anderson .Paak)이 참여했다. 팩은 지난 2021년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함께 프로젝트 R&B 슈퍼그룹 '실크 소닉(Silk Sonic)'을 결성해 크게 주목 받았다.

이들의 첫 싱글 '리브 더 도어 오픈(Leave the Door Open)'은 그해 4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 곡으로 이듬해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제너럴 필즈(본상)인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레코드'를 거머쥐었다. '투 배드'의 그루브한 복고 사운드는 팩의 영향이 짙게 느껴진다.

여기에 현재 K팝 최고 걸그룹으로 꼽히는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며 젊은 K팝 팬덤의 이목도 끌었다.

발라드 '드라마(DRAMA)'는 캐나다 팝스타 셀린 디옹 '비코즈 유 러브드 미(Because You Loved Me)', 미국 컨템포러리 R&B 가수 토니 브랙스턴(Toni Braxton)'의 '언브레이크 마이 하트(Un-Break My Heart)', 영화 '아마겟돈' 주제가 '아이 돈트 원트 투 미스 어 싱(I Don't Want to Miss a Thing)' 등으로 유명한 미국 작곡가 다이앤 워런(Diane Warren)이 홀로 작곡을 맡았다. 

또 독일 스타 DJ 보이즈 노이즈(Boys NoizeI)'가 '아이빌롱투유(IBELONGIIU)'와 '테이크 미(TAKE ME)' 프로듀싱에 참여했고, 디스코 시대 최고 밴드 '시크(Chic)' 프로듀서 겸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미국 거장 뮤지션 나일 로저스가 '테이크 미' 스페셜 기타 퍼포먼스로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와 '보나마나(BONAMANA)'는 지드래곤의 보컬이 섬세해졌다는 평을 듣게 하는 곡이다.

이대화 대중음악 저널리스트(한대음 선정위원)는 '위버멘쉬'에 대해 "채우기 식으로 들어간 곡이 한 곡도 없다 느껴질 만큼 수록곡 각각이 또렷한 개성과 높은 퀄리티를 갖췄다. 앨범 미학 뚜렷한 장르적 일관성은 부족해 보이나 대중적 팝의 기준으로 본다면 감탄할 만한 다양성을 갖췄다 평가할 수도 있을 듯하다"고 들었다.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카리나. (사진 = 지드래곤 '투 배드' 뮤직비디오 티저 캡처) 2025.02.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드래곤, 카리나. (사진 = 지드래곤 '투 배드' 뮤직비디오 티저 캡처) 2025.02.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 이 저널리스트의 지적처럼 콘셉트로 삼은 '초인(超人)'을 중심으로 한 미학적 유기성이 부족한다는 지적도 일부 나온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는 "전반적으로는 평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앨범은 그가 여러모로 '자신만의 팝'을 재차 탐구해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간만의 작품이기에 그 과정에서 몇몇 시행착오를 맞닥뜨리고 있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휴지기가 길었던 만큼 트렌디한 측면에선 이전만큼 날카롭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는데, 최첨단을 선도하는 K팝 시스템과는 다소 멀어진 그이기에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 블랙뮤직의 요소를 자신의 개성과 솜씨 있게 버무린 '투 배드'는 그 중 의미있는 결과물 중 하나이나, 지드래곤의 존재감보다 팩의 존재감이 더 드러나는 탓에 조금은 아쉽다고 했다.

황 평론가는 다만 "오히려 힘을 뺀 후반부 트랙이 앞으로의 활동에 힌트를 주는 듯 하다. 리얼세션의 요소가 도드라진 '테이크 미'는 그런 방향에서 가장 귀에 들어오는 트랙이다. 장르 고유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재치 있는 훅을 통해 지드래곤만의 디스코를 구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나 향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커리어의 교두보가 될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이번 음반 중에서 가장 아쉽다는 반응은 가사에서 나온다. '투 배드'가 대표적인 예인데 "게슴츠르레, 가즘(G'azm) 오르게" "엠비티아이(MBTI)가 섹시 타이프(SEXY TYPE)하니 내 색시나 해"가 가장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라임을 살리기 위한 위트로 해석될 수 있으나, 여성을 대상화한 대목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한대음 선정위원)는 "위트라기엔 재미가 없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곱씹게 되는 말맛도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지드래곤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이콥앤코 코리아 부티그 오픈 행사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24.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가수 지드래곤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제이콥앤코 코리아 부티그 오픈 행사 포토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02.24. [email protected]

음반에 대한 평가가 다소 엇갈리는 것과 별개로, 지드래곤 활동으로 촉발되는 문화적 현상에 대해선 이견을 다는 이는 드물다.

아울러 이번 활동엔 배우 황정민·김수현 등 평소 예능물에서 보기 힘들었던 톱스타들이 지드래곤을 위해 대거 게스트로 나서 화제가 된 MBC TV 음악 예능 '굿데이'를 비롯 다양한 웹콘텐츠 출연이 포함돼 대중에게 더 친숙해진 이미지도 구축 중이다. 동시대와 더 호흡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2세대 K팝 아이돌이 솔로 활동으로 여전히 대중문화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걸 지드래곤이 보여주고 있다. 그로 인해 다시 덕질을 시작했다는 K팝 팬들도 많다.

이번 활동은 그래서 단순히 음악 위에 눕혀 놓는 게 아니라, 여러 문화적인 맥락으로 배열해서 봐야 한다. 그간 군 복무, 루머 등으로 인해 대중과 접점이 적었던 만큼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그래서 '초인'은 지드래곤의 음악적 행보뿐 아니라 기존 삶 자체를 넘어서려는 수식으로 읽힌다. 기존과 달리 부쩍 많아진 대중 대상 활동은 앨범 제목 '초인'을 그가 의도한 방향이 아닌 오독할 수 있게 한다. 그가 사실 완벽한 초인(超人)을 선언한 게 아니라, 손을 내밀어 사람을 부르는 초인(招人)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대화 저널리스트는 "멋진 스타일과 좋은 음악만 갖춘다면 나이나 세대와 상관 없이 폭넓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이번 성공적인 컴백을 통해 입증한 듯하다. 정형돈과 케미를 기억하는 세대가 여전히 음악계에서 의미 있는 소비층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정민재 평론가도 "2세대 아이돌은 일반적으로 팀은 물론 멤버 하나하나가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솔로 활동을 위한 기반이 탄탄했다는 의미"라면서 "그 시절에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과 영역을 부지런히 구축한 이들이 지금까지 현역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하며 후배들과 한 무대에 오르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단순히 한때의 스타, 아이돌로서 활동을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유의미한 후속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K팝의 새로운 영역을 만든다는 해석도 나온다.

황선업 평론가는 "아직은 기획사 주도의 솔로 활동의 경우 음악적인 측면에서 별다른 차별화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홀로서기에 있어 명확히 그룹과 솔로의 자아를 명확히 나누고 보다 자신의 주관을 반영해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주도성이 조금 더 요구되는 시점"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지드래곤은 아이돌 멤버의 솔로 활동에 있어 좋은 사례로 그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지 않나 싶다"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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